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156건)
[경일시단] [주강홍의 경일시단] 그릇에 관한 명상 (이지엽 시인)
그릇에 관한 명상 (이지엽 시인)흙과 물이 만나 한 몸으로 빚어낸 몸해와 달이 지나가고 별 구름에 새긴 세월잘 닦인 낡은 그릇 하나 식탁 위에 놓여 있다가슴에 불이 일던 시절인들 없었으랴함부로 부딪혀 깨지지도 못한 채숨 막혀 사려 안은 눈물, 붉은 기
경남일보   2015-05-03
[경일시단] [주강홍의 경일시단] 빠져나간 자리
빠져나간 자리 (정다혜 시인)설거지하다 그릇 속으로 그릇이 끼었다세제를 넣고 부드럽게 달래 봐도서로가 서로를 놓지 않는다움직일 틈새도 없이 저리 오래 껴안고 있다니나는 저 팽팽함이 두려워진다꼭 낀 사기그릇 한참 만지작거리며 길을 찾다하나를 살리기 위해
경남일보   2015-04-19
[경일시단] [주강홍의 경일시단] 고백성사 (김종철 시인)
고백성사 (김종철)못을 뽑습니다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여간 어렵지 않습니다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여간 흉하지 않습니다오늘도 성당에서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아직도
경남일보   2015-04-05
[경일시단] [주강홍의 경일시단] 달걀 (고영 시인)
달걀 (고영 시인)조금 더 착한 새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창을 닫았다. 어둠을 뒤집어 쓴 채 생애라는 낯선 말을 되새김질하며 살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집은 조금씩 좁아졌다. 강해지기 위해 뭉쳐져야 했다.물속에 가라앉은 태양이 다시 떠오를 때까지있는
경남일보   2015-03-22
[경일시단] [경일시단]봄날 (양곡시인)
봄날 (양곡 시인)앙상한 정신의 뼈마디로 이제는 무든 것이 끝났구나 생각될 때 풀뿌리조차 얼어붙어 이제는 정말 일어설 수도 없겠구나 생각될 때그대는 꽃샘추위처럼 나에게 찾아온다길가에 산수유꽃을 노랗게 피우며, 점심때유치원 정문 앞에서 만났던 아지랑이가
경남일보   2015-03-02
[경일시단] [경일시단] 설날(김종해 시인)
설날 (김종해 시인)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 주셨다.밤새도록 자지 않고눈 오는 소리를 흰떡으로 빚으시는어머니 곁에서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빨간 화롯불가에서내 꿈은 달아오르고밖에는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매화꽃이 눈 속으로 날리는
경남일보   2015-02-15
[경일시단] 사랑과 미움 (김미윤 시인)
사랑과 미움 (김미윤 시인)사랑은 밤에이불만 덮어주는 게 아니다과거도 덮어주고 상처도 덮어준다미움은 밤에이불만 걷어 차는 게 아니다추억도 걷어차고 연민도 걷어찬다?마지막 한 걸음은 늘 홀로 걷는 법아!그리도 메울 수 없는 사랑과 미움의 간극이여!*실체
경남일보   2015-02-01
[경일시단] [경일시단]가족 (정용철 시인)
창밖을 보며 서 있는데한 사람이 이리로 옵니다.어디에도 한눈팔지 않고곧바로 우리 집으로 옵니다.얼굴도 걸음걸이도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잠시의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습니다.어느 날. 아내가 되어늘 바쁘게 여기저기 오가지만집으로 오는 길은 언제나 이렇게
경남일보   2015-01-18
[경일시단] 새해 인사 (주강홍 시인)
경일시단 새 해 인사새해에는 모두가 거룩 하소서새해에는 모두를 거룩하게 하소서바다를 갓 건너온 저 햇살처럼 세상을 고르게 데워서따스하게 온정이 흘러넘치고모두의 손끝에 희망의 기운들만 매만져지게 하소서얼음장 밑에도 쉼 없이 흐르는저 강의 깊은 소리를 듣
경남일보   2015-01-04
[경일시단] 길 (김진 시인)
