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뉴스 <34>
오늘의 뉴스 <34>
  • 이해선
  • 승인 2012.03.2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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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숙은 앞뒤 없이 발끈하며 형식을 강하게 밀쳤다. 너무 빤히 보이는 형식의 그 진심이 여간 괘씸한 것이 아니었다.

 ‘날 위한답시고 진석 오빠와의 결혼만은 막아보겠다 이거지?’

 민숙은 진석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나병의 징후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결혼하여 살면서 문둥병증이 나타난다 해도 후회 비슷한 것도 하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내가 싫으면 포기할게. 대신 진석이 형만 아니면 돼. 다른 사람하고 결혼한다고 약속해 달란 말이야. 응?”

 형식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너도 알겠지만 난 아이를 가졌어. 아이 아버지가 누구라는 건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잖니?”

 그의 목청에 질린 민숙은 냉정한 얼굴로 차분하게 거짓말을 엮었다.

 “내가 아이 아버지가 되어 줄게.”

 형식은 다시 씩씩댔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쪽은 누나야.”

 더는 이성적인 대화가 먹혀들지 않겠다고 판단한 형식은 급기야 민숙의 속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방법이 없어, 없다고. 누나를 위해서 이럴 수밖에 없어. 누나 날 용서 하지 마.’

 기어이 형식은 민숙의 속바지를 끌어내렸다. 

 “아, 안 돼. 어머니, 어머니??.”

 민숙은 목청껏 여주댁을 불렀다. 

 순간 여주댁은 검은색으로 돌변하는 강물을 보곤 터져 나오는 비명을 깨물었다. 남편에게 목을 돌렸다. 표정 없는 그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다 못해 어두운 보랏빛마저 감돌고 있었다.

 ‘내가 지금 어딜 가는 거야?’

 덜컥 겁이 난 여주댁은 엉겁결에 남편의 손을 홱 뿌리쳤다.

 쓸쓸한 얼굴로 김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가슴이 아려 옴을 느낀 여주댁은 집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둘러댔다. 진석이 장가만 보내놓고 꼭 따라가겠다고 굳게 약속도 했다.

 가 보라는 뜻의 손짓을 하며 김 씨는 목을 저쪽으로 돌렸다.

 ‘강 한가운데서 어떻게 집에 간단 말인가?’

 어린 시절 동네 앞 시냇물에서 멱이나 감았지 여주댁은 전혀 헤엄을 칠 줄 몰랐다. 남편을 향하여 뱃머리를 집 쪽으로 돌려달라고 했다.

 무서운 얼굴로 돌변한 김 씨는 뜸도 들이지 않고 여주댁을 우악스레 밀쳤다. 그 바람에 그녀는 검은 강물에 풍덩 소리를 내며 빠졌다.

 “안 돼! 안 돼! 사람 살려!” 속속곳까지 벗겨지고 만 민숙은 이제 제정신이 아니었다. 형식의 어깨를 세게 꼬집어서 비틀다가 이빨로 사정없이 물어뜯기도 했다.

 팔로 허공을 마구 휘저으며 여주댁은 잠을 깼다. 식은땀이 끈적거리는 이마로 손을 가져가다간 부리나케 건넌방으로 귀를 세웠다. 민숙의 비명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도?도?도둑이야?”

 그러나 목이 얼어붙었는지 소리는 나오다 말았다. 여주댁은 다듬이방망이부터 챙겨들고 소리 없이 방문을 열었다.

 ‘아니, 저, 저, 저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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