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145건)
[경일시단] 어떤 사랑에 대해 (이성이 시인)
어떤 사랑에 대해 (이성이) 설거지를 하다 그릇끼리 끼었다 하나가 등 뒤에서 껴안은 상태인데 흔들어도 보고 세제를 발라 살살 달래 봐도 도대체 떨어지지 않는다 오롯한 집중, 자세히 보니 신기할 정도로 꽉 붙어버렸다 서로 다른 그릇이 이렇게 부둥켜안으려
경남일보   2014-07-07
[경일시단] 저주 (차○○)
저주 (차○○)온통 하얀색으로 도배된 방에 하얀 옷과 갈색바지를 입은 20개의 생명이앉지도 못하고 빈틈없이 서 있다. 하루에 몇 번씩 방이 기울어지고생명들이 방을 떠난다.이제 내 차례다.방이 기울어지고 나는 방밖으로 나갔다. 아~! 내 몸에 불이 붙는
경남일보   2014-06-23
[경일시단] 자석 (주강홍 시인)
자석 (주강홍)고물 쟁이 팽씨가 줄을 길게 늘어드리고 냄비 뚜껑만한 자석을 설렁설렁 끌고 다닌다 뒷짐을 지고폐목 부스러기 속으로 먼 산을 보시면서도 구석구석 거느린다.구부러진 못들의 눈들이 일제히 빛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쇠붙이들이 붙는다.그 꼬리에
경남일보   2014-06-09
[경일시단] 주걱이 설 때 (송진권 시인)
주걱이 설 때(송진권 시인)처음엔 싸게 불을 피우면서눌어붙지 않게 주걱으로 잘 저어줘야 햐눌커나 타면 화근내가 나서 못 먹어계속 천천히 저어줘야 햐딴전 피거나 해찰부리면 금세 눌어붙어 못 써뒷간엘 가도 안 되고 잠시잠깐 자리를 떠도 안 되지아무것도 아
경남일보   2014-05-26
[경일시단] 단풍나무 빤스 (손택수 시인)
단풍나무 빤스 (손택수)아내의 빤스를 구멍이 난 걸 알게 된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경남일보   2014-05-12
[경일시단] 청어를 굽다 Ⅰ (전다형 시인)
청어를 굽다 1 (전다형)청어 살을 발라 먹으며 용서를 생각한다.살보다 가시가 많은 청어가시 속에 숨은 푸른 속살을 더듬어 나가면내 혀끝에 풀리는 바다어제 그대의 말에 가시가 많았다.오늘 하루 종일 가시가 걸려 목이 아팠다.그러나 저녁 젓가락으로 집어
경남일보   2014-04-21
[경일시단] 질문 (정하해 시인)
질문 (정하해)일생을 통틀어 그대를 향해 걸었으나나는 아직 동틀 무렵을 벗어나지 못했다생활이 늘 붐비는 치레인가 싶어잠시 허공을 느낀다모르는 날들은 쏜살같이 달려와분분 천 년이라 하고그리하여 내가 이 꽃 저 꽃으로 피고, 피다가북두 어디쯤 가서시퍼런
경남일보   2014-04-07
[경일시단] 안부 (정다혜 시인)
안부 (정다혜 시인)사랑니 두 개 한꺼번에 뽑았습니다필요 없는 사랑 여태 갖고 있었냐는 의사의 말에오래 숨겨놓은 비밀 들킨 것 같아 움찔 했지요사랑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말이 헛돌고비릿한 슬픔이 이빨에 씹힙니다사람이 빠져나간 자리는 이런 거구나비명 한
경남일보   2014-03-24
[경일시단] 사월에 걸려 온 전화 (정일근 시인)
사월에 걸려 온 전화정일근 시인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
경남일보   2014-03-10
[경일시단] 옹이 (이대의 시인)
옹이 (이대의)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너무 부끄러워 마라나무도 상처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살아간다상처는 부끄럽고 숨기고 싶으나그 아픔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상처는 이겨내야 하는 것나무도 한때는 작은 일에 예민하게 몸살을 앓았다숨기고 싶은 상처를 이
경남일보   2014-02-24
[경일시단] 반지 (이향 시인)
반지 - 이향-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 희미한 자국이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 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 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 보면 너도 알겠지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조금은 알
