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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편 <10>
이해선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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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9  15: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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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소리에 맞추어 진석은 숲이 우거진 방향으로 몸을 잽싸게 꺾었다. 발을 떼어놓으려다 돌부리를 찼다. 앞으로 맥없이 넘어질 뻔했는데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러다간 뿌리가 박혀 있지 않는 돌덩이를 건드렸다.

 ‘투루룩’ 하는 돌의 파열음이 순사의 귀에 정확하게 꽂혔다.

 “게 서지 못해?”

 산자락을 물고 있는 오르막산길로 와락 달려온 순사는 숲으로 들어가는 진석이와 민숙이를 보고 말았다.

 “오빠, 나 내려줘요. 빨리.”

 민숙은 진석의 등에서 내리기 위해 몸을 뻗대었다.

 “무슨 소리야?”

 진석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이러다간 우리 둘 다 붙잡혀요!”

 민숙은 두려움에 떨며 울먹였다.

 진석은 깊은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릴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야, 이 조센 놈의 쌕끼 거기 서지 못해?”

 총까지 뽑아든 순사는 표범처럼 몸을 날려 둘이 사라진 숲속으로 들어갔다. 곧 초록으로 어우러진 잎사귀들 사이로 둔하게 얼른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냈다. 업고 업힌 상황이라는 것까지 알아차린 그는 독안에 든 쥐라도 발견한 눈빛으로  코웃음을 코밑에 쿡 찍었다.    

 “오, 오빠, 바로 우리 뒤에…….”

 뒤로 목을 돌리다 순사의 도끼눈과 마주친 민숙은 숨이 뚝 멎어버릴 것만 같은 목소릴 냈다. 절망감으로 일그러지는 얼굴로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앞뒤 없이 진석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아얏!”

 진석은 엉겁결에 민숙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깍지 낀 손을 풀고 말았다.

 “오빠, 빨리 달아나세욧!” 땅에 엉덩방아를 찧은 민숙은 눈물이 아롱거리는 망막의 파문 사이로 다가오는 진석을 보며 애원했다.

 “업혀, 빨리!”

 민숙의 속셈을 알아차린 진석은 등을 그녀 앞에 들이대며 화를 벌컥 냈다.

 “싫어요. 빨리 가세요. 빨리…….”

 민숙은 금방이라도 탁 갈라져 버릴 것만 가슴을 주먹으로 꾹 눌렀다.

 “둘 다 당장 저쪽으로 달아나지 못해!”

 그림자의 주인은 숨이 목에 턱턱 받치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리고는 둘의 곁을 번개같이 스쳐 순사 앞으로 나아갔다.

 “대체 누구세요?”    

 진석은 언뜻 그림자의 실체인 그를 보았다. 얼굴과 손에 누런 광목을 둘둘 감고 있었다. 아주 잠깐 보았지만 틀림없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의 등에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냉기가 찌르르 흘렀다.

 ‘우릴 위해 표범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저 사람은 누굴까?’

 어쨌든 민숙은 진석의 팔을 숲으로 이끌었다.

 “게 사. 안 서? 조센 놈의 새끼야?

 달아나는 둘을 보며 다 잡아놓은 토끼를 놓칠 수 없다는 얼굴로 게거품을 물던 순사는 기어이 총을 빼들었다.

 “이 악질 왜놈의 쌕끼얏!”

 그는 사나운 몸짓으로 순사한테 와락 달려들었다.

 “이 쏀징 놈은 뭐야?”

 뒤로 벌렁 나자빠지며 총을 놓치고 만 순사는 독이 머리끝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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