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4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지난기사검색] 전체3.28(목)3.27(수)3.26(화)3.25(월)3.22(금)3.21(목)3.20(수) [강재남의 포엠산책]아침 식사 아침 식사 /자크 프레베르그이는 잔에 커피를 담았지그이는 커피 잔에 우유를 넣었지그이는 우유 탄 커피에 설탕을 탔지그이는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를 저었지그이는 커피를 마셨지그리고 잔을 내려놓았지내겐 아무 말 없이그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지그이는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지그이는 재떨이에 재를 털었지내겐 아무 말 없이그이는 나를 보지도 않고 일어났지그이는 머리에 모자를 썼지그이는 비옷을 입었지비가 내리고 있었기에그리고 그이는 빗속으로 떠나버렸지말 한마디 없이 나는 보지도 않고그래 나는 두 손에얼굴을 묻고 울어버렸지--------------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1-01-17 16:39 [주강홍의 경일시단]동파 동파 /주강홍꼭지를 열어 두었는데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망치로 몇 번 쳐보고 흔들어도눈물샘이 막혔는지 울지를 못한다계량기의 눈금이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어딘가 단단히 막힌 것은 확실한데대체 거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그런다고 저 깊은 땅을 다 파낼 수도 없고궁리를 하고 있는데도 입주자들은 난리다토치카로 입을 달구었다추달에도 자백은 쉽지 않다몇몇은 허리를 내려치고 머리를 흔들었다증좌는 있는데 실토가 없는 깜깜한 지하실처럼작은 신음만 먼 은하처럼 수신된다차가운 것들을 차갑게 오래 두었다차가운 것들이 너무 차갑게 뭉쳤다소통이 차가워졌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1-01-10 16:15 [강재남의 포엠산책]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최영미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일정량의 바람과 햇살과 비, 가장 적합한 비율일 때 꽃은 꽃이 원하는 시간만큼 피고 질 거라는 생각.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 경일시단 | 박성민 | 2021-01-03 16:26 [주강홍의 경일시단] 간이역을 지나며.2/김미윤떠날 자 떠나게 하고 침목처럼 가라앉는인연은 마침표 되어 적멸로 채워지리니단색화 같은 세월이 허허롭게 걸린 역두돌아올 수 없는 길로 흐린 기약은 흐르고소소한 풍경 속에서 조각난 눈빛을 줍듯바람 끝 일몰로 타는 저 만수받이 플랫폼-------------------------한 해의 매듭을 맺으며 되돌아 본 삶의 궤적은 원근에 따라 판독이 다르다.바람에 떠밀려 쉼표처럼 서녘 하늘에 서성 되는 반쪽 달처럼 달력 끝장에서 머뭇거리는 지금은 더욱 생각이 많아진다.살아온 것들이 함부로 갈겨선 낙서장 같기도 하고 그래도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0-12-27 16:53 [강재남의 포엠산책]나-무 나-무 /김동찬소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오동나무…촉촉하게, 푸르게 살아 있는 동안은나-무라 불리우지 않는다.무슨무슨 나무일뿐이다.초록색 파란 것, 말랑말랑 촉촉한 것꿈꾸고 꽃피고 무성하던 젊은 날다 떠나보내고 나서나-무가 되는 나무나무는 죽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집이 되고, 책상이 되고, 목발이 되는 나-무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되는 나-무------------------------------------------------------------------꽃피고 이파리 무성한 날을 떠나보내고 비로소 나(我)-무(無)가 된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20-12-20 17:42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