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칼럼]‘피크 차이나’ 반론에 주목해야
[열린칼럼]‘피크 차이나’ 반론에 주목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4.04.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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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예리 경상국립대 교수
류예리 경상국립대 교수


2011년 세계적인 투자사인 골드만삭스는 15년 후인 2026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미국 GDP의 1.5배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22년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최대 경제국가로의 등극 예상 시점을 2035년으로 미뤘다. 그 이유는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전면 봉쇄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기 때문에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회복력이 더 늦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후 중국의 출생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1961년 이래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일부 학자들은 피크 차이나(Peak China)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크 차이나 이론의 핵심은 중국 경제의 강점이었던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된 가운데, 환경 규정의 강화, 부동산 위기, 정부 부채 누적, 자원의 대외의존도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미국의 첨단산업 견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중국 경제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피크 차이나 이론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이제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점차 둔화돼 조만간에 최고점에 도달하고, 미국과의 경제 규모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더 비관적으로 보는 일부 학자들은 자칫하면 중국 경제가 일본이 겪은 30년 장기 침체를 답습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즉 중국의 부동산 위기와 막대한 정부 부채가 중국 경제에 급소(chokepoint)로 작용해 일본화(Japanification)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크 차이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진국에 들어선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중국 당국이 새로운 경제 모델을 채택하거나 개혁을 단행할 경우 얼마든지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언제든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중국 당국이 친(親)시장 정책을 도입할 경우, 중국 경제는 잠재 생산 수준으로 복귀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위안화 가치가 안정되면, 중국의 GDP는 현재보다 훨씬 높아지게 되고, 피크 차이나 주장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실제로 구매력으로 보면, 2014년에 이미 중국 경제는 미국을 넘어섰고, 시멘트, 조선, 태양광, 전기차 등 실물경제 다수 산업에서 중국은 미국을 크게 앞섰다. 더구나 현재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위기도 향후 10년 동안 도시화가 추진되고, 1억 명의 농촌 주민들이 도시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피크 차이나 논쟁은 세계 최대 경제국가로의 경쟁을 두고 진영논리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피크 차이나 지지론자와 반대론자 양쪽 모두 나름대로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 한계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질문은 첫째, 감소하고 있는 생산가능 인구를 증가세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완전한 시장경제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을 정도로의 확실한 개혁과 개방이 가능할 것인가, 셋째,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탈피해 전면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중국 경제가 세계 GDP의 1/5 규모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덩샤오핑 개혁개방 정책 이후 40여 년간 지속된 고성장과 더불어 14억 명의 인구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 국가이면서 인구 노령화가 가장 빠른 국가 중의 하나이다. 인구 전문가들은 중국의 출생률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제안보 중시 및 반중국 정서로 대중국 강경정책이 변화하기 어렵고, 시진핑 주석의 정치이념과 집권체제로 당장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수출 증가로 세계 2위 경제국가로 오른 중국이 현재의 국내외 상황을 결코 가볍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야만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고 집권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중국이 제2의 개혁개방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피크 차이나 이론은 반중국 정서와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중국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경우를 대비해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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