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156건)
[경일시단] [경일시단] 가시(김기택)
가시/김기택가시가 되다 말았을까 잎이 되다 말았을까날카로운 한 점 끝에 온 힘을 모은 채가시는 더 자라지 않는구나걸어다닐 줄도 말할 줄도 모르고남을 해치는 일이라곤 도저히 모르는그저 가만히 서서 산소밖에 만들 줄 모르는저 순하고 푸른 꽃나무 속에어떻게
경남일보   2018-11-11
[경일시단] [경일시단] 진땀 (오하룡 시인)
어둡고 삭막한 길을 걸어왔다딴 길을 걷고도 아는 길을 걸은 척 했다멀리 두르고 둘렀는데도지름길로 온 척 했다손해를 보고도 오히려 이득을 본 척 했다마음에 없으면서 있는 척 다소곳이예라고 대답한 적 있다 아니 많다그 말로 내가 아닌 내가 되게 했다지금도
경남일보   2018-10-21
[경일시단] [경일시단] 비상구(천지경)
비상구/천지경밤안개가 아파트 계단까지 스며있다.야근의 피로가 누적된 다리로한 층 계단을 오를 때마다지친 눈 깨워주는 사람환한 세상 향해 비상을 꿈꾸며 달리지만한 번도 그 문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유심히 나를 내려다본다노름꾼 아버지 행포에 시달리던 어머니
경남일보   2018-09-30
[경일시단] [경일시단] 늙은 고래의 노래(김남호)
늙은 고래의 노래/김남호그 작살을 한 번만 꽂아 다오골목을 가득 채우던 내 푸른 몸뚱어리내 창 밑에 다가가 꽝, 꽝, 꽝,열두 번째 지느러미로 두드리면벌렁거리는 심장으로나를 향해 꼬느던 너의 작살다시 한 번만 나에게 꽂아다오죽을힘을 다해 죽을 듯이그때
경남일보   2018-09-09
[경일시단] [경일시단] 세족(조명)
세족/조명바다가 섬의 발을 씻어 준다돌발톱 밑무좀 든 발가락 사이사이불 꺼진 등대까지 씻어 준다잘 살았다고당신 있어 살았다고지상의 마지막 부부처럼섬이 바다의 발을 씻어 준다------------------------------------------구약
경남일보   2018-08-26
[경일시단] [경일시단] 길. 1 (제민숙 시인)
길. 1 (제민숙 시인)가다가 돌아보면 터널처럼 지나온 길좋은 날 싫은 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맨발로줄지어 서서차례를 기다린다물기 젖어 허물어진 생의 가장자리에조심스레 풀어놓은 부르튼 시간 위로하얗게놓친 꿈들이대기표를 쥐고 섰다--------------
경남일보   2018-08-12
[경일시단] [경일시단] 타월 속의 이야기들(이현경)
타월 속의 이야기들(이현경)수건도 풍화되면 걸레가 된다몸에 떨어지는 샤워소리를 엿듣던타월걸이의 빈칸에 다시 새것이 채워진다시간에 마모되어 걸레가 된 타월에흐릿하게 남은 글자들개업특별가로 머리를 손질한 먼 기억을 회상시킨다 미용실은 잘 되고 있을까기념타
경남일보   2018-07-22
[경일시단] [경일시단] 그믐달(강인한)
그믐달 -강인한그네를 타고 싶다그믐달의 양쪽 뿔에 줄을 매고스르렁 슬렁 스르렁 슬렁구름도 젖히고가장 높은 하늘에 올라 바라보면저 아래 산 너머 너의 집새벽에 금빛을 흘리는 창 안에서책을 읽는지편지를 쓰는지 골똘한 네가 보이고그믐달에 줄을 맨 그네를 타
경남일보   2018-07-08
[경일시단] [경일시단]해무(원담)
해무흰 소창찢어지는 소리위에바다엔 바다가 없다 등대!저 혼자굳어가는 바다를 위해 운다 /원담------------------------------------------자기위치를 알려줌으로서 대상에게 지정학적 위치를 알게 해주는 것이 등대이다, 번쩍이는
경남일보   2018-06-17
[경일시단] [경일시단]베개(임지훈)
베개/임지훈베개에 얼굴을 묻고사람을 떠올린다긴 생각에 잠이 갈대처럼 텅 비어간다그늘에 꽂혀 있는 벚나무가지 위에 위태롭게 걸린초승달이소리 없이 꽃잎을 자르고 있다손톱보다 작은 봉오리눈감고 연못으로 내려앉는다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울어야
경남일보   2018-06-03
