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145건) 제목보기제목+내용
[경일시단] 노숙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경남일보   2012-11-05
[경일시단] 나목시대
보 삼백 월 이십의광고지가 비 맞으며근 한달 전봇대에 거꾸로 매달려도이명에 환청만 듣는 선소리꾼 원룸 투룸전세 든 전전셋집에월세 든 떠돌이가새벽 인력시장에바람맞아 돌아서면월말이 등을 다독이며 사글세를 청한다담보냐 물으면신불이라 답하며 흑싸리나 똥껍데기
경남일보   2012-10-23
[경일시단] 나사 못
헐렁한 것들을 위하여 탱탱해야지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다가 가야해상처를 주면서 상처를 메우는 거야힘들 때는 한 박자 쯤 쉬는 것도 좋아틈새에서 간격을 척도하고조심스레 가슴에다 사리 하나씩 박아 두는 거야깊을수록 좋지들어왔던 방향으로는 절대 빠져 나가지
경남일보   2012-10-08
[경일시단] 추분호박
천지가 쓸쓸해지기 시작한다는 추분 무렵삶이 그대를 꽤나 속이겠지만곧 스산하게 감이파리 떨어지고바람결 쌀쌀해지면아버지 빛바랜 삼베적삼같은 허수룩 농막 지붕위에사부작 사부작 기어올라 앉으신 미륵사 보살 두 분붉누른 저 미소 살갑지 않으신가작가 프로필= 1
경남일보   2012-09-24
[경일시단] 아들에게
를 닮지 말거라 모습도 행동거지도 애비의 애환… 사랑까지도 닮지 마라 기우는 달 바라보는 꼴도 별빛 살라먹는 청승도 술잔 비우는 외로움도 닮지 마라 너는 너의 길을 가거라 애비의 반쪽 삶도 애비의 반쪽 자만도 절대 닮지 말거라 애비의 이름 석자마저도
경남일보   2012-09-10
[경일시단] 첫사랑
어린 시절 고향길그대로 서 있는 철 모르는 코스모스하얀 옷깃에 주름치마 입었던첫 사랑 숙이를 닮았다가을 바람 조금만 닿아도속치마 보일까 이리 흔들 저리 흔들손잡자 얼굴 붉히며손아귀 빠져나가는 모습영락없는 열여섯 얼굴십 년이면 산도 강도 변한다는데삼십
경남일보   2012-08-27
[경일시단] 인력시장
바람의 코뚜레가 팽팽하게 당겨지는광장의 블랙홀같은 어둑신한 시장골목소처럼 거품을 물고사내들이 달려든다다리 굵고 튼실한 한 사내를 골라산다부르튼 손마디로 고삐를 틀어쥔오늘은 내가 그대의일용할 양식이다등골을 파고드는 허기가 생각난 듯부르르 진저리치는 이방
경남일보   2012-08-13
[경일시단]
얼마나 속을 비우면 하늘을 날 수 있을까몸속에 흐르는 진한 피를 걸러내어이슬을 갈아 마시는 비상의 하얀 갈망혼자서 견뎌야 할 더 많은 날을 위해항로를 벗어나는 새들의 저 무한 여행무욕의 날갯짓으로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쓴다.프로필=전 경남문협 회장작품해
경남일보   2012-07-30
[경일시단] 양파꽃
매운 꽃을 아시나요화왕산 관룡산 아래 다천 산방 그 아래흐르는 냇물을 일제히 밀어 올리는 지독한 꽃웅얼웅얼 속앓이가 터지다 멈춘 듯온몸 뒤덮인 열꽃뭉툭하게 솟아 제 살 깎는 매운 날 끝으로 동행한 비도 몰아세우고 첫 수확 끝난 옥천 들판댕그마니 씨종자
경남일보   2012-07-16
[경일시단] 다리
전화가설공 김씨는 공중에 떠있다. 그는 허공을 밟고 활쏘는 헤라클레스처럼 남쪽하늘을 팽팽히 잡아당긴다. 당길 때마다 봄 하늘이 조금씩 다가왔다. 공중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 들린다. 사랑해요. 화살처럼 달려가는 중이다. 붉은 자켓을 펄럭이며 그는 지금
경남일보   2012-07-02
[경일시단] 북어
못에 찔려 잠드는 날들이 많아졌다좌판 위 마른 북어의 정물처럼 차갑게 누워가슴을 짓밟고 가는 구두소리를 듣는다뚜벅뚜벅 그들처럼 바다에 닿고 싶다아무렇게나 밀물에 언 살을 내맡겨 보면맺혔던 실핏줄들이 하나 둘 깨어날까내 꿈은 북(北)으로 가서 돌아오지
경남일보   2012-06-18
[경일시단] 참외 수박 고르는 비
딸 아이 먹일 참외빗물이 고른다꾀꼬리참외도 만져보고개구리참외도 만져보고어느 것이 더 달까냄새도 만져본다딸아이 먹일 수박빗방울이 고른다큰 것도 톡톡작은 것도 톡톡어느 것이 잘 익었나두드려 본다조평규 시인 프로필= 1945월간 문학 신인상작품해설= 빗물이
경남일보   2012-06-04
[경일시단] 바느질
하루를 마감하는 조용한 저녁 시간흐트러진 마음을 한 땀 한 땀 바로잡아꿰매는 아내의 눈은 꽃사슴을 닮았다.▲작가=정현대▲프로필:1992 현대시조 신인상▲작품해설: 백열등이 졸고 있었을까. 연탄불을 갈아놓고 달빛 한 가닥 빌려다 헤어진 삶의 조각을 꿰매
경남일보   2012-05-21
[경일시단] 아버지
가뭄 논바닥엔 쉴 새 없이 물은 퍼 대는데바닥이 닿는 두레박에는 몇 개의 별이 흐리게 흔들리고6월의 갈증 속에조각난 꿈을 꿰는 새벽녘언제나 허기진 노동과채워도 채워도 저 가난한 입들선잠을 깨고 문풍지 넘어 실눈으로 보았든 검은 아버지. 그 유년의 한
경남일보   2012-05-07
[경일시단] 지리산 편지
누님 찔레꽃 천지 사방 환하게 피었으니맘 상하는 일 있거들랑고향으로나 오이소귀농한지 수년 되어 가는 녹차밭 한켠 바위 같은 내 동생화개 골짜기에 분 삭이는 기별 이랑처럼 패여서섬진강 은어떼 소리 다 모아온 밤을 채우고별빛마저 비수가 되어 시리도록 꽃비
경남일보   2012-04-23
[경일시단] [경일시단]정한수
뒤란 해그림자 댕기 땋아시렁에 얹어두고 감낭개 달 걸리는 날 손 비비며 간짓대로달을 따시는 어머니동구밖 개는 컹컹짖고부엉이 울음 댓바람 마실가고 탱자나무 울타리에 보름달 노루잠 자든 날 장독대에 어머니한웅큼 별만 씻고 계시네프로필=2006문예춘추 등단
경남일보   201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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