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1,199건)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8>
민숙은 서둘러 호롱을 등잔대에 올렸다. 다행히 석유가 방바닥에만 번져 있을 뿐 홑이불이나 옷가지에는 튀지 않은 것 같았다. “……일어났니?” 이른 아침 여주댁은 안방에서 나오며 창호지문에 비친 민숙의 그림자를 보고 조용히 말을 걸었다. 오늘 아침에는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7>
별안간 젖이 덜 떨어졌던 그 시절로 돌아갔는지 민숙은 어머니의 품이 간절하게 그리웠다. 그렇더라고 학동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우선 대문 밖으로만 나가도 막힌 숨이 트일 것 같았다. 이를 악물며 참아도 눈물이 찔끔찔끔 새어나왔다. 대문간으로 향하던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뉴스 <36>
손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음을 느낀 민숙은 울음을 뚝 그쳤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등잔대의 밑둥치를 받치고 있는 둥글넓적한 나무였다. 민숙의 두 눈에 희망이 급히 충전되었다. 희망이 광기로 번쩍이는 순간 그녀는 등잔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5>
건넌방으로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겨놓던 여주댁은 민숙의 비명에 형식의 목소리가 섞이는 것을 듣곤 어이없고 기가 막혀 입이 떡 벌어졌다. 방망이를 힘주어 잡곤 단번에 걸음을 당겨갔다. ‘내 정신이 지금 온전한가? 이 무슨 벼락 맞을…….’ 방문 앞까지 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뉴스 <34>
민숙은 앞뒤 없이 발끈하며 형식을 강하게 밀쳤다. 너무 빤히 보이는 형식의 그 진심이 여간 괘씸한 것이 아니었다. ‘날 위한답시고 진석 오빠와의 결혼만은 막아보겠다 이거지?’ 민숙은 진석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나병의 징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3>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여주댁은 몸을 살짝 뒤척였다. 꿈길 따라 길을 떠난 그녀는 남편 김 씨와 만나고 있었다. 남편은 조금도 늙지 않은 신혼 초의 모습 그대로였다. 앞서가던 김 씨가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여주댁의 손을 꼭 잡았다. 남편이 이끄는 대로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뉴스 <32>
무심결에 담 쪽으로 눈길을 긋던 민숙은 목을 갸웃했다. 유령이라면 몰라도 사람의 키보다 높은 담 위로 누가 어떻게 목을 쑥 올리느냐 말이다. “어머님,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가끔씩 담을 타고 다니는 도둑고양이를 민숙은 떠올렸다. “글쎄, 괭이새끼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1>
여주댁은 눈앞에서 돋아나는 화성댁의 얼굴을 피하여 목을 옆으로 돌렸다. 죄지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자식 살리자고 귀한 남의 자식을 불구덩이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왜 아니 들겠는가? “들어가서 자거라.” 언제까지나 며느릿감의 뒷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30>
“워매, 누님! 괜찮으시오?” 잭나이프 건달이 펄쩍 뒤며 놀랐다. “괜찮으니까 안으로 들어가 있어.” 동숙은 건달들에게 기생집으로 눈짓을 했다. “어째 목이 컬컬허네. 참말이어라 지도 목이 쪼께??.” 건달들은 멋쩍은 상판을 하며 기생집으로 어슬렁거리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9>
“민숙 씨, 나와 같이 가. 응? 내가 호강시켜 줄게.” 놈은 덥석 잡은 민숙의 손을 막무가내로 잡아당겼다. “얘 형식아, 이 손 놔. 이 자식아!” 여주댁을 곁눈질하며 민숙은 당황히 소리를 질렀다. “저, 저놈이??. 네 이노옴!” 여주댁은 툭 튀어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8>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형식은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그래도 인사는 챙겼다. “한잔 했으면 조용히 집에 가서 쉬어야지 예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고 그러면 되겠느냐?” 놈이 어른은 알아본다고 판단한 여주댁은 별안간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타일렀다. “민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7>
“이거 놔요. 이 아주머니가 물장사하는 년 건성을 모르는 모양인데 맛을 보여드려야겠어요.” 동숙은 여주댁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냈다. 오나가나 사람대접 못 받고 사는 신세가 아니던가? 분풀이라도 실컷 해보겠다는 투였다. “어른한테 그러는 법이 아니다.”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6>
여주댁과 동숙은 입을 꾹 다물고는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빨리 갑시다.” 동숙은 걷는 것이 영 시원찮은 어머니를 부축하기 위해 팔을 잡으려 했다. “일없다.” 여주댁은 딸의 손을 홱 뿌리쳤다. 딸이 미워서가 아니라 미안해서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5>
‘네놈 아랫도리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닌데 어쩌겠니?’ 빤히 다 보이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는 체, “다께 상은 위로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리고 혹시 진석이 모친인가 여주댁인가 하는 사람 여기 있나요?”상대의 눈치를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4>
‘여보, 민숙 아버지, 여보, 민숙 아버지 날 데려가요. 제발, 제발 날 데려가요. 죽었으면 죽었지 민숙이 년이 문둥이 자식하고 사는 꼴은 못 봐요. 못 봐!’ 팔다리를 활짝 펼치며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무심한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는 얼굴로 얼빠진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3>
“이년아, 바른대로 말해. 진석이 놈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 이년아. 그렇지?” 아득히 깊은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감을 느끼며 화성댁은 절망했다. “일은 무슨 일이요?” “이년아, 귀신을 속여라.” “아침 먹은 것이 체했다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2>
그녀는 시집에서 쫓겨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남 앞에선 무조건 주눅이 들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환자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으니 가슴을 펴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사람들이 몰려와 더러운 문둥이 딸이라고 놀리며 손가락질을 해댈 것만 같았다. ‘뭐?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1>
그녀는 넘겨짚기까지 하고 있었다. 다껜지 여우대가리인지 하는 그 순사 놈은 진석이를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어머닐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진 못할 것이라고. 고향집으로 달려가 있는 마음을 동숙은 도로 거둬들였다. 섣불리 나섰다간 그녀 자신의 집이 왜경들에게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20>
뒷산 등성을 타고 넘어온 해거름이 짙은 그늘로 돌변하여 학동을 뒤덮고 있었다. 이제 여주댁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를 구슬리다 지쳐 협박하고 마구 발길질하며 구타하던 다께는 혀를 내둘렀다. 이런 독한 년은 처음 본다 싶었다. 급기야 다께는 학동사람들
이해선   2012-03-29
[연재소설] 오늘의 저편 <19>
학동마을 사람들을 족치고 들들볶아도 전임순사의 행방을 찾을 수 없자 다께는 화성댁과 여주댁에게 악랄한 시선을 딱 좁혔다. 부임해 오자말자 민숙이와 진석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일석이조의 성과를 올릴 궁리까지 하고 있었다. 화성댁이 먼저 주재소로 끌려갔다
이해선   2012-03-29
 51 | 52 | 53 | 54 | 55 | 56 | 57 | 58 | 59 |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