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1,618건)
[경일춘추] 등잔과 관솔불이 있는 풍경
이덕대(수필가)
봄이 오면 바람은 온갖 것들을 흔든다. 흔든다기보다 숫제 들쑤신다는 표현이 맞겠다. 초가지붕 깊숙이 추운 겨울을 나던 참새도 봄볕을 찾아 나선지 벌써 달포가 지났다. 보리밭 검은 땅이 푸른 물결로 바뀌려면 가까이 지나는 계곡 물안개가 서너 번 더 피어
경남일보   2018-03-21
[경일춘추] 동행
허숙영 수필가
새벽에 눈을 떠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본다. 두 눈을 찡그리면 숫자들이 제법 선명하게 보였는데 오늘은 빛이 번져 온통 시뻘겋다. 요즘 들어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 같아 더럭 겁이 난다. 앞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눈을 감으니 세상은 암
경남일보   2018-03-20
[경일춘추] 아내의 반란
문복주(시인)
아내가 반란을 일으켰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내의 육십 회갑잔치가 끝나고부터 아내가 보이지 않게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면 아내가 없다. 아침마다 어디를 갔다 오냐고 물어보니 헬스장에 다닌다고 한다. 수요일 저녁이 되면 “여보, 음악회가 있어
경남일보   2018-03-19
[경일춘추] 내 인생의 진정한 벗
정삼희(시인)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이웃, 모르는 이웃으로부터 은덕을 입는다. 우리가 이렇게 무사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유형 무형의 도움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처럼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
경남일보   2018-03-18
[경일춘추] 날씨와 성격
신용욱(경남과기대 교수)
며칠 사이 날씨가 갑자기 기온이 오르면서 겨울이 봄을 지나 초여름으로 달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보는 앙상한 멀구슬나무 가지와 그 열매는 겨울느낌인데 캠퍼스에 핀 매화를 보면 봄이 맞고 점심시간 학생들의 옷차림은 초여름이다. 흔히들
경남일보   2018-03-15
[경일춘추] 선생님의 가정방문
이덕대(수필가)
봄이지만 아직 춥다. 잿빛 구름 아래로 흙바람이 분다. 오늘도 중공(中共)의 원자폭탄 실험이 있는 날이라고 장독대 항아리 뚜껑 닫는 것은 물론 담장이나 마당에 널어놓은 나물이나 먹거리는 전부 거두어들이라는 선생님 말씀이 있었다. 초등학교 사회책에 실려
경남일보   2018-03-14
[경일춘추] 빗물 저금통
이웃 아파트 옆을 지날 때다. ‘빗물 저금통’이라는 선명한 고딕체 이름표가 붙은 원통형 물받이가 눈에 띈다. 어른의 허리춤 높이에 1t가량의 물을 받을 수 있는 푸른 통이 아파트 관리실의 천장 홈통과 연결되어 있다. 정말 옆구리에 든든한 저금통 하나
경남일보   2018-03-13
[경일춘추] 우주로의 초대
문복주(시인)
'1987년’ 영화처럼 5공 시절 문필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받고 나온 시인 박정만이 시름시름 앓다 마지막으로 쓰고 간 시는 다음과 같다.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얼마나 통쾌한 보석 같이 빛나는 묘비명 시인가. 그는 죽은 것이
경남일보   2018-03-12
[경일춘추] 진정한 아는 것
신용욱(경남과기대교수)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 라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아는 것’이라고 했다. 논어의 ‘위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위정은 ‘위정이덕’의 줄임말로 ‘덕으로 감화시켜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논어에서 배움에 관한 이야기는 ‘학이’편
경남일보   2018-03-08
[경일춘추] 고향의 봄이 오는 소리
이덕대(수필가)
벌레가 입을 떼고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났으니 이제 봄이 본격적으로 올 것이다. 남녘의 바다에서부터 동토의 북녘까지 어김없이 봄은 사뿐사뿐 오고 있을 것이다. 봄은 봄비로부터 오는 것 같지만 빛, 바람, 소리로도 온다. 어린 시절 봄은 여러 가지로부터
경남일보   2018-03-07
[경일춘추] 보름달 아래서
허숙영(수필가)
