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18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지난기사검색] 전체3.28(목)3.27(수)3.26(화)3.25(월)3.22(금)3.21(목)3.20(수) 오늘의 저편 <18> 새벽별들도 또렷또렷한 눈으로 민숙을 보았다. “이년 민숙앗!” 화성댁이 입에 거품을 물고 나타났다. 다짜고짜 딸의 머리채를 낚아채곤 마을로 끌어가기 시작했다. 오다가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누런 광목 치마에는 시뻘건 흙이 군데군데 찍혀 있었다. “엄마, 이것 놓고 말씀하세요.” 민숙은 목소릴 낮추어 침착하게 말했다. “이 철딱서니 없는 년아, 문둥병이 얼마나 무서운 지 알기는 알고 덤비니?” 화성댁은 이를 뽀드득 갈았다. “알았어요. 제 발로 갈게요. 이거 놔 주세요.” 민숙은 앞장서서 끌려가 주었다. 어머니의 드센 행동이 오빠의 아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5 오늘의 저편 <17> 이때다 싶은 얼굴로 민숙은 잽싸게 방문을 열었다. “이년아 이 에미 죽은 꼴 볼래?” 고쟁이를 내리다 말고 화성댁은 측간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삔 발목을 빌질 끌며 밖으로 나오는 딸을 보곤 눈이 확 뒤집어졌다. “어, 엄마!” 놀란 민숙은 목을 양어깨 안으로 집어넣었다. “들어가지 못해? 빨리 들어가란 말이다.” 화성댁은 보란 듯이 수채 옆에 엎어둔 요강을 들고 왔다. 진즉에 이 생각을 못했던가 하는 표정이었다. “죄송해요.” 요강에다 절망을 튀기던 민숙은 별안간 미안감이 뒤엉키는 얼굴로 화성댁을 노려보았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기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4 오늘의 저편 <16> 지금 한동네에서 살아온 정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딸년을 위해 여주댁과 진석이가 빨리 주재소로 끌려가길 바라고 있었다. 순사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문을 외기도 했다. “그러지 말고 뒷간에 다녀오세요.” 창호지 문에다 내놓은 손가락구멍으로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민숙은 방문을 살그머니 열며 얼굴을 쏙 내밀었다. 그녀는 날이 밝아올까 봐 가슴이 졸아붙고 있었다. 죽은 순사를 찾아 금방이라도 눈에 불을 켠 인간들이 나타나 오빠의 집을 들쑤셔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되면 오빠가 학도병으로 끌려가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4 오늘의 저편 <15> 그녀는 그곳에서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들의 발길을 끓어놓기 위하여. “당신은 어머니 될 자격이 없어.” 진석은 판결을 내리듯 그렇게 말했다. 자식 생각을 빈대눈물만큼이라도 했다면 보낼 수 없었더라도 보냈을 것이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서운한 마음이 설움으로 왈칵 북받쳐 올랐지만 여주댁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아들 손에서 기어이 삽은 빼앗았다. “변명이라도 해 보세요. 절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죽여야 했고 뒷방에서 지내게 할 수도 있었는데 굴속으로 보냈다고……. 헛, 헛!” 진석은 분노로 전이된 절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3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51525354555657585960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