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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편 <8>
이해선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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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9  15: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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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고 있던 화성댁은 마을 쪽으로 되돌아오는 순사를 발견하곤,

“저 여우같은 놈이……!”

하는 소리를 뇌까리며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세웠다.

 ‘여주댁에게 되돌아가서 계속 싸우는 체해야 할까?’ 화성댁은 떨리는 다리로 뒷걸음을 치는가싶더니 몸을 홱 돌려 팔을 앞뒤로 세차게 흔들며 뛰듯이 걷기 시작했다.

 ‘지금쯤 뒷산 깊숙한 곳까지 도망을 쳤을 거야. 암, 둘 다 기운이 펄펄 솟구칠 나이가 아닌가. 산을 넘고도 남았겠다.’ 화성댁은 주먹을 불끈 쥐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자전거 소리가 바로 등 뒤까지 따라와 있어서 날아가지 않는 이상 순사보다 먼저 여주댁 대문을 두드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화성댁은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민숙을 업고 뒷산의 목까지 올라간 진석은 이제 마을로 내려오고 있었다. 방금 전  숲 사이로 아래쪽 동정을 살피다 돌아가고 있는 순사를 본 거였다.   

 산중턱 바로 위 움푹 들어간 산의 왼 겨드랑이엔 굴이 몇 개 있었다. 쫓기는 사람이 숨기에 딱 좋았다. 밤바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인지 학동 사람들은 그 굴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여주댁도 진석에게 단단히 못을 박아두었다. 굴 근처엔 얼씬하지도 말라고.

 대낮에도 시커멓게 보이는 산의 겨드랑이를 흘깃 보며 진석은 걸음을 아래로 재촉했다.

 진석의 집 앞까지 온 순사는 비밀스레 뜸을 들이듯 굳게 닫힌 대문을 독한 눈빛으로 흘겼다. 이어 자전거에서 내리기는 하더니 대문간이 아닌 집 뒤쪽으로 소리 없이 발걸음을 옮겨갔다.

 뒷산자락은 진석의 집 뒷담 턱밑까지 흘러내려와 있었다. 담만 넘으면 산이 턱을 받치고 있어서 산속으로 달아나기 안성맞춤이었다. 뒷산은 이름도 없는 주제에 꽤나 깊은 데다 양팔로 다른 산들을 껴안고 있어서 그곳으로 줄행랑을 치면 추격하던 순사는 노를 놓쳐버린 사공 꼴이 되기 알맞았다.

 약간 우묵한 곳을 발견한 순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싸늘하게 웃었다. 산자락으로 뻗어 나온 굴밤나무 가지가 그늘까지 만들어 놓고 있었다. 쑥 들어가선 시간의 흐름으로 덫을 치며 교활한 얼굴로 드러누웠다.

 ‘저녁때가 되면 진석이 놈이 내려오거나 어미가 밥을 가지고 아들한테 기어가겠지? 아냐, 내가 돌아간 줄 알면 이것들이 금방 집구석으로 내려올 거야.’ 순사는 교활한 얼굴로 눈을 슬쩍 감았다.

 인기척을 느낀 진석은 또 목을 뒤로 돌렸다. 짙은 초록빛 이파리들이 유월의 더운 바람에 몸을 좀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엔 목을 갸웃거렸다.

 “오빠, 뭔가 이상하죠?”

 덩달아 목을 뒤로 돌리곤 하던 민숙이도 진석의 귀에다 입을 딱 대고 마음을 툭 털어 넣었다.

 “그래, 참 이상해. 꼭 누가 우릴 따라오는 것만 같다.”

 “맞아요. 미, 미행당하는 기분이에요.”

 두려움이 잔뜩 엉기는 눈으로 민숙은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순사였으면 벌써 총구를 들이댔을 텐데……?”

 애매하다는 표정으로 진석은 기어이 걸음을 멈추었다,

 “맞아요. 순사는 아닐 거예요.”

 민숙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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