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30>
오늘의 저편 <30>
  • 이해선
  • 승인 2012.03.29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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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매, 누님! 괜찮으시오?”

 잭나이프 건달이 펄쩍 뒤며 놀랐다. 

 “괜찮으니까 안으로 들어가 있어.”

 동숙은 건달들에게 기생집으로 눈짓을 했다.   

 “어째 목이 컬컬허네. 참말이어라 지도 목이 쪼께??.”

 건달들은 멋쩍은 상판을 하며 기생집으로 어슬렁거리며 향했다.  

 “괜찮니? 형식아!”

 동숙이와 민숙은 거의 동시에 형식에게로 와락 달려들었다.

 “필요 없어요. 두고 보세요. 두고 보라고요?”

 두 여자의 손을 뿌리치며 힘들게 몸을 일으킨 형식은 심하게 저는 다리로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어둠속으로 멀어져가는 놈의 뒷모습에서 눈을 쉽게 떼지 못하는 민숙의 눈에선 알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오른쪽 귀퉁이가 조금 찌그러진 달이 누런 얼굴로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민숙은 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눈길 속으로 당겨져 왔다.

 ‘오빠, 어디계세요? 보고 싶어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

 진석을 그리는 민숙의 눈에선 눈물이 끓어 넘치고 있었다. 훌쩍이는 소리가 밤공기 속에 축축하게 스며들었다.

 그녀는 경성에 온지 한 달이 가까워오도록 진석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처음엔 이곳에 오기만 하면 오빠와 함께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순전히 그녀의 행복한 착각이었다. 

 ‘쯧쯧 가여운 것!’

 뒷간에 가기 위해 잠을 깬 여주댁은 문을 열고 나오다 앉아 있는 민숙의 뒷모습을 보았다. 여간 처량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속 깊은 안타까움을 소리 없는 한숨으로 조제하여 목구멍 안으로 삼켰다. 소리를 죽여 혀만 찼다.

 ‘도대체 내 아들은 지금 어디 있는 것일까?’

 사람이 문밖으로 나가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민숙을 보면서 여주댁은 굳이 인기척을 내지 않았다.

 ‘빨리 애들을 결혼시켜야 하는데??.’

 하마터면 입 밖으로 터져 나올 뻔했던 한숨을 여주댁은 용케 잘 삼켰다.

 화성댁은 동네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더는 입덧이 심한 딸을 데리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민숙은 경성에 온 이후로 헛구역질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역시 저 아이가 제 어미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어.’  

 민숙을 볼 때마다 입속말로 중얼거리곤 하던 말을 여주댁은 또 되뇌었다. 정말이지 그녀는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초조했다. 무엇보다도 화성댁이 딸의 거짓임신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제일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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