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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사종(鐘) 환수운동정태온 (연지사종환수국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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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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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월 19일 오전.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 상궁신사. ‘신라 연지사종 반환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29명의 시민대표단이 구성되어 찾아간 곳이다. 경내에는 미야모토 다미오 궁사만 있었다. 그에게 시민대표단의 방문목적과 취지를 말하고 협조를 부탁했으나, 범종의 반환거부 운동이 비등한 일본 국내 사정을 들면서 반환 요구서의 수취뿐만 아니라 연지사종 보관창고의 철문도 열기를 거절했다. 이러한 뜻밖의 상황을 맞아 보관창고 앞에서 시민대표단 단장이 반환요구서를 읽어 내릴 때에는 모두의 감정은 북받쳤고 반환염원의 엄숙한 기도가 철문 너머 연지사종을 울게 했다. 신사를 벗어나 쓰루가시 우체국에서 상궁신사 궁사와 쓰루가시 시장 앞으로 ‘신라 연지사종 반환 요구서’를 각 등기우편으로 발송함으로써 연지사종에 대한 진주인의 정당한 권리를 천명하였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이 일을 하기 위해 420년 전 연지사종의 길을 따라 현해탄을 건너갔던 것이다.

 연지사종은 통일신라 흥덕왕 8년(833년) 청주(菁州·현 진주)에서 주조돼 연지사에 시납된 범종으로, 1593년 임진전쟁 중 진주성이 함락되면서 약탈되어 1597년 상궁신사에 봉납됐으며 1952년 세계적인 문화재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 이처럼 선조의 혼과 지혜가 깃던 이 귀중한 범종이 이국땅에 버려져 있음은 지극히 슬픈 일이다. 이를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그 정당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문화재는 인간이 주어진 환경조건에 적응하면서 창조한 것으로 인격에 준하는 가치(혼)를 지닌 인류의 유산이다. 원산지로 돌려주어야 하는 까닭이다. 연지사종은 통일신라시대 진주인의 혼과 삶을 담고 있어 잃어버린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유일한 핵심 문화재이다. 이러하니 이 종의 반환문제가 시공을 초월해 원산지 진주에 얼마나 절실하겠는가. 둘째, 문화재는 인류의 공공재로서 최상의 보존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연지사종은 일본국 국보 제78호로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존상태는 많은 부식과 녹으로 손상이 심각하다. 또한 종신의 여러 부분에도 많은 묵서명(墨書銘)이 어지럽게 기록돼 있어 문화재의 존엄성과 가치가 심히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함에 대해 진주시민은 자신의 정체성과 신체가 몹시 훼손되는 아픔을 같이 겪고 있다.

 셋째, 연지사종은 일본군이 1593년 임진전쟁에서 진주성을 함락한 후 세계전쟁사에도 유례가 없는 6만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약탈해 간 것이다. 양민의 죽음과 종의 약탈에 대해 일본은 엄정히 사죄해야 한다. 이의 일부로 일본은 연지사종을 반환해 대량양민학살에 대한 속죄의 마음을 표하고 또한 억울한 죽임을 당한 원혼들을 제도(濟度)하도록 함으로써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개선뿐만 아니라 평화를 향한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는 이 범종이 수차례의 학술연구발표회를 통해 옛 청주지역의 신라역사를 찾는 핵심 문화유산임을 확인하고 이를 돌려줄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기에, 이제 환수운동은 새로운 차원의 지향성을 갖고 진화해 나아가야 한다.

 먼저 현재의 연지사종 환수운동을 다면적으로 확대 심화한다. 정부와 종교계 그리고 일본국에서 우호세력 확보에 노력하면서, 또한 문화재 원산국의 단일 환수운동에서 문화재 피약탈국 간의 국제적인 연대 환수운동으로 발전시켜서 각국의 불법부당한 반출문화재가 제자리로 반환되도록 상호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의 룰과 네트워크를 창설해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다음으로 직접 생산자의 후예로서 문화적 정체성과 긍지를 갖고 세계적 범종의 문화적 가치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범종의 예술적 조형미, 청아한 종소리의 음악성, 과학적 주조기술 등등 그 가치는 탁월하다. 더욱 깊은 연구와 분석을 통해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재정립하고 교육함으로써 진주 문화의 세계적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생활 속에서 재창조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우리 시민대표단이 일본국 상궁신사를 방문하고 범종의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함으로써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확인했으며 정체성에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다. 거대 시간으로 보면 연지사종을 주조한 시기도 약탈된 때도 어제의 일이다. 우리의 환수운동에 시민의 염원이 실리면 내일 그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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