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르네상스기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브루노는 우주가 무한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따라서 무한한 우주에 어떤 하나의 중심이 있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확신하였다. 우주는 어떤 중심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한한 공간이 중심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17세기 이후에야 나타난다. 따라서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신학적 교리 또한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를 무신론으로 몰고 갔다. 덕분에 그는 종교재판을 받았는데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화형을 당했다. 이 사건은 코페르니쿠스와는 다른 차원에서 중세의 우주관과 충돌했던 사건이었다.
케플러는 제1, 제2법칙을 ‘화성의 운행(1609)’이라는 책에 발표했고, 제3법칙을 10년 뒤 ‘우주의 조화(1619)’라는 책에 발표했다. 그리고 신의 지혜와 신의 영광, 신의 무한한 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그가 보기에 이 간명하고 아름다운 몇 개의 수학적인 법칙으로 우주의 운행이 설명된다는 사실이야말로 그것을 창조한 신의 탁월한 설계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즉 그는 자신이 밝혀낸 이 수학적인 우주가 신학적인 우주와 다르지 않았다고 믿었다. 그의 이 탁월한 연구는 이후 근대과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수학적인 우주, 수학적인 조화, 수학적인 질서에 대한 과학자들의 확신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었다.
케플러가 우주의 수학적 질서를 통해 신의 영광을 찬미했지만, 그것은 사실상 신의 우주마저 이젠 수학적 주문에 걸려든 것을 뜻했다. 왜냐하면 수학적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면, 그래서 수학을 통해 인간이 모든 걸 알 수 있게 된다면 신이 있을 자리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을 뜻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니, 신이 창조한 어떤 것도 이제는 수학적 우주, 수학적 공식에 부합하는 한에서만 타당하게 되리라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젠 신도 수학에 따라 세상을 움직여야 한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수(數)의 법칙(理)이여, 수의 법칙이여, 새로이 마술(魔術)을 싣고(荷) 있는 수의 법칙이여, 이제 이 수많은 수의 법칙들이 저 사바(裟婆) 세계를 넘쳐흐르리라(河).”
/김용수·김용수수학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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