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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7>
“이거 놔요. 이 아주머니가 물장사하는 년 건성을 모르는 모양인데 맛을 보여드려야겠어요.” 동숙은 여주댁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냈다. 오나가나 사람대접 못 받고 사는 신세가 아니던가? 분풀이라도 실컷 해보겠다는 투였다. “어른한테 그러는 법이 아니다.”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6>
여주댁과 동숙은 입을 꾹 다물고는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빨리 갑시다.” 동숙은 걷는 것이 영 시원찮은 어머니를 부축하기 위해 팔을 잡으려 했다. “일없다.” 여주댁은 딸의 손을 홱 뿌리쳤다. 딸이 미워서가 아니라 미안해서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5>
‘네놈 아랫도리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닌데 어쩌겠니?’ 빤히 다 보이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는 체, “다께 상은 위로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리고 혹시 진석이 모친인가 여주댁인가 하는 사람 여기 있나요?”상대의 눈치를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4>
‘여보, 민숙 아버지, 여보, 민숙 아버지 날 데려가요. 제발, 제발 날 데려가요. 죽었으면 죽었지 민숙이 년이 문둥이 자식하고 사는 꼴은 못 봐요. 못 봐!’ 팔다리를 활짝 펼치며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무심한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는 얼굴로 얼빠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3>
“이년아, 바른대로 말해. 진석이 놈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 이년아. 그렇지?” 아득히 깊은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감을 느끼며 화성댁은 절망했다. “일은 무슨 일이요?” “이년아, 귀신을 속여라.” “아침 먹은 것이 체했다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2>
그녀는 시집에서 쫓겨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남 앞에선 무조건 주눅이 들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환자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으니 가슴을 펴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사람들이 몰려와 더러운 문둥이 딸이라고 놀리며 손가락질을 해댈 것만 같았다. ‘뭐?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1>
그녀는 넘겨짚기까지 하고 있었다. 다껜지 여우대가리인지 하는 그 순사 놈은 진석이를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어머닐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진 못할 것이라고. 고향집으로 달려가 있는 마음을 동숙은 도로 거둬들였다. 섣불리 나섰다간 그녀 자신의 집이 왜경들에게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0>
뒷산 등성을 타고 넘어온 해거름이 짙은 그늘로 돌변하여 학동을 뒤덮고 있었다. 이제 여주댁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를 구슬리다 지쳐 협박하고 마구 발길질하며 구타하던 다께는 혀를 내둘렀다. 이런 독한 년은 처음 본다 싶었다. 급기야 다께는 학동사람들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9>
학동마을 사람들을 족치고 들들볶아도 전임순사의 행방을 찾을 수 없자 다께는 화성댁과 여주댁에게 악랄한 시선을 딱 좁혔다. 부임해 오자말자 민숙이와 진석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일석이조의 성과를 올릴 궁리까지 하고 있었다. 화성댁이 먼저 주재소로 끌려갔다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8>
새벽별들도 또렷또렷한 눈으로 민숙을 보았다. “이년 민숙앗!” 화성댁이 입에 거품을 물고 나타났다. 다짜고짜 딸의 머리채를 낚아채곤 마을로 끌어가기 시작했다. 오다가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누런 광목 치마에는 시뻘건 흙이 군데군데 찍혀 있었다. “엄마,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7>
이때다 싶은 얼굴로 민숙은 잽싸게 방문을 열었다. “이년아 이 에미 죽은 꼴 볼래?” 고쟁이를 내리다 말고 화성댁은 측간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삔 발목을 빌질 끌며 밖으로 나오는 딸을 보곤 눈이 확 뒤집어졌다. “어, 엄마!” 놀란 민숙은 목을 양어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6>
지금 한동네에서 살아온 정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딸년을 위해 여주댁과 진석이가 빨리 주재소로 끌려가길 바라고 있었다. 순사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문을 외기도 했다. “그러지 말고 뒷간에 다녀오세요.” 창호지 문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5>
그녀는 그곳에서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들의 발길을 끓어놓기 위하여. “당신은 어머니 될 자격이 없어.” 진석은 판결을 내리듯 그렇게 말했다. 자식 생각을 빈대눈물만큼이라도 했다면 보낼 수 없었더라도 보냈을 것이었다. “네가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4>
‘니들 목숨을 구해주지 않았니? 네 아버지가 도둑질을 했니? 강도짓을 했니? 살인을 했니? 순사 놈 앞잡이노릇을 했니? 재수가 더럽게 없어서 몹쓸 병에 걸린 것뿐이다.’ 여주댁은 입속으로 아들을 실컷 원망하며 부르짖었다. 아들이 아버지를 혐오의 대상으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3>
학동마을은 깊은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첫새벽에 남산으로 오른 진석은 아버지의 빈 무덤을 파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그를 묻기 위해. 바로 그 옆에 광목에 둘둘 말린 김씨의 시신이 있었다. 등불을 든 여주댁은 남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2>
한발 앞서 뒷산 자락에 도착한 여주댁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두 남자를 발견했다. 나환자에게 눈을 꽂으며 얼굴이 비참하게 일그러졌다. 그에게 와락 달려들어, “여보, 진석 아버지!”라고 하곤 그 위에 맥없이 풀썩 쓰러졌다. 이어 통곡도 울음도 아닌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1>
“이 악질 왜놈의 쌕끼얏!” 그는 사나운 몸짓으로 순사한테 와락 달려들었다. “이 쏀징 놈은 뭐야?” 뒤로 벌렁 나자빠지며 총을 놓치고 만 순사는 독이 머리끝까지 올랐다. “이 순사 놈의 쌕끼야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순사의 배 위에 올라탄 그는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0>
그 소리에 맞추어 진석은 숲이 우거진 방향으로 몸을 잽싸게 꺾었다. 발을 떼어놓으려다 돌부리를 찼다. 앞으로 맥없이 넘어질 뻔했는데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러다간 뿌리가 박혀 있지 않는 돌덩이를 건드렸다. ‘투루룩’ 하는 돌의 파열음이 순사의 귀에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
학동 뒷산으로 단숨에 갈 수 가는 지름길 같은 건 없었다. 자전거길이 따로 있는 건 더욱더 아니었다. “그래, 걱정하지 마.” 쿵쿵거리는 민숙의 가슴진동을 느끼며 진석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오빠, 이제 내려주세요.” 산자락이 가까워지면서 길이 평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
집으로 향하고 있던 화성댁은 마을 쪽으로 되돌아오는 순사를 발견하곤, “저 여우같은 놈이……!”하는 소리를 뇌까리며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세웠다. ‘여주댁에게 되돌아가서 계속 싸우는 체해야 할까?’ 화성댁은 떨리는 다리로 뒷걸음을 치는가싶더니 몸을
이해선   201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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