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 건축학과 교수)
독일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의아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돌아가는 텔레비전이다. 별로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심지어 길거리 공공장소에까지 사시사철 켜 놓는다. 절약과 근검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독일사람인지라 이러한 전력소비 풍경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특집방송에서 한 한국의 젊은 여성이 우리 젊은이들의 소비성향을 유행과 시대에 잘 적응하는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행동이라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독일 아나운서는 모두가 같은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은 개성 없는 삶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이는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새로운 스타일이나 유행은 모두에게 맞을 수가 없다. 이런 일은 의상 혹은 화장품 모델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유럽사람들은 그때그때의 유행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유지하며 산다.
이 때문에 유럽의 부모가 냉혹해 보이고 우리보다 자녀사랑이 적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부모가 계속 돌봐 주는 우리 애들의 삶이 더 행복하고 나아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많은 과외비와 학원비를 쏟아 부어 죽어라고 공부해도 명문대학은 소수만 가니 나머지 대부분은 불행하기 짝이 없다. 대학을 나와 운 좋게 취업을 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부모신세를 지니 자긍심과 자부심이 싹트지 않는다. 또한 부모의 재력에 따라 씀씀이가 정해지니 부자 부모를 둔 친구로부터 더한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사회에서는 명품 짝퉁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더 문제는 과도한 소비풍조를 따르다 보니 부모도 본인도 빚을 지기가 일쑤다. 이는 욕구불만으로 이어지고 사회와 부모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불만과 불신만 키워 갈 수밖에 없고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진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젊음 하나만 해도 큰 재산이다. 명품 없이도 민낯만으로도 멋있고 미래와 희망이 있다. 자기 손으로 번 돈은 자긍심을 가져다 주지만 부모의 기대가 섞여 오는 돈은 결국 부담으로 남는다. 우리 젊은이들은 모두 공주나 왕자처럼 자라고 있다. 왕의 자녀가 아닌 이들이 이렇게 살려고 하니 피곤하기 짝이 없으며 때론 방탕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제 우리 젊은이들도 꿈에서 깨어나 자유와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명문 대학가고, 명품을 착용하고, 으리으리한 집에 살아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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