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변호사’라는 별명은...
icon 이창덕
icon 2016-12-26 15:58:54  |  icon 조회: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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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무척 잘 하는 사람에게 붙는 것이라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기에 나는 초등생 때 그 낱말의 뜻이 ‘죄 지은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참고서에서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죄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되니까 도와준다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 낱말 풀이는 사실상 부실한 것이었다.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죄 있는 사람보다는 죄 없이 억울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니까 ‘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억울하지 않도록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더 나을 것이었다.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하다니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그분 덕분에 고위직에 올랐던 인사가 그분을 추모하며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던 말씀도 좀 의아한 것이었다. 테러 같은 것을 당한 것도 아니었고,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 처지의 신분은 더욱 아니었으니까 그런 것이었다.

흘러간 노래 중에 ‘양복 입은 신사가 매를 맞는다....돈이 없어서...’라는 가사는 좀 웃기는 것이었지만 그 노래가 만들어질 때의 사회상으로는 그럴 수도 있었다고 한다.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돈을 못 받게 되면 그 집에 가서 솥이나 냄비 같은 것도 포함된 가재도구들을 가져오거나, 그 집에 누워서 돈을 안 주면 가지 않겠다고 농성을 하기도 했고, 유부남과 바람을 피웠다는 여성을 그 남자의 부인이 두들겨 패도 당연시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죄를 자각하고 순순히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렇게 하려해도 변호사가 죄인을 도와주기도 하니까 그 도움을 받자는 측근의 조언도 끈질기게 있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4.19혁명 때 하야했던 당시의 대통령을 현재의 대통령이 본받아야 된다고 말했는데 4.19가 역사적인 참극이 아니었다면 신하들(?)의 ‘아니 되옵니다.’라는 충언에 의해서라도 하야라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만류의 필요성은 각하(고어(古語)가 된 존칭)께서 실직자가 되면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등의 걱정이 포함된 충성일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들의 화려한 현직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정이 틀린다 해도 실제 상황과의 차이는 50보 100보의 차이에 불과할 것이었다.

민주주의에는 죄인에게도 응분의 권리가 보장된다고 하니까. 죄인이 된 대통령에게도 최소한의 권리가 있다. 대통령이 조용히 물러나도록 할 방법이 있고 그 실행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데 당장 퇴진시키겠다는 것은 ‘법은 멀고 주먹은...’라는 말이 통하던 시대상과 유사할 것 같다. 대통령 권한 대행은 문자 그대로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법이 보장하는 것인데 그것도 무시하겠다는 것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집의 관리를 위임받은 사람이 그 관리를 대행하는데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 행세를 하느냐’는 트집 같은 것이 아닐까? ‘연좌제‘라는 것은 물고기를 잡는데 낚시보다는 그물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범죄자를 관리하는 것이어서 효과적이었지만 인권을 짓밟는 것이어서 군사정권 때 폐지되었다는데 그런 제도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데모로 세운 나라 데모로 망한다.’라는 말에서 ‘데모’가 ‘촛불’로 바뀐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엄마 없는 아이의 처지는 딱한 것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라고 우기는 사람이 둘씩이나 있어도 곤란하다. 둘 다 그 아이가 자기의 것이라며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것과 유사한 꼴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정치인이 너무 많은 우리의 현실인 것 같기도 하다. 정치인이 촛불 시위에 적극 가세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 해도 소위 맞불 시위도 만만치 않으니 힘없는 백성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을 당하고 있다. 불안한 정국 때문에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니 새 대통령을 좀 늦게 모시더라도 현실적인 면이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 나라에서는 ‘정직이 기적’일 정도이고 ‘남 속이는 기술 배우러 대학에 간다.’라는 말이 터무니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어서 헌법 재판소도 믿을 수 없으니 심판관에게 허튼 수작 하지 말고 꾸물대지도 말라고 위협하듯이 촛불 시위를 해야 된다면 헌법재판소에서 과로사(過勞死)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고 ‘급히 먹는 음식이 체한다.’라는 말대로 착오에 의해서 탄핵이 부결되면 어쩌려고 이다지도 성미가 급한 사람들이 많은가? 탄핵이 부결되면 혁명이 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부결의 경우에도 촛불과 무질서가 두려워서라도 대통령의 복귀는 없을 것이다.

촛불 시위는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으니 다음 목표는 역대 정권에서 구호에만 그쳤던 부정부패 척결로 집결시키자. 그 실현이 참으로 어렵기는 하겠지만 도덕성이 확립된다면 민주화의 발전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고, 근래에 일어났던 참사 같은 불상사는 대부분 예방될 것이다.
2016-12-26 15: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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