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9>
오늘의 저편 <29>
  • 이해선
  • 승인 2012.03.29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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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숙 씨, 나와 같이 가. 응? 내가 호강시켜 줄게.”

 놈은 덥석 잡은 민숙의 손을 막무가내로 잡아당겼다.

 “얘 형식아, 이 손 놔. 이 자식아!”

 여주댁을 곁눈질하며 민숙은 당황히 소리를 질렀다.

 “저, 저놈이??. 네 이노옴!”

 여주댁은 툭 튀어나오는 동공을 놈에게 꽂았다.

 “이놈 저놈 하지 마세요.”

 기어이 놈은 민숙을 보쌈이라도 하듯 어깨 위로 번쩍 들어 올리고는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야, 이 자식아, 어머님, 언니이??!”

 참담한 얼굴로 민숙은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이놈이 영 어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와중에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바람에 그녀는 주제모를 절망에 빠졌다.

 “저, 저놈 잡아라. 동숙아!”

 혀를 내두르던 여주댁은 딸에게로 달렸다. 손님 받을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동숙의 살림집에서 잘 빠져나간 형식은 앞뒤 없이 멈칫 섰다. 어깨 위에 올려놓은 민숙을 떨어뜨릴 새라 더욱 꼭 붙잡은 채.

 때마침 동숙이가 부른 건달패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술값 가지고 시비를 거는 치사한 취객들이 있어서 물장사를 하자면 건달패를 끼고 있어야 했고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달패는 형식의 앞을 가리개처럼 딱 가로막고 서선 여유 있는 몸놀림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잘 내려놔.”

 형식이 쪽에서 오른쪽 건달이 팔다리를 건들거리며 명령했다.

 “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예요?”

 형식의 목소리를 좀 떨리고 있었다.

 “햐, 이 새끼 봐라. 아직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인데 손 좀 봐 줄까?”

 왼쪽 건달이 아니꼽다는 얼굴로 다가갔다.

 “맛만 살짝 보여줘도 우릴 알아 모시겠죠?”

 오른쪽이 말꼬리에 힘을 잔뜩 주는가싶더니 주먹으로 형식의 배를 세게 한 방 먹였다.

 “으윽??.”

 형식은 무심결에 허리를 꺾었다.

 놈의 팔에서 힘이 빠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민숙은 재빨리 땅으로 내려섰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두 손을 자꾸 비비기만 했다.

 “이 새끼 이거 오늘 아주 묻어버릴까?”

 제바람에 흥분이 고조된 오른쪽 건달은 잭나이프를 꺼냈다. 

 달려 나온 동숙이가 말렸다.

 “누님, 이런 놈은 아야 소리도 못할 정도로 확실하게 작살을 내야 합니다.”

 건달은 쓰러져 있는 형식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안 돼요!”

 민숙은 비명을 질렀다. 툭하면 각시 되어 달라고 징징대는 놈이 무척 귀찮게 여겨지긴 했어도 미워해 본 적은 없었다.

 “고향동생이야, 그만 해.”

 동숙은 건달의 손에서 나이프를 잽싸게 낚아챘다. 칼날이 손끝에 살짝 스쳤는데도 베였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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