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던 여주댁은 나룻배 한 척이 물결에 흔들리고 있는 강가에 이르렀다.
‘이런 곳에 웬 배가 있누?’
여주댁은 무척 쓸쓸해 보이는 나룻배를 바라보며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먼저 나룻배에 올라탄 김씨는 여주댁에게 손을 내밀었다.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그녀도 배에 올랐다. 그와 동시에 배는 미끄러지듯 흘러가기 시작했다.
‘노를 젓는 이도 없는데 어찌 이리도 배가 잘 가는 걸까?’
남편과 손을 꼭 잡은 여주댁은 목을 갸우뚱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안 돼, 형식아! 어머니, 어머니??.”
형식의 손이 가슴으로 뻗쳐 옴을 느낀 민숙은 급기야 비명을 질러댔다.
“누날 위해서야.”
“형식아, 절대로 안 돼. 오빠, 오빠, 어디 있어요?”
진석의 얼굴을 그리며 민숙은 온몸으로 발악했다.
“누나 사랑해! 흑, 흑, 흑??.”
부드러운 민숙의 가슴골에 얼굴을 묻으며 형식은 별안간 느껴 울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왜, 이렇게 누나가 그리운 거야? 지금 눈앞에 있잖아? 지금 차지할 수도 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누나가 보고 싶은 거야? 보면서도 그리운 누날 내가 뭘 어쩌겠다는 거야?’ 형식은 자기 자신을 탓하며 제바람에 설움이 증폭되어 어깨를 사정없이 들먹이기 시작했다.
“어머, 얘! 어머, 얘?”
황당한 얼굴로 민숙은 눈을 홉떴다.
‘그래 맞아. 처음부터 막돼먹은 아이는 아니었어. 이제야 술이 좀 깨나봐. 휴우, 살았다!’
이어 그녀는 좀 안심하며 놈의 어깨를 잡고 밀어냈다. 여주댁이 잠을 깨기 전에 돌려보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간 느닷없이 뒷머리로 방바닥을 쿡쿡 찧어댔다.
‘내가 왜 이래? 이건 아냐. 얜 동생이야. 남자가 아니란 말이다.’
형식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만 있는 그녀자신을 발견한 민숙은 얼굴이 후끈 달아오름을 느꼈다. 어깨를 들먹일 때마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남자의 입김이 싫지 않아서였다. 복부로 느껴지는 압박감은 단순히 좋은 느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몸을 애태우게 한다고나 할까?
몸과 마음의 싸움에 휘말린 민숙은 몸을 옆으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젠 그녀자신이 두려웠다. 차라리 남모르는 몸의 요구가 혐오스럽다 못해 증오스럽기까지 했다.
“누나, 절대로 진석이 형만은 안 돼. 차라리 다른 사람하고 결혼해. 그럼 나도 깨끗이 포기할게.”
형식은 얼굴만 조금 들며 애원했다. 두 눈에서 나온 눈물이 그녀의 가슴 위로 뚝뚝 떨어졌다.
“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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