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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편 <17>
이해선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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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9  15: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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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다 싶은 얼굴로 민숙은 잽싸게 방문을 열었다.

 “이년아 이 에미 죽은 꼴 볼래?”

 고쟁이를 내리다 말고 화성댁은 측간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삔 발목을 빌질 끌며 밖으로 나오는 딸을 보곤 눈이 확 뒤집어졌다.

 “어, 엄마!”

 놀란 민숙은 목을 양어깨 안으로 집어넣었다.

 “들어가지 못해? 빨리 들어가란 말이다.”

 화성댁은 보란 듯이 수채 옆에 엎어둔 요강을 들고 왔다. 진즉에 이 생각을 못했던가 하는 표정이었다.   

 “죄송해요.”

 요강에다 절망을 튀기던 민숙은 별안간 미안감이 뒤엉키는 얼굴로 화성댁을 노려보았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기어이 마당에 내려섰다.

 “민숙앗! 이년아, 그놈은 문둥이 아들이야. 문둥이…….”

 화성댁은 알궁둥이를 엉거주춤 들며 동공을 허옇게 까뒤집었다.

 민숙은 아픈 다리를 질질 끌다간 절뚝거리기도 하면서 사립문밖으로 잘도 달아났다.

 ‘신령님, 조상님, 진석이 놈 빨리 좀 잡아가세요.’

 화성댁은 노랗게 질린 얼굴을 하늘로 돌렸다.

 이윽고 굿을 다 판 진석은 아버지 시신 곁으로 발을 옮겼다.

 “그냥 거기 있어.”

 남편의 시신 곁으로 향하는 아들을 보고 여주댁은 분명하게 선을 긋듯 말했다. 시신의 양어깨 부분을 잡곤 굿으로 질질 끌어가기 시작했다.

 ‘이젠 당신을 기꺼이 보냅니다.’

 여주댁은 이를 악물며 눈물을 참았다. 남편은 밤중에 도둑처럼 집으로 내려오곤 했다. 잠든 자식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훔쳐보곤 젖은 눈으로 돌아갔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번쩍 안아보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녀도 굳이 남편에게 방바닥에 궁둥이를 붙여보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흥?흥, 엉?엉?어엉엉…….”

 끌려가는 아버지의 시신을 향하여 코웃음을 치던 진석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시신께로 와락 달려들었다.

 “손대지 마라.”

 여주댁은 온몸으로 아들을 막았다. 그리곤 괴력을 발휘하듯 남편의 시신을 단숨에 확 끌고 가선 굿 속으로 밀어 넣었다.                   

 ‘툭’ 소리가 처량하고도 고독하게 울렸다. 

 “아버지!” 

 진석은 굿을 내려다보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불렀다. 정말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자꾸만 동공 위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마침내 남산까지 오고 만 민숙은 진석을 보며 덩달아 눈물을 줄줄 흘렸다.

 “민숙아. 고맙다.”     

 민숙을 먼저 발견한 여주댁은 그녀의 손부터 덥석 잡았다.

 “돌아가.”

 민숙의 등장을 한 발 늦게 알아차린 진석은 흙으로 굿을 덮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젠 민숙의 마음을 받아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져두었다.

 “싫어요. 안 가요.”

 민숙은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곤 눈을 홉떴다.

 “그래, 그래 민숙아 같이 여기 있자.”

 여주댁은 민숙을 꼭 부둥켜안았다. 영 불안하기만 한 아들의 마음을 잡아줄 사람은 민숙이 밖에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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