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의 독법Ⅲ
‘시경’의 독법Ⅲ
  • 경남일보
  • 승인 201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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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말한 것은 오직 정감의 함양이라는 측면에서 말한 것이다. 그러나 고인이 시를 배울 때에는 또 하나의 목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응용의 방면이다. 공자는 “시를 배우지 않으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다”(‘논어’‘계씨’)고 말하였다. 또 “‘시경’300편을 다 외우고 있다 하더라도 정무를 맡겼을 때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사방의 나라들에게 사신으로 보냈을 때 응대해낼 만한 역량이 없다면 아무리 외우는 시가 많았던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논어’자로)라고도 하였다.

 시를 배우면 어찌하여 말을 제대로 하고 사람을 제대로 응대할 수 있으며 정무를 맡겼을 때 일을 잘 처리하는가. 그것은 정사를 한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인정을 잘 살펴 그 비어 있는 틈을 메워 주고 충실한 생활로 인도해 주는 일이며 사물을 잘 처리하고 맡은 일을 감내하게 되는 것도 그 근본은 ‘선인들의 말과 행동을 많이 마음에 담아서 덕을 쌓는’데에 있기 때문이다. 고인이 시를 배우는 것은 이러한 점에도 그 의미가 있었던 깃이다.

 ‘좌전’양공 28년조에 “시를 읊조리매 어느 한 장에서 자기가 원하는 뜻을 발견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 한 구절에서 자기 나름의 뜻과 감동을 느낀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시를 배워 응용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러기에,

 꾀꼬리 꾀꼴꾀꼴 저기 저 언덕 / 구석진 곳에 앉아 우는데 ‘소아. 면만’에서 공자는 “머무를 곳을 아는 데 있어서 사람으로서 어찌 새만 못할 수가 있으냐”의 뜻을 읽었고, 높은 산은 우러러보아야 하고 / 길은 큰 길을 가야 하는 것 ‘소아. 거견’에서는 “시는 이렇게 절실하게 인(仁)을 희구하였다. 자기 생애가 모자라는 것도 잊고 힘써서 세상을 마친 후에야 그만둔다” 라는 감동을 말하였다. 사마천은 이 구절에서 공자의 인격에 대한 감독을 느꼈으니 “비록 그 인격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마음은 그곳을 향하여 나아간다”고 말하였다.

 뼈와 상아 다듬는 듯 / 구슬과 돌 갈고 가는 듯 ‘위풍.기오’을 읽고 자공은 사람의 가난과 부에 처하는 몸가짐을 깨닫고, 웃으면 보조개 / 예쁜 그 눈매 / 고운 색 위 흰 분이 아리땁고녀 ‘위풍. 석인’을 읽고 자하는 ‘예후(禮後)’(인격의 수양에서 마음이 바탕이고 예는 이를 완성시키는 몸가짐)의 본의를 터득하니 공자도 두 사람을 칭찬해서 “사(賜)(자공)와 상(商)(자하)은 참 함께 시에 관해서 이야기할 만하다”(‘논어’<팔일>)고 하였다.

뽕뿌리를 벗겨다가 / 창과 문을 엮었거니 / 사람들이 쳐다보며 / 얕보다니 이 무슨 말 ‘유풍. 치효’을 읽고 맹자는 “그 나라를 잘 다스리면 어느 나라가 감히 없신여기랴”라는 뜻을 생각하였고, 뽕나무엔 뻐꾸기/ 새끼는 일곱/ 어지신 우리 님의 거동은 하나 ‘조풍. 시구’에서 순자는 “그러므로 군자는 한마음으로 맺혀 있는 것이다” 라는 뜻을 읽었다.

이밖에도 ‘좌전’이 기록하고 있는 바와 같은 열국의 경대부들이 시를 읊조리어 자기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부터 ‘한시외전’과 ‘신서’에서 어떠한 사실을 기술하거나 또는 대의를 주장할 때에 ‘시경’의 시를 인용하여 증명을 삼으려고 하는 사례에 이르기까지 모두 ‘단장취의’의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반드시 그 시의 소재가 되어 있는 사적이나 취지에는 상관없이 우리 자신이 느끼는 바가 작자의 그것에 통하면 이를 이끌어서 더욱 풍부하게 느끼고, 비슷한 감동에 부딪히면 더욱 발전시켜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에 이 또한 덕성을 단련하고 지혜를 더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며 고인이 항상 사용하였으며 금후에도 역시 본받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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