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145건) 제목보기제목+내용
[경일시단] 사월에 걸려 온 전화 (정일근 시인)
사월에 걸려 온 전화정일근 시인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
경남일보   2014-03-10
[경일시단] 옹이 (이대의 시인)
옹이 (이대의)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너무 부끄러워 마라나무도 상처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살아간다상처는 부끄럽고 숨기고 싶으나그 아픔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상처는 이겨내야 하는 것나무도 한때는 작은 일에 예민하게 몸살을 앓았다숨기고 싶은 상처를 이
경남일보   2014-02-24
[경일시단] 반지 (이향 시인)
반지 - 이향-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 희미한 자국이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 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 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 보면 너도 알겠지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조금은 알
경남일보   2014-02-10
[경일시단]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정영선 시인)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정영선 눈물 빠지게 불린 콩알들 뚫린 시루에 주르르 붓고 검은 보자기 덮는다 콩알 자존심 상한다 자라목처럼 안주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슬픈 습관을 두드려 부수느라 퍼부어지는 물줄기 돌풍, 돌풍세상 밖에서는 아무 일 일어나지
경남일보   2014-01-27
[경일시단] 독 (최윤희 시인)
독 (최윤희 시인)속이 쓰려 복국을 먹는다.누가 독을 탓는지 속이 시원하다.독에는 가시가 있어씹을 때 찌릿찌릿한 전기가 통한다.독은 살아 있다는 증거눈물이 흐를 때 비로소 독이 생긴다.새파란 고사리 줄기도 그렇고감자 어린 싹도 독기를 품고 자란다.치명
경남일보   2014-01-13
[경일시단] <새해를 여는 시> 해 돋네
해 돋네해 돋네미명에 부리를 쪼아 붉은해 돋네바다는 사금파리처럼 빛나고파도도 나직이 엎드려푸른 수심을 딛고 갑오년 새해가 돋네풀잎은 동녘으로 몸을 낮추고 겨울 언 나목들도 몸을 비트는 사이순백의 세상에황금 빛 찬란히 새 해가 오시네해 돋네사람과 사람들
경남일보   2014-01-01
[경일시단] 달팽이 (김유석 시인)
달팽이 -김유석-내 몸엔 나선의 미로가 들어있다. 몸속에서 헤매다몸 밖의 또 다른 미궁으로 겨우 기어 나와 두리번거리는 걸 길이라 한다.곡선을 풀어 곧은 행적을 남겨야 하는 나는 고행의 족속, 동시에끈끈한 흔적을 태엽처럼 몸에 되감으며 조금씩 나아가는
경남일보   2013-12-23
[경일시단] 몸관악기 (공광규)
몸관악기-공광규-“당신, 창의력이 너무 늙었어!”사장의 반말을 뒤로하고뒷굽이 닳은 구두가 퇴근한다살이 부러진 우산에서 쏟아지는 빗물이굴욕의 나이를 참아야 한다고처진 어깨를 적시며 다독거린다낡은 넥타이를 끌어당기는 비바람이술집에서 술집으로걸레처럼 끌고
경남일보   2013-12-09
[경일시단] 춤 (장옥관 시인)
춤-장옥관-흰 비닐봉지 하나 담벼락에 달라붙어 춤을 추고 있다 죽었는가 하면 살아나고 떠올랐는가 싶으면 가라앉는다 사람에게서 떨어져나온 그림자가 따로 춤추는 것 같다 제 그림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그것이 지금 춤추고 있다 죽도록 얻어맞고 엎어져 있
경남일보   2013-11-25
[경일시단] 계산 (주선화 시인)
후미진 시장 뒷골목 어머니 굴을 잡는다두드려도 때려도 벌리지 않는 입을 쩌억 벌리게 하는 힘은 굽은 등과 한쪽 다리를 접고 앉은 팔의 힘이다쉬가 마려운 어머니 일어나신다걸어가시는 모습이 ㄱ자시다낫 놓고 ㄱ자 모른다 하신다낫은 알제, ㄱ은 뭐란당가?칠
경남일보   2013-11-11