경남일보   2014-02-10
[경일시단]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정영선 시인)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정영선 눈물 빠지게 불린 콩알들 뚫린 시루에 주르르 붓고 검은 보자기 덮는다 콩알 자존심 상한다 자라목처럼 안주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슬픈 습관을 두드려 부수느라 퍼부어지는 물줄기 돌풍, 돌풍세상 밖에서는 아무 일 일어나지
경남일보   2014-01-27
[경일시단] 독 (최윤희 시인)
독 (최윤희 시인)속이 쓰려 복국을 먹는다.누가 독을 탓는지 속이 시원하다.독에는 가시가 있어씹을 때 찌릿찌릿한 전기가 통한다.독은 살아 있다는 증거눈물이 흐를 때 비로소 독이 생긴다.새파란 고사리 줄기도 그렇고감자 어린 싹도 독기를 품고 자란다.치명
경남일보   2014-01-13
[경일시단] <새해를 여는 시> 해 돋네
해 돋네해 돋네미명에 부리를 쪼아 붉은해 돋네바다는 사금파리처럼 빛나고파도도 나직이 엎드려푸른 수심을 딛고 갑오년 새해가 돋네풀잎은 동녘으로 몸을 낮추고 겨울 언 나목들도 몸을 비트는 사이순백의 세상에황금 빛 찬란히 새 해가 오시네해 돋네사람과 사람들
경남일보   2014-01-01
[경일시단] 달팽이 (김유석 시인)
달팽이 -김유석-내 몸엔 나선의 미로가 들어있다. 몸속에서 헤매다몸 밖의 또 다른 미궁으로 겨우 기어 나와 두리번거리는 걸 길이라 한다.곡선을 풀어 곧은 행적을 남겨야 하는 나는 고행의 족속, 동시에끈끈한 흔적을 태엽처럼 몸에 되감으며 조금씩 나아가는
경남일보   2013-12-23
[경일시단] 몸관악기 (공광규)
몸관악기-공광규-“당신, 창의력이 너무 늙었어!”사장의 반말을 뒤로하고뒷굽이 닳은 구두가 퇴근한다살이 부러진 우산에서 쏟아지는 빗물이굴욕의 나이를 참아야 한다고처진 어깨를 적시며 다독거린다낡은 넥타이를 끌어당기는 비바람이술집에서 술집으로걸레처럼 끌고
경남일보   2013-12-09
[경일시단] 춤 (장옥관 시인)
춤-장옥관-흰 비닐봉지 하나 담벼락에 달라붙어 춤을 추고 있다 죽었는가 하면 살아나고 떠올랐는가 싶으면 가라앉는다 사람에게서 떨어져나온 그림자가 따로 춤추는 것 같다 제 그림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그것이 지금 춤추고 있다 죽도록 얻어맞고 엎어져 있
경남일보   2013-11-25
[경일시단] 계산 (주선화 시인)
후미진 시장 뒷골목 어머니 굴을 잡는다두드려도 때려도 벌리지 않는 입을 쩌억 벌리게 하는 힘은 굽은 등과 한쪽 다리를 접고 앉은 팔의 힘이다쉬가 마려운 어머니 일어나신다걸어가시는 모습이 ㄱ자시다낫 놓고 ㄱ자 모른다 하신다낫은 알제, ㄱ은 뭐란당가?칠
경남일보   2013-11-11
[경일시단]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 (복효근)
급한김에화단 한구석에 바지춤을 내린다힘없이 떨어지는 오줌발 앞에꽃 한송이 아름답게 웃고 있다꽃은 필시 나무의 성기일시 분명한데꽃도 내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 할까나는 나무의 그것을 꽃이라 부르고꽃은 나를 좆이라 부른다※작품설명:외설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읽
경남일보   2013-10-28
[경일시단] 넙치의 시 (김신웅 시인)
거대한 바다의 무게에 짓눌려 납작해져 버린,이제 얕은 물에 담가놓아도 부풀어 오를 줄 모르는 넙치여,억눌리고 억눌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내장을삼키고 삼켜, 그만 뒤통수까지 밀려난 눈으로넙치여,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한(恨)의 무늬처럼심해의 밑바닥에
경남일보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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