갈대밭에서 뽀얀 속살을 숨긴 채쪼그리고 앉아 울던 길참말 시꺼먼 이불을 덮어 쓰고도춥다 춥다 중얼거리며 돌아누운 길벚나무에서 떨어진 수많은 소문들이 달라붙은 채섬진강으로 향하는 저 많은 길거미줄 같이 얽힌 길을 보니모든 길은 한 움큼의 기억을 가지고
경남일보   2014-12-21
[경일시단] 겨울담쟁이 (정찬일 시인)
저 수많은 잔뿌리 좀 봐담쟁이가 꿈 속을 오르고 있어길 한 모퉁이 콜타르 먹인 판자를 차고하늘을 오르는 담쟁이 좀 봐판잣집도 오래 견디다 보면잔뿌리 내리며 담쟁이가 오르고 있어오르는 일만으로도 한 생애를 다 보낼 수 있겠군고향을 떠나온 지 얼마나 되는
경남일보   2014-12-07
[경일시단] 국수 (이재무 시인)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펄펄 꿇는 물속에서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신혼적 아내의 살결같구나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면발 담긴 멸치국물
경남일보   2014-11-23
[경일시단] 모두가 들국화 시인이 되게 하라 (김영남 시인)
이번 가을은 농부들 마음 위에서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데굴데굴 굴러가게 하라.그리하여 섬돌 아래에서 사발로 줍게 하라.튕겨낼 듯 댓가지 휘고 있는 가을 과일들도그 꽉 찬 결실만 생각하며 따게 하라.혹 깨물지 못할 쭈그린 얼굴이 있거든그것은 저 빈 들녘의
경남일보   2014-11-09
[경일시단] 시월 (이문재 시인)
시월 / 이문재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은행잎을 떨어뜨린다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
경남일보   2014-10-27
[경일시단] 말(言)의 뼈 (김다희 시인)
말(言)의 뼈김다희술집에 앉아 술잔 속에 던진말의 뼈들을 본다말의 뼈는 술이 물고 있는 인질풍덩 풍덩,간혹 스스로 뛰어든 것 있었으나대부분 내 호기에 걸려 사라진 것들술잔 기울 때마다불거지는 뼈의 나선나, 참 많은 말을 하고 살았네그 말, 한때 내 호
경남일보   2014-10-13
[경일시단] 칭다오바다 (황숙자 시인)
칭다오 바다 (황숙자)바다는 수평선을 끌어 당기며 흔들리고 있다불혹이 정박한 항구는 해미에 젖어 있고낮선 언어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이국의 날들따뜻하고 슬픈 광장의 눈빛사이로 어슬렁거리는 일상이 지금 만조다때로는 산다는 것이 개펄에 빠진 신발처럼무겁고
경남일보   2014-09-29
[경일시단] 바지 (송진환 시인)
바지 (송진환)벗어둔 바지가어제를 증언하듯 구겨진 체의자 등받이에 제멋대로 걸쳐져 있다구겨진 만큼 돌아왔으리돌아오며, 힘겨웠든 것들그 주름살 속에 숨어 있으리얼굴 붉혔던 사연들만은 아직 얼룩으로 남아 저리후줄근히 아침을 맞고 있다오늘 내 길은 얼마나
경남일보   2014-09-15
[경일시단] 숯 (장석주 시인)
숯 (장석주)숫제 타버린 기억들,너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양어머니의 골다공증 고관절보다더 약한나무의 검은 뼈,팔꿈치 세 개가 닳도록건반 없는 피아노를 쳤으니,너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달은 차다.숯은 검다.숫기 없는 숯아,한 줌의 불도 품지
경남일보   2014-09-01
[경일시단] 벽지-가정법원, 그 여자의 진술(최은묵 시인)
벽지 -가정법원, 여자의 진술 최은묵나는 벽에 달라붙어 살았다 움켜쥔 손톱은 짓물렀고 등은 시렸다 이제 나는 지치고 늙어 그만 벽에서 내려오려 한다 지금껏 나는 혼자 단단한 줄 알았으니 못에 뚫린 자리는 비로소 바람에 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건 구
경남일보   2014-08-18
[경일시단] 그릇1 (오세영 시인)
그릇1 (오세영)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
경남일보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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