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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편 <9>
이해선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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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9  15: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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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동 뒷산으로 단숨에 갈 수 가는 지름길 같은 건 없었다. 자전거길이 따로 있는 건 더욱더 아니었다.

 “그래, 걱정하지 마.” 

 쿵쿵거리는 민숙의 가슴진동을 느끼며 진석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오빠, 이제 내려주세요.”

 산자락이 가까워지면서 길이 평평해지자 민숙은 걸어갈 자신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런 발로 걷는 건 무리야. 집까지 업어 줄게.”

 진석은 목을 오른쪽으로 돌려 민숙의 발등을 보았다. 벌써 많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괜찮아요. 오빠, 빨리 내려 주세요.”

 진석의 등에서 베나온 땀을 가슴으로 느끼며 민숙은 마음이 아렸다.

 “널 업고 있으니까 난 좋기만 한데 넌 싫으니?”

 빙그레 웃는 진석의 얼굴엔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이 물줄기가 되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 아뇨. 오빠 힘들까 봐 그러죠.”

 “하하하, 그럼 네가 날 좀 업어 줘. 응?”

 “참 오빠도…….”

 민숙은 진석의 목을 은근히 끌어안으며 그의 귀에다 웃음을 호호호 불어넣었다.

 간지럽다는 듯 턱을 조금 꿈틀거리던 진석의 얼굴에 행복감이 여유 있게 번져갔다.

 잠복하고 있던 순사는 귀를 세우며 상체를 발딱 세웠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방향으로 가자미눈을 떴다. 목을 조금 빼며 산의 내리막길이 끝나는 그 지점에 눈을 딱 꽂았다. 두 눈엔 회심의 미소까지 번득였다.

 진석의 등 뒤에서 “가면 안 돼!”하는 소리가 숨죽인 비명보다 더 낮고 절박하게 울렸다. 

 “네엣?”

 진석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돌렸다. 그러면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오, 오빠 저기 숨었어요.”

 숲이 꿈틀거리는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민숙의 눈이 그곳에 고정되었다. 

 “누구세요?”

 진석은 한 발짝 다가가며 물었다.

 “어쨌든 지금 내려가면 안 돼.”

 그림자의 주인은 여전히 자신을 감춘 채 목소리를 완전히 죽여 순사가 잠복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려주었다.

 “저 위에서 놈이 돌아가는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

 진석은 고집을 피우듯 반문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대의 말을 믿을 수도 없거니와 민숙의 발등에 냉수찜질이라도 해주기 위해선 빨리 내려가야 했다.

 “당장 산으로 돌아가. 당장…….”

그림자의 주인은 숫제 간청하듯 힘주어 속삭였다. 숲을 조금 비집으며 순사의 동태를 살피던 그는 보았던 것이다. 우묵한 곳에서 자라목을 내밀었다가 집어넣곤 하던 순사가 바야흐로 몸을 일으켜 아이들에게로 야금야금 추적하여 오는 것을.

 “엣?”

 비로소 뭔가 사정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한 진석은 다시 산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몸부터 숨겨! 숲으로!”

 순사가 거리를 바짝 좁혀오고 있는 것을 본 그림자의 주인은 절망적으로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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