[경일시단]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 (복효근)
급한김에화단 한구석에 바지춤을 내린다힘없이 떨어지는 오줌발 앞에꽃 한송이 아름답게 웃고 있다꽃은 필시 나무의 성기일시 분명한데꽃도 내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 할까나는 나무의 그것을 꽃이라 부르고꽃은 나를 좆이라 부른다※작품설명:외설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읽
경남일보   2013-10-28
[경일시단] 넙치의 시 (김신웅 시인)
거대한 바다의 무게에 짓눌려 납작해져 버린,이제 얕은 물에 담가놓아도 부풀어 오를 줄 모르는 넙치여,억눌리고 억눌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내장을삼키고 삼켜, 그만 뒤통수까지 밀려난 눈으로넙치여,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한(恨)의 무늬처럼심해의 밑바닥에
경남일보   2013-10-14
[경일시단] 빈칸 (강희근)
음악회에 갔다가 나오는 중에몇십년 전 제자 둘을 만났다한 사람은 얼굴이 익은 데가 있고 한 사람은얼굴부터 빈칸이다얼굴만 아직 기억에 있는 제자도얼굴 뒤에 있는 추억은 캄캄한 빈칸이다시간이 흐른 뒤 그 얼굴을 만나면 그 얼굴마저 빈칸이되리라내가 지금 캠
경남일보   2013-09-30
[경일시단] 성묘 길 (주강홍 시인)
산 자와 죽은 자가 마주 섰습니다 경계의 돌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우린 한 잔 술을 나누고 침묵의 언어를 다스립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나뉘면서 그러나 꼭 해야 할 말들은 차마 숨겨 숨겨둡니다 그것은 다음에 또
경남일보   2013-09-16
[경일시단] 멸치의 열반 (장용철 시인)
눈이 꼭 클 필요가 있겠는가?검은 점 한개 콕 찍어 놓은 멸치의 눈.눈은 비록 작아도살아서는 그 큰 바다를 다 보았고이제 플랑크톤 넘실대는 국그릇에 이르러눈 어둔 우리를 위하여안구마저 기증하는 짭짤한 생검은빛 다 빠진 하얀 눈멸치의 눈은지금 죽음마저
경남일보   2013-09-02
[경일시단] 뒷굽 (허형만 시인)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경남일보   2013-08-19
[경일시단] 새우 (서하 시인)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잠수해버리겠다고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가 정말 사라졌다세상을 안으로만 껴안은 탓인지구부정하게 허리 펴지 못한 저녁놀몸이 한쪽으로 굽었다바다가 내다보이는 마을 앞길도굽을 데가 아닌 곳에서 슬며시 굽었다생의 마디마디 펴지지 않는 토막
경남일보   2013-08-05
[경일시단] 여승 (백석 시인)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쓸쓸한 낮이 옛날처럼 늙었다.나는 불경처럼 서러웠다.평안도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전판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경남일보   2013-07-22
[경일시단] 라면을 먹으며 (박은규 시인)
돌아 앉아 라면을 먹습니다밖에 비 쏟아지고 천둥 우를 우르를 치는 밤문득 허기가 졌나 봅니다문득 식욕이 돋았나 봅니다세상일과는 무관하게여백처럼 앉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등 뒤에 폭우는 더 거세게 나오고그것보다 더 큰소리를 내며 후루룩 후룩 라면을 먹습
경남일보   2013-07-08
[경일시단] 우현(雨絃)환상곡 (공광규 시인)
빗줄기는 하늘에서 땅으로 이어진 현(絃)이어서나뭇잎은 수만 개 건반이어서바람은 손이 안 보이는 연주가여서 간판을 단 건물도 고양이도 웅크려 귀를 세웠는데가끔 천공을 헤매며 흙 입술로 부는 휘파람 소리화초들은 몸이 젖어서 아무데나 쓰러지고수목들은 물웅덩
경남일보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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