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언저리를 파르르 떨며 가슴을 정확하게 두 번 탁탁 쳤다.
자전거가 서는 기척을 등 뒤로 느낀 화성댁도 이젠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대로 순사가 대문을 발로 차고 들어오면 아이들은 꼼짝없이 잡히고 말 것만 같았다. 둘을 지켜달라고 빌어 볼 때라곤 하늘밖에 없었는데 지금 당장 하늘은 너무 먼 데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 것만 같은 얼굴로 서 있던 화성댁은 투박한 목청으로, “이년아, 내 딸 내놔.”라고 하며 여주댁의 쪽진 머리를 움켜잡았다.
“헛! 이, 이 무슨 짓???”
졸지에 머리를 낚아 채인 여주댁은 말문이 막혔지만 상대의 마음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흡사 싸움을 걸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흥, 누가 할 소리!”
라고 응수하며 역시 비녀 꽂은 화성댁의 머리로 손을 와락 뻗쳤다.
“진석이 놈 어디 있어? 내 딸 꼬드겨 달아난 진석이 놈 어디 있냐 말얏?”
여주댁과 화성댁은 한데 뒤엉키어 서로의 머리를 번갈아 잡아 흔들며 목청껏 악을 써댔다.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오는 순사의 기척을 느꼈을 땐 억눌려 있던 서로의 가슴을 있는 대로 다 풀어내듯 더욱 격렬하게 상대의 머리를 쥐어뜯고 잡아 흔들고 그랬다.
허락도 없이 남의 집 대문간으로 들어서던 순사는 엉켜 있는 두 여자를 보았다. 무조건 혐오스런 눈빛으로 다가가다간 마당에 뒹굴고 있는 두 개의 비녀를 발견했다. 신경질적인 얼굴로 비녀를 번갈아 짓밟아댔다.
‘집안을 샅샅이 뒤질까? 싸움부터 뜯어말릴까?’ 갈등에 휩싸인 순사는 두 여자의 입에서 튀밥처럼 툭툭 튀겨져 나오는 악다구니에 귀를 기울였다.
순사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점을 치기 시작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처녀총각끼리 서로 눈이 맞을 수 있겠다.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면 함께 도망칠 궁리도 할 수 있겠다.’
오른손에 든 곤봉으로 왼쪽 손바닥을 탁탁 치며 순사는 아주 잠깐 생각에 잠겼다. 점괘가 적중한다면 군침을 삼키며 쫓고 있던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다 놓쳐버린 셈이었다.
입안이 텁텁한지 순사는 입을 쩍 벌렸다 다물었다 하더니 싸우고 있는 두 여자에게로 눈을 모았다. ‘저것들을 지서로 연행해 갈까? 어미들이 갇혀 있는데 자식이란 것들이 나타나지 않고 배겨?’
짓다가 만 새집이 되어버린 머리로 화성댁과 여주댁은 더욱 열심히 악을 쓰며 거품까지 물었다. 보고 있던 순사의 입에선 ‘허!’ 하는 소리가 어이없이 터져 나왔다. ‘미쳤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저것들이 사람이야 쌈닭이야?’ 제정신이 아닌 여자 둘을 읍내까지 끌고 갈 생각을 하던 순사는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지 그냥 대문 밖으로 나갔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