보름달이 훤하다. 세상 구석구석에 빛이 들기를 염원하지만 높은 빌딩 숲에 가려서인지 그늘진 곳이 많아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여느 해처럼 우리부부는 아침부터 소주잔을 채워 귀밝이술을 하고 호두를 깨물었다. 귀가 너무 밝아도 탈이라고 하자 좋은 말
경남일보   2018-03-06
[경일춘추] 동백꽃 진 자리
문복주(시인)
폐암 3기 진단을 받아 삼성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 친구가 있다. 명절을 지내고 상경한 김에 문병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전화했다. 부여 근처의 요양 병원에 있으니 그리로 오라고 한다. 이제 가망이 없는 모양이구나. 시골 요양병원에서 마지막을 준
경남일보   2018-03-05
[경일춘추] 봄봄
정삼희 (시인)
내일이면 경칩이다. 경칩은 24절의 셋째로 우수와 춘분 사이에 있다. 이는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영어로 봄을 뜻하는 spring은 원래 돌 틈 사이에서
경남일보   2018-03-04
[경일춘추] 진정한 자부심
신용욱 (경남과학기술대학교교수)
올림픽의 감동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선생된 입장으로 그들의 재능을 세계만방에 펼친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을 우리 학생들이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흔히 재능있는 사람을 보면 부모로부터 타고난 재능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의 타고
경남일보   2018-03-01
[경일춘추] 어느 산골의 옛 대보름 풍경
이덕대(수필가)
흥무산 위로 정월 대보름달이 떠오른다. 냇가 논 가운데 커다란 달집이 지어지고 가오리연, 방패연이 가운데 솟아있는 높다란 대나무에 매달려, 농염하게 타오르는 짚불과 연기를 따라 우쭐우쭐 춤을 춘다. 상쇠 어른은 지신밟기 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연신
경남일보   2018-02-27
[경일춘추] 2월
허숙영(수필가)
2월은 바람의 달이다. 꽃샘추위에 소뿔 오그라든다는 말이 있다. 바람 속에 칼끝을 숨긴 듯 매섭다. 이런 때는 옷깃을 여미고 차분히 자신을 정돈해야 한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느라 떠들썩했던 시간을 자숙하고 새봄을 맞을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마련한
경남일보   2018-02-27
[경일춘추] 애기능금
문복주(시인)
산골생활에 접어든 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동네 어르신 몇 분이 집을 찾아왔다. 차와 과일이 나오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다 노인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문 교장이 아마 용띠. 그러니까 올해 환갑 맞지?”, “예, 그렇습니다”, “어린 녀석이 어
경남일보   2018-02-26
[경일춘추] 끝과 시작에 관하여
최봉억(김해계동초등학교 교감)
퇴역하는 이의 시간표에는 단지 퇴역하는 시점의 시간적 물리량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와 같은 맥아더 장군의 퇴역 연설처럼 흔적은 사라지지만 레전드 같은 그의 정신과 철학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남일보   2018-02-25
[경일춘추] 참신한 새해덕담이 필요하다면
신용욱(경남과학기술대학교교수)
평창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클로이 김은 한국계 미국대표선수로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미 양국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주지 LA에는 평소 눈이 없기 때문에 부녀는 새벽 2~3시에 출발해서 523km 떨어진 메머드 레이크까지 아버지가 운전하는
경남일보   2018-02-22
[경일춘추] 디지털 시대와 사진틀
이덕대(수필가)
어린 시절 설은 풍요로움이었다. 시간의 열차가 지나고 나면 다시 올 수 없는 과거 행복의 시간들이 아쉬울 때가 이즈음이다. 어차피 삶이란 가만히 엎드려 있건 달리고 있건 시간이란 것이 곁을 스치고 지나가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만져지지도 않는 시간이 세
경남일보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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