낭만을 쓸었다
밥이었다
은행나무 가로수길의 수북한 낙엽 사진에서 발아한 질문(제목)과 2연으로 된 짧은 언술의 행간에 이 시대 삶의 비의를 숨겨놓았다. 제목과 사진과 문장의 융합이 낯선 것은 2행을 연으로 처리한 행간의 넓이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몸이지만 그 몸을 잘 만드는 일은 정신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건강한 정신을 소유한 사람의 삶이 훨씬 풍요롭다는 말이다. 건강한 정신의 요건은 단연코 낭만이다. 낭만은 인간 본연의 유희 정신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인간 본연의 유희를 거세하고 하루하루 성실한 근로만을 강요한다. ‘산다는 것은’ 한유경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바로 낭만을 거세한 이 세상에 대한 회의를 행간에 숨겼다. 풀어 쓰자면, 옛날에는 낭만이 있었고 그 낭만이 우리를 살게 하는 밥이었는데 지금은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낭만이라는 밥도 없이 현재를 산다는 것은 저 낙엽처럼 더없이 쓸쓸한 것일 수밖에 없다.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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