[경일시단] [경일시단] 담쟁이(장일경)
담쟁이(장일경) 금밖으로 밀려나 눕지 못한 잠자리오늘은 은자의 집 남의 벽에 집을 짓다이파리 이파리끼리 깍지 끼고 버텨보리베게도 이불도 없이 서로 체온 달래가며날마다 지는 등짐 힘들고 버거워라후생의 어느날에는 텃밭 근처 누우리바람이 불어온다 위험하게
경남일보   2018-04-29
[경일시단] [경일시단] 바람을 피우다(정끝별)
바람을 피우다/정끝별‘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기공을 한다 했다몸을 여는 일이라 했다몸에 힘을 빼면몸에 살이 풀리고막힘과 맺힘 뚫어내고 비워내바람이 들고 나는 몸바람둥이와 수도사와 예술가의 몸이 가장 열려 있다고 했다닿지 않는 곳에서 닿지 않는 곳으로몸속
경남일보   2018-04-15
[경일시단] [경일시단]쩔쩔(성선경)
쩔쩔(성선경)청사포 청사포나는 사랑을 말하는데그대는 자꾸 포구 얘기만 하네청사포 청사포푸른 뱀이면 어떻고푸른 모래면 어떠랴나는 자꾸 사랑에 눈이 가는데그대는 자꾸 포구 얘기만 하네천년에 한 번백년에 한 번 달이 기우는데청사포 청사포 물결이 밀리는데그대
경남일보   2018-04-01
[경일시단] [경일시단]억새(이희숙)
억새(이희숙)저녁이 깔린 들녘에 하이얀 붓은가장 먼저 바람을 그리려 섰다갈바람에 흔들리는 그리움 주체 못하고소리 죽이며 어둠을 덮치고 누웠다가녀린 이부자리 이리저리 나부끼다이제 막 멈춰 섰거늘스쳐 간 흔적도 없이 요염한 저 몸매밤은 스러졌고 바람은 새
경남일보   2018-03-18
[경일시단] [경일시단]쑥국쑥국(김길나)
[경일시단]쑥국쑥국(김길나) 푸드덕 찬바람을 털어내고아침마다 한 쌍의 새가 날아와선창문을 열라 보챈다그래, 겨우내 움추린 내 몸 안에봄이 오고 있음이야나는 이 아침에 쑥국을 끓여먹는다 버려진 둔덕에서도밟힐수록 눈 밟힌 쑥이지, 아마.쑥쑥 목구멍을 타고
경남일보   2018-03-04
[경일시단] [경일시단]어둠의 제국(노수옥)
어둠의 제국(노수옥)어둠에 싸인 나라한 바가지의 물이 미리 열어놓은 뒷문을슬그머니 빠져나간다물소리에 부족이 탄생한다스스로 몸을 찢어야 살아나는 족속둥글고 단단한 몸이 풀리고 닫힌 입이 열린다꼼지락거리는 머리를 외발이 들어올린다한 치의 틈도 없이 빽빽한
경남일보   2018-02-18
[경일시단] [경일시단]나팔꽃 씨(정병근)
[경일시단]나팔꽃 씨(정병근)녹슨 쇠울타리에말라 죽은 나팔꽃 줄기는죽는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기어간나팔꽃의 길이다줄기에 조롱조롱 달린 씨방을 손톱으로 누르자깍지를 탈탈 털고네 알씩 여섯 알씩 까만 씨들이 튀어 나온다손바닥 안의 팔만대장경무광택의 암흑 물
경남일보   2018-02-04
[경일시단] [경일시단] 아이와 남편과 나 (정진남 시인)
아이가 손톱으로 아빠의 얼굴을 할퀴었다손톱을 깎아주었다생각보다 빨리 자라는 손톱이또 할퀴었다함께 산다는 건느닷없이 입은 상처를무작정 서로 바라보며견디는 것이다-------------------------------의식이던 무의식이던 누구에게 상처를 주
경남일보   2018-01-21
[경일시단] [경일시단] 담쟁이덩굴의 독법(나혜경)
담쟁이덩굴의 독법(나혜경)손끝으로 점자를 읽는 맹인이 저랬던가붉은 벽돌을 완독해 보겠다고지문이 닳도록 아픈 독법으로 기어오른다한번에 다 읽지는 못하고지난해 읽다만 곳이 어디였더라매번 초심으로 돌아가다시 시작하다 보면 여러 번 손닿는 곳은달달 외우기도
경남일보   2018-01-07
[경일시단] [경일시단]제2막 인생 (이정홍 시인)
간절히 바람 포개 쌓은 탑에 들꽃 핀다뼈마디 울컥울컥 관절통에 주저앉아도연극은 끝나지 않고 목청도 쉬지않았다기운 잔 아내 잔소리 섬초롱 요령을 달고은륜의 바퀴살로 샛강 달빛 휘청 밟으며마지막 명언 한마디 그 별빛을 찾고 있다비틀된 녹슨 바큇살도 살아온
경남일보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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