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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편 <15>
이해선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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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9  15: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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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곳에서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들의 발길을 끓어놓기 위하여.

 “당신은 어머니 될 자격이 없어.”

 진석은 판결을 내리듯 그렇게 말했다. 자식 생각을 빈대눈물만큼이라도 했다면 보낼 수 없었더라도 보냈을 것이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서운한 마음이 설움으로 왈칵 북받쳐 올랐지만 여주댁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아들 손에서 기어이 삽은 빼앗았다. 

 “변명이라도 해 보세요. 절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죽여야 했고 뒷방에서 지내게

할 수도 있었는데 굴속으로 보냈다고……. 헛, 헛!”

 진석은 분노로 전이된 절망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어 다녔다.

 “미안하다. 널 위해 아버지와 함께 죽었어야 했는데.”

 마음을 잡지 못한 아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까 봐 여주댁은 덜컥 겁이 났다.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요.”

 진석은 자기 손으로 판 굿 속으로 보란 듯 훌쩍 뛰어 들어갔다. 벌렁 드러누워선 양손으로 흙을 파 얼굴 위로 끌어갔다.

 “이놈아, 이게 무슨 짓이냐?”

 여주댁은 아들을 내려다보며 비명을 질렀다. 악마라도 나타나 아들의 마음만 잡아준다면 절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람이 숲을 건드려 바스락 소리를 냈다.

 여주댁은 반사적으로 목을 아들에게 돌렸다. 숨이 딱 막히는 소리로 “순사다!”라고 아주 작게 소리쳤다.

 “에엣?”

 진석이도 별안간 몸을 일으키는 시체처럼 벌떡 일어났다.

 억제된 두 사람의 숨소리만 새벽공기를 저미고 있을 뿐 사방은 고요했다.

 “쥐새끼였나 보다. 서두르자.”

 여주댁은 삽을 아들에게 밀어주었다.

 삽을 빼앗듯 받아 쥔 진석은 삽날을 땅에 푹푹 꽂고는 했다.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은 순사가 무서운 건 아니었다. 더러운 놈한테 잡히는 것이 싫었다.

 아들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던 여주댁은 불현듯 학동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숲 사이로 희끄무레한 내리막길이 보이다말다 할 뿐이었다.

 ‘지금 내가 무슨 벼락 맞을 생각을 하는 거야?’

 눈앞에서 돋아나는 화성댁의 얼굴을 피하듯 여주댁은 눈을 감았다. 도리질도 했다.  그럴수록 민숙의 얼굴이 눈앞으로 가까이 당겨져 왔다.

 ‘내 자식 살리자고 화성댁 가슴을 찢어놓을 순 없어.’

 무심한 하늘을 눈이 찢어지도록 노려보던 여주댁은 무심결에 또 목을 길 쪽으로 돌렸다. 텅 빈 길에선 개미새끼 기어가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발목을 삔 민숙이가 오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소릴 죽여 중얼거렸다.

 민숙을 방안에 처넣고 꼼짝없이 딸을 감시하던 화성댁은 뒤가 마려워 몸을 일으켰다. 뒷간으로 달려가진 못하고 딸년 방문을 힐긋거리다간 먼동이 트여올 동쪽으로 눈을 돌렸다.

 ‘날은 언제 새니?’

 화성댁은 검은 하늘에서 빛을 내뿜는 별들을 흘겨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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