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5>
오늘의 저편 <25>
  • 이해선
  • 승인 2012.03.2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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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놈 아랫도리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닌데 어쩌겠니?’

 빤히 다 보이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는 체,

 “다께 상은 위로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리고 혹시 진석이 모친인가 여주댁인가 하는 사람 여기 있나요?”

상대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본론을 말했다. 

 “뭐? 진석이 놈 모, 아니 어미 년?”

 다께는 정신이 번쩍 든다는 낯빛으로 동숙을 노려보았다. 비로소 그녀의 속셈을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예. 술장사 한다고 딸자식을 사람취급도 안 해 주지만 죽기 전에 잘난 그 모습을  한 번 뵈어야겠기에.”

 “아, 그러니까 네년은 진석이 놈 누이?”

 다께가 동공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야 이 상놈아, 이젠 나까지 잡아 처넣고 쉽겠지? 어디 마음대로 한번 해봐. 네놈 이 이기는지 네놈 가운데 토막이 이기는지?’

 그러나 겉으로는 샐샐 웃었다.

 “맞아요. 진석이 놈이 이년 동생이죠. 그 자식은 제 놈 때문에 어머니가 죽게 생겼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고 있으니 그게 어디 자식입니까? 철천지원수지.”

 동숙은 치마를 슬쩍 걷어 올리며 준비해온 보자기를 슬슬 풀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재소 안에 다른 순사는 없었다.

 ‘흥, 이년을 진석이 놈 대신 위안부로 보내버리면 되겠군.’

 새하얀 그녀의 허벅다리를 곁눈질로 감상하던 다께는 별안간,

 “아니. 이건 삿뽀로 비루!”

감탄의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은 맥주병의 검은 별 마크에 야무지게 꽂혀버렸다.

 “경성 오시는 길 있으면 꼭 저희 집에 들르세요. 이년이 최고로 특별히 모실 테니까.”

 맥주잔을 다께의 입에 들이대며 내심 동숙은 쾌재를 불렀다. 이놈을 푹 물크러지도록 구워삶아버리기 위해 어렵사리 일본맥주 몇 병을 구한 것이었다.

 “아, 아, 잠깐만!”

 다께는 맥주잔을 양손으로 높이 받쳐 들고 본국에 충성맹세라도 하듯 목을 꾸벅한 후 꿀꺽꿀꺽 마셨다.

 “다께 상 많이 외로우시죠?”

 또한 준비해간 뿌연 막걸리를 목구멍에 쫙 들이부은 동숙은 숙직실 쪽으로 눈을 은근슬쩍 끌어갔다.

 “대일본제국을 위해서라면…….”

 눈이 조금 풀린 다께는 엄격한 체하려고 목에 힘을 잔뜩 주며 그녀를 보았다. 

 “왜 이리 더운 거야?”

 동숙은 저고리 옷고름을 그냥 풀어버렸다.

 “어, 엇! 방으로 가. 방으로 가잔 말이다.”

 다 드러나지도 않은 여자 가슴살에 미쳐 눈이 뒤집혀진 다께는 벌떡 일어서며 앞장서서 숙직실로 갔다.

 냉소를 머금은 그녀는 저고리 옷고름을 꼭꼭 도로 여미며 방으로 뒤따라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몸뚱일 흙탕물에 한번 던지는 것뿐이야. 아길 낳을 수 있는 몸이었더라면 절대로 이놈한테 가랑이를 열어주진 않았을 것이다.’

 겉치마를 벗어 던진 동숙은 속치마를 허리까지 걷어 올리곤 가랑이를 쩍 벌렸다.

 바지를 내리는 다께의 눈에서 붉은빛이 일렁거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마른하늘에서 번개가 눈을 희번덕거리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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