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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47>
‘저건 떡살이잖아?’ 부엌문 옆의 오지독에 꿈에도 구경하기 힘든 허연 떡쌀이 불리어져 있은 것을 보면서 화성댁은 또 속이 뒤집어졌다. “어서 오우.” 화성댁을 발견한 형식 할머니가 사립문밖으로 나오며 반색했다. “예. 이제 손자며느리를 보았으니 얼마나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46>
너나없이 굶기를 밥 먹듯 해 오고 있었다. 쌀가게 사장한테 시집보내면 호강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제발 절 좀 내버려 두세요.”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 민숙이도 목청껏 대꾸했다. 소리로 발성되지는 않았다. 그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45> 4.아름다운 절망
사랑은 슬픈 것일까? 서로에게 마음이 딱 붙어버리면 영영 떨어지지도 않기에 모질도록 질긴 것일까. 사랑타령에 목을 맨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우리네의 애틋한 사랑가는 어쩌자고 끝일 줄 모르는지…. 1945년 8월 15일, 아침부터 습도가 좀 높았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44>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도 엉터리야.” 낮잠을 자다 말고 부스스한 머리칼로 달려 나온 동숙은 팔짱을 끼곤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민숙아,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아야 해.’ 대문 밖에서 안의 동정을 살피고 있던 진석의 두 눈에선 굵은 눈물방울이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43>
화성댁은 가증스럽다는 눈으로 여주댁을 쏘아보았다. 애를 낳아본 사람이 한 달 가까이 민숙이 년을 끼고 있었으면서 그 년 뱃속에 아이는커녕 애 그림자도 없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겠는가. 과부사정 과부가 잘 아는 법이고 자기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42>
머리통에 온통 진석이 놈 생각으로 가득한 딸년이 아닌가. 여주댁 손을 붙잡고 어머님 어쩌고 해 가며 경성에 있게 해 달라고 눈물을 찔찔 짜대면 입으론 가라고 하면서도 못이기는 체하고 계속 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화성댁은 멱살잡이를 해서라도 민숙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41>
“민숙이가 경성에 갔습니까?” 진석이도 굳이 말을 돌리지 않았다. “그렇다네. 입덧하는 년을 끼고 있을 수가 있어야지. 동네 사람들 눈도 있고 해서 자네 누이 집에 보내지 않았겠나?” 화성댁은 주위를 살펴가며 조용조용 말했다. “입덧? 하!” 얼굴이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40>
“여, 여보게!” 단걸음에 사립문밖으로 달려 나온 화성댁은 급한 김에 목청부터 뽑았다. “아. 예.” 광목 찢는 소리가 등에 척 달라붙는 순간 진석은 등이 후끈 달아오름을 느꼈다. ‘이상하다.’ 그대로 우뚝 서며 진석은 동공에 힘을 주었다. ‘여보게’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9>
여름이 무르익고 있는데 벌써부터 가을 맞은편에 있는 새봄을 기다리면 계절이 욕할까? 그래도 화성댁은 봄이 무척 그리웠다. 일본이 망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는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었다. ‘이년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침이라고 한술 뜨기 위해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8>
민숙은 서둘러 호롱을 등잔대에 올렸다. 다행히 석유가 방바닥에만 번져 있을 뿐 홑이불이나 옷가지에는 튀지 않은 것 같았다. “……일어났니?” 이른 아침 여주댁은 안방에서 나오며 창호지문에 비친 민숙의 그림자를 보고 조용히 말을 걸었다. 오늘 아침에는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7>
별안간 젖이 덜 떨어졌던 그 시절로 돌아갔는지 민숙은 어머니의 품이 간절하게 그리웠다. 그렇더라고 학동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우선 대문 밖으로만 나가도 막힌 숨이 트일 것 같았다. 이를 악물며 참아도 눈물이 찔끔찔끔 새어나왔다. 대문간으로 향하던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뉴스 <36>
손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음을 느낀 민숙은 울음을 뚝 그쳤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등잔대의 밑둥치를 받치고 있는 둥글넓적한 나무였다. 민숙의 두 눈에 희망이 급히 충전되었다. 희망이 광기로 번쩍이는 순간 그녀는 등잔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5>
건넌방으로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겨놓던 여주댁은 민숙의 비명에 형식의 목소리가 섞이는 것을 듣곤 어이없고 기가 막혀 입이 떡 벌어졌다. 방망이를 힘주어 잡곤 단번에 걸음을 당겨갔다. ‘내 정신이 지금 온전한가? 이 무슨 벼락 맞을…….’ 방문 앞까지 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뉴스 <34>
민숙은 앞뒤 없이 발끈하며 형식을 강하게 밀쳤다. 너무 빤히 보이는 형식의 그 진심이 여간 괘씸한 것이 아니었다. ‘날 위한답시고 진석 오빠와의 결혼만은 막아보겠다 이거지?’ 민숙은 진석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나병의 징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3>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여주댁은 몸을 살짝 뒤척였다. 꿈길 따라 길을 떠난 그녀는 남편 김 씨와 만나고 있었다. 남편은 조금도 늙지 않은 신혼 초의 모습 그대로였다. 앞서가던 김 씨가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여주댁의 손을 꼭 잡았다. 남편이 이끄는 대로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뉴스 <32>
무심결에 담 쪽으로 눈길을 긋던 민숙은 목을 갸웃했다. 유령이라면 몰라도 사람의 키보다 높은 담 위로 누가 어떻게 목을 쑥 올리느냐 말이다. “어머님,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가끔씩 담을 타고 다니는 도둑고양이를 민숙은 떠올렸다. “글쎄, 괭이새끼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1>
여주댁은 눈앞에서 돋아나는 화성댁의 얼굴을 피하여 목을 옆으로 돌렸다. 죄지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자식 살리자고 귀한 남의 자식을 불구덩이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왜 아니 들겠는가? “들어가서 자거라.” 언제까지나 며느릿감의 뒷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0>
“워매, 누님! 괜찮으시오?” 잭나이프 건달이 펄쩍 뒤며 놀랐다. “괜찮으니까 안으로 들어가 있어.” 동숙은 건달들에게 기생집으로 눈짓을 했다. “어째 목이 컬컬허네. 참말이어라 지도 목이 쪼께??.” 건달들은 멋쩍은 상판을 하며 기생집으로 어슬렁거리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9>
“민숙 씨, 나와 같이 가. 응? 내가 호강시켜 줄게.” 놈은 덥석 잡은 민숙의 손을 막무가내로 잡아당겼다. “얘 형식아, 이 손 놔. 이 자식아!” 여주댁을 곁눈질하며 민숙은 당황히 소리를 질렀다. “저, 저놈이??. 네 이노옴!” 여주댁은 툭 튀어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8>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형식은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그래도 인사는 챙겼다. “한잔 했으면 조용히 집에 가서 쉬어야지 예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고 그러면 되겠느냐?” 놈이 어른은 알아본다고 판단한 여주댁은 별안간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타일렀다. “민
이해선   201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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