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319건) 제목보기제목+내용
[디카시] 햇살 빨래
파란 하늘 말려 판판하게 다려낸 아침빨래집게가 남은 햇살 집어 말리고 있다.잘 마른 빨래냄새가 좋다, 비누냄새가 좋다.다냥한* 날에 잘 마른 봄날 하루를차곡차곡 개켜 어머니 곁에 놓아두고 싶다. -신진호 * 다냥하다 (=당양하다) : 햇볕이 잘 들어
경남일보   2014-03-07
[디카시] 두둠칫 둠칫
두두칫 둠칫쿵다리 사바라는 갏쏆쓯이니라. 두둠칫 둠칫 갏쏆쓯이니라.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전설 아니라 역사니라. 어쭈구리니라.구름에게 물어 봤죠. 무슨 뜻이냐고. 생각이 뭐냐고. 구름이 전봇대에게 가로등에게 소곤대더군요.제가 받아 적었습니다.
경남일보   2014-02-28
[디카시] 체온
햇살이 눈부시다. 그대를 기다리는 아침오지 않는 그대는 바람의 기둥서방인가.단 한 번 그대가 잡아준다면 그때의 체온으로천년만년 녹슬어 가도 좋을 텐데그대 없이 슬어가는 녹만 울음처럼 뜨겁다.-김왕노 햇살 아래 반질반질 손때가 묻어 검게 반짝이던 쇠문고
경남일보   2014-02-21
[디카시] 망부석
기다림이 멈춰버린 호흡 한 점 영원한 사랑의 풍장-황시은이탈리아 화가 모딜리아니는 평생을 가난과 질병(결핵)에 시달리다 죽었다. 그가 파리에서 열 다섯 연하의 미술학도 잔 에뷔테른을 만난 것은 그의 나이 서른 세 살 되던 해였다. 에뷔테른의 부모는 이
경남일보   2014-02-14
[디카시] 빗장
지금 내 시간은 갇혀 있다.당신을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무엇이 그리 서러운지말없이 당신을 보낸 어느 밤에비로소 내 울음이 들렸다.당신을 잠그고, 나를 잠그면사랑을 알게 될까.찰칵,-이재훈 우리는 어쩌면 평생을 가슴 반쪽으로 사는 지도 모른다. 철 들기
경남일보   2014-02-07
[디카시] 단체사진
쭈그려 앉아 있는 비닐하우스무릎을 구부린 언덕고개만 빠금 내밀고 있는 산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버젓이 가운데를 차지한 전학생, 아파트아파트에게만 초점을 맞추는얄미운 선생님 -배정민 이 땅에 아파트가 처음 들어선 건 1962년의 일이었다. 70년대 초,
경남일보   2014-01-24
[디카시] 나이테
나무 안엔 수많은 바퀴가 있다.아침이면 달려서 나무가 밤에 이른 것도 이 바퀴 덕분새해 첫날에 출발하여 섣달그믐에 이른 것도 이 바퀴 덕분아니라면저 구름을, 바람을 누가 실어 날랐단 말인가.그걸 모르는 사람만이 나무를 쓰러트려 놓고야 확인한다.-복효근
경남일보   2014-01-17
[디카시] 복도
당신이라는 벽걸이를 힐끔거리며 지나가는 이 길의 끝을나는 알지 못한다.패턴처럼 누워 있는 시간의 정수리를 밟으며걸어갈 뿐 -정푸른새해 새 다짐으로 목청 돋웠던 일들이 허물어지고 말았다는 한숨소리를 여기저기서 듣는다. 돌이켜보면 그 다짐도, 허물어짐도
경남일보   2014-01-10
[디카시] 속수무책
필시 무허가 조업이지 싶다이판사판 휘갈겨대는 생애사의 한 모퉁이지구가 자전을 멈출 만큼 절박한 것들은 대개대본이나 인허가 없이 시작되는 법왈칵, 시퍼런 그리움 또한 그런 것이니-이문자 ‘그리움’이 ‘무허가 조업’과 같다는 발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돌
경남일보   2014-01-03
[디카시]
초롱한 눈 위에 눈 쌓인다눈 위에 눈, 자꾸 내린다시퍼렇게 겨울을 읽는 저 눈거짓말은 하얗게 드러났다-권선희 겨우내 시린 바람에 온몸을 베이면서도 형형한 눈빛을 잃지 않는 청어떼들을 본다. 문득 멀거니 뜨고 있는 내 두 눈이 청맹과니같다는 생각.하얗게
경남일보   2013-12-27
[디카시] 변이
심장을 등지고 다리가 길어 나왔다내가 당신을당신이 나를오래 씹어 삼킨다-박우담 어느 날 아침, 단단한 등껍질과 여러 개의 가느다란 다리가 달린 벌레로 변해 버린 사내가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던 그는 더 이상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된다. 사
경남일보   2013-12-20
[디카시] 타임캡슐
아직도 따뜻한 그의 가슴에 기대어천오백 년 전과 교신 중-김영주 함안의 옛 이름은 ‘아라가야’이다. 아라가야의 대표 유적지인 ‘말이산 고분군’에서 ‘말이(末伊)’는 ‘머리’의 한자음을 빌려온 표기이다. 따라서 ‘말이산’은 ‘우두머리의 산’을 일컫는다.
