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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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 이어 이어도 하라(이어도여 이어도여 이어 이어 이어도여) / 이엇 말 하민 나 눈물난다(이어 소리만 들어도 나 눈물 난다) / 이어 말은 말낭근 가라 이어 말은 말낭근 가라(이어 소리는 말고서 가라 이어 소리는 말고서 가라)”

이어도에 얽혀 있는 설화 속의 제주민요다. 일하러 바다에 나가 사라진 남편이 그리워 그 아내가 불렀다는 노래였다. 바다를 논밭으로 알고 드나들던 제주도 사람들은 이어도 부근 해역을 기름진 옥답으로 여기면서 어장으로 개척했다. 어장으로 가는 바닷길, 그러나 그곳은 언제나 여울이 턱진 곳인데다가 암초가 있어 어선이나 상선이 좌초되기가 십상이었다.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어도”로 갔겠거니 하고 믿었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제주도 사람들의 이상향이요 가상의 섬이었다.

이청준은 이에 대해 그의 소설 ‘이어도’에서 “지긋지긋한 섬살이를 청산하고픈 큰 섬 제주도 사람들에게 새로운 낙원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이어도. 그렇지만 작심하고 떠날 수 없어 더 크게 보이는 나래의 천국으로 이어도를 상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썼다.

지금 느닷없이 왜 이어도 타령인가. 이곳을 중국이 탐하고 나서서다. 언제부터인가 중국은 해양대국을 꿈꾸고 있었다. 대륙제국으로만 만족하기에는 세계가 좁아서였을까. 아니면 해양강국으로부터 겪은 역사가 뼈저려서인가. 2050년까지 해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 아래 항공모함을 건조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남·동중국해는 자국의 핵심이익(Core Interest)이 걸린 수역으로 치부하고 수역 내 도서(島嶼)에 대한 관할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무력시위로 주변국을 압박하고 있다. 재작년인가에는 하찮게 발생한 일본과의 해상분쟁의 경우에서도 희토류 수출거부라는 강경자세로 일본을 제압하기도 했다. 해양대국에로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이 중국이 이제는 우리의 영해 내에 있는 이어도에 대한 야심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중국관할 해역의 권익보호를 위해 감시선과 항공기로 순찰과 법집행을 하는 제도를 마련하였고 여기에는 이어도가 포함된다”고 해양국장(장관)은 당당하게 말한다. 말하자면 이어도도 중국관할 아래에 있는 해역이라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이어도에 우리가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의견을 보냈을 때만 해도 중국은 건성이었다. 그러나 2006년도부터는 이어도를 아예 중국명으로 쑤옌자오(蘇岩礁)라고 하면서 강력하게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침몰한 선박의 인양작업을 하는 한국선박에 대해 중국은 이어도에 관공선을 보내어 작업중단을 요구하였고 3000t급의 대형 순찰함을 동중국해로 투입하여 이어도 해역을 순시한 적도 있다. 말하자면 끊임없이 분쟁해역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우리의 마라도로부터는 149km지점, 중국 퉁다오(童島)로부터는 247km, 일본의 도리시마(鳥島)로부터는 276km나 떨어져 있다. 어떻게 보아도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속한다. 정부에서는 86년에 정밀측량을, 95년에는 기상측정을 위한 철골 구조물을, 2003년에는 총 44종 108개의 관측장비를 갖춘 거대한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이어도 주변해역에는 대형어장이 형성되어 있어 수많은 각국의 어선이 집결되는 곳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도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더하여 동남아와 유럽으로 통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해상으로부터의 수입물량의 대부분이 이어도 남쪽해상을 통과한다고 하지 않는가. 중국이 이어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한·중간의 합의가 무색할 만큼 양국관계는 모순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다. 국민적 역량의 집결과 자위(自衛)의 의지로 우리 해역을 지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내 집 안방도 군사기지로 내놓을 수 있는 국민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어도 부근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부산에서 대응함대가 출발할 경우에는 21시간 30분, 제주에서 출발하면 7시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나라가 필요해서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하는데 안 된다고 하는 국민이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인가 아닌가?

“중국하라 중국하라 / 이어 말은 말낭근 가라 / 이어 말은 말낭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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