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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8>
“짝을 지워 준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소식이 깜깜하기만 한데 날더러 그냥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 여주댁은 발끈했다. 사실 그녀는 나환자들이 소록도를 탈출했다는 말이 떠돌 때부터 마음이 영 시끄러웠다. “참 어머니도, 아직 일 년도 안 되었다고
강민중   2012-05-21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7>
진석은 신발을 신은 채로 마루 끝에 큰 대자로 드러누웠다. 술 냄새를 푹푹 풍기고는 있었지만 천정을 보고 있는 그 얼굴표정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무슨 대답이 듣고 싶으신지요, 서방님?”덩달아 정색을 할 수는 없어서 민숙은 일부러 장난스런 목소
경남일보   2012-05-18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6>
소록도에 가 있던 필중의 아버지는 얼마 전에 그곳을 탈출했다. 밤중에 몰래 아들의 얼굴을 꼭 한번만 보겠다고 집으로 찾아갔다가 아들한테 그 모습을 들켜버리고 만 것이었다. “선생님, 우리 손자 맘 좀 빨리 잡게 해 줘유. 이 늙은이가 이리 간곡하게 부
경남일보   2012-05-17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5>
대문 밖에서 진석을 기다리던 민숙은 주먹손을 펴선 손바닥으로 감싸고 있던 시계를 또 보았다. 밤 9시 20분이 넘고 있었다. 통금인 10시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거니와 단 한 번도 이렇게 늦어 본적이 없었다. ‘무슨 일일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
경남일보   2012-05-16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4>
도무지 멈출 줄 모르는 시간은 잘도 흘러 해방 일주년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왜인들의 속박에서 벗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가.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일 터였다. 지독하게 행복한 착각으로 끝나고 있었다. 하기
경남일보   2012-05-15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3>
“부지깽이 없는 집구석도 다 있더냐? 혹시 부뚜막 위에도 찾아보았는가?” 말은 진석에게 하면서 화성댁은 민숙을 사정없이 흘겨댔다. “다 타서 버렸나 봐요. 다른 집으로 가 봐요.” 대꾸 대신 목을 옆으로 돌려놓고 있는 진석을 대신하여 민숙이가 끼어들었
경남일보   2012-05-14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2>
1945년 8월 19일 새벽이 짙어지고 있었다. 잠에서 먼저 깨어난 화성댁이 옆에 잠들어 있던 민숙을 깨웠다. 민숙은 잠이 덜 떨어진 눈을 비비며 진석을 깨우러 건넌방으로 갔다. 새벽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인 인시에 남의 집 부지깽이를 집어 와야 했
경남일보   2012-05-11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1>
“전, 오빠 따라 갈 거예요.” 어머니의 마음이 변한 것만 같아 민숙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진석이도 좀 긴장한 얼굴로 화성댁을 보았다. “자네가 우리 민숙일 얼마나 생각하는지 그것부터 알아야겠네.” 화성댁도 긴장했다. “어
경남일보   2012-05-10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90>
“부지깽이를요?” 곱사등이 무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성댁은 그녀에게 크진 눈을 딱 맞추며 되물었다. 무녀는 은밀한 얼굴로 목을 끄덕였다. ‘머리에 먹물이 잔뜩 들어 있는데 남의 집 부지깽이를 훔쳐오려고 할까?’ 집으로 향하면서 화성댁은 양미간에
경남일보   2012-05-0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9>
상대의 행동을 슬금슬금 살피며 화성댁은 예부터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옛말 거른 것 하나도 없더라는 말을 서두로 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식이라고 딸년 하나 있는 것이 마음에 영 차지 않는 놈한테 빠져 죽네 사네 하는 통에 복장이 터진다는
경남일보   2012-05-08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8>
딸의 방 앞으로 부르르 달려 나와선 조용하기만 방문을 마구 흘겨댔다. 이제 겨우 명줄을 되찾은 딸을 붙잡고 진석이가 어떻게 할 것이 아니라는 확신은 있었다. 더욱이 거짓임신 사실이 밝혀졌을 때 민숙의 앞날을 위하여 집으로 고이 돌려보내준 것만 보더라도
경남일보   2012-05-07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7>
“꼭두새벽에 밥은 무슨 밥?” 그냥 두었다간 탈이 나도 단단히 나겠다고 판단한 화성댁은 기어이 딸의 손에 있는 고구마를 빼앗았다. “밥 주세요. 배고파 죽겠단 말이에요.” 민숙은 당장 뭔가를 먹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얼굴로 숫제
강민중   2012-05-04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6>
‘이쯤해서 몸을 돌릴까?’ 다가오는 신랑 쪽으로 몸을 돌리고 싶어서 정자는 안달이 났다. ‘이거 안 되겠다!’ 합방하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것을 억지로 누르며 노파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뚜막에 앉아 있는 밥상에다 막걸리를 올리고 이바지음식으로 가
경남일보   2012-05-03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5>
“어, 어, 누구요?” 때맞추어 잠에서 깬 형식은 앞뒤 없이 놀라며 윗몸을 일으켰다. “이 할미 소원이 뭔지 알지?” 손자의 가슴을 넌지시 누르며 도로 눕혔다. 강제로 뉘어졌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었지만 어쨌든 신랑각시가 처음으로 한 이불 속에 나란히
강민중   2012-05-01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4>
신랑에게 곁눈질하다 말고 정자는 얼른 빈 물동이를 들고 일어났다. 전신에서 스멀거리는 모멸감을 짓씹으며 이빨을 바드득 갈았다. 이빨 가는 소리에 진한 고독이 묻어나고 있었다. 친정집으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회오리쳐 왔다. “우리
경남일보   2012-04-30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3>
‘아는 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빚쟁이 뒤를 숨어서 따라가는 사람처럼 형식은 소리를 죽인 채 집으로 향하는 정자 뒤를 밟고 있었다. ‘설마 민숙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자전거 소리가 앞뒤 없이 작아지고 있음을 알아차린 정자는 입언저리를 부르
경남일보   2012-04-27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2>
“엇, 어, 언제 와 왔수?” 물동이를 머리에 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정자를 본 화성댁은 엉겁결에 뒷걸음질을 치며 말까지 더듬었다. 상대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정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화성댁은 굳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며 민숙이가
경남일보   2012-04-26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1>
우물 쪽으로 돌렸던 목을 얼른 앞으로 끌어왔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민숙에 대한 감정은 정자로서도 한마디로 요약할 수가 없었다. 속마음의 흐름을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신랑이 친누이 이상으로 좋아하는 정말로 그냥 누나라고 확실하게 단정을 짓고 싶
경남일보   2012-04-25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80>
의사는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형식은 자신의 엉덩이를 두어 번 찰싹찰싹 친 후 주사바늘을 꼽는 시늉까지 해 보이며 아주 능숙한 체까지 했다. 도리 없이 의사는 페니실린 주사약과 바늘을 형식의 손에 쥐어주었다. 태양이
경남일보   2012-04-24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79>
읍내의 한약방을 뒤지다 도무지 페니실린을 구할 수가 없자 형식은 병원을 찾아 다녔다. 읍내는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왜인과 눈이라도 마주치며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무조건 왜놈앞잡이였다는 낙인을 찍어 그의 재산을 무자비하게 빼
경남일보   201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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