경남일보   2013-12-13
[디카시] 동행
언제인지도 모른 채너에게 젖어들고나에게 젖어들어둘이 같은 빛깔로물들어 가고 있다-고순덕 E. 프롬은 인간의 원죄를 ‘고독’으로 규정하면서 인간의 종교와 예술은 그 고독감을 견디기 위한 행위에서 비롯하였다고 보았다. 때문에 인간은 절대 그 고독을 온전히
경남일보   2013-12-06
[디카시] 사랑
진정 사랑을 원하므로 아득히 깊은 지층 같은 세상에수맥처럼 흐르는 네 사랑에게 나를 마중물로 내려 보내다오네 사랑을 만나 끝없이 철 철 철 지상으로 길어 올리게네 사랑이 나를 넘쳐나 그 누군가를 흠뻑 적셔도 좋으니팍팍한 세월이여, 나를 마중물로 아낌없
경남일보   2013-11-29
[디카시] 어머니 몸
고슴도치도제 자식이 제일이라지만모두 주고텅 빈 어머니 몸-권창순 평생을 품 안에 품고 애면글면 자식 앞날만 비는 목숨이다. 억센 가시를 보듬고도 행여 그 가시끝 뭉개질까봐 여린 속살로 온 가시를 보듬는 사람. 그렇게 아프게 찔리고도 짧은 비명 한 번
경남일보   2013-11-22
[디카시] [디카시] 환승역
마음은흔들리고 덜컹이는데시간은 소리없이 미끄러지듯 다가온다-조영래 가을, 떠남이 잦은 계절이다.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이 각자의 길 앞에서 망연해질 때를 이르는 말을 헤아려 본다. ‘배별(拜別)’은 존경하는 사람과의 작별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
경남일보   2013-11-15
[디카시] 글씨교본
저 빈칸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까.살, 살자, 그래 살아야지이, 이놈, 그래 이놈이밤새 술꾼들이 떠난 선술집 유리창글씨들이 입씨름 중이다.-임창연 모든 문학은 곧 ‘사람살이’에 대한 비유이고 치환이다. 저마다 살아가는 그 낱낱의 표정들이 시가 되고, 소
경남일보   2013-11-08
[디카시] 땅바닥 거울
단지 거울만으로 나를 볼 수가 없다해의 방향과 기울기와 뜨거움에 따라시시각각 변하는 산사나무 그림자네가 바라보는 동안만 선명한 내 맘 같은 -이문자 ‘그림자’는 고대로부터 하늘의 질서를 읽는 도법이었다. 영국의 스톤헨지,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고 신라
경남일보   2013-11-01
[디카시] 말 안하기
간밤에조신하기로 소문난 남원댁과어촌계장 박씨가초승달을 떨구고 갔다등허리에 꽂혀 내가 아프다.- 님의 디카시당 말기에 열한 명의 천자를 섬기며 백성의 어려움을 보살핀 ‘풍도(馮道)’라는 사람은 말(言)이 시대를 어지럽히는 한 까닭임을 깨닫고 ‘입은 재앙
경남일보   2013-10-25
[디카시] [디카시] 그랬으면
몰랐지내가 여문 게 아냐어느새 땅을 닮은 것일 뿐절로 고개 숙일밖에내 밥 먹은 사람들도서로 물들어갔으면-최광임 수천 년 이래, 사람이 자연을 본으로 삼는 것은 하늘 아래 절로 고개를 숙이는 저 겸손함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일에 이름을 드러내고, 조그
경남일보   20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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