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약이 없다?
약국에 약이 없다?
  • 허성권
  • 승인 201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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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약가인하 이후 약국 주문 폭주…공급 경쟁 가중
정부가 지난 1일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하자 도내 일부 약국에서 약이 없어 판매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약가인하를 감안해 반품 등으로 재고를 조절해 왔던 약국들이 한꺼번에 주문에 나서면서 공급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 1일 이전 건강보험에 등록된 의약품 1만3814개 중 6506개(47.1%) 품목의 가격을 일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하대상 약품의 보험약가가 평균 22.3% 떨어졌다.

도내 제약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만 기다려온 약국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공급물량이 부족해 처방약의 유통공급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약국이 주문에 나서지 않은 것은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에 대비해 제약사들이 도매업소에 처방약을 공급하지 않은 데에도 원인이 있으며, 약국으로부터 주문이 쏟아지자 도매업소간 공급경쟁도 빚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차질이 이어지다 보니 일부 의약품에 대한 품절현상이 도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장기처방이 많은 당뇨약과 고혈압, 항생제 등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에 대비해 2~3개월 전부터 공급을 줄여 약가 인하와 함께 가장 구하기 어렵고 부족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의약계의 설명이다.

3일 창원시 중앙동 소재 M약국 김모(39) 약사는 “환절기 감기환자가 늘어 아목실린 등 보험급여 비중이 낮아 본인 부담액이 높은 항생제를 구하기 어렵다”며 “고가 항생제는 모두 반납한 상태라 복통이나 목이 아픈 감기약은 제대로 짓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진주 동성동 소재 S약국에서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약이 없어 돌려보낸 환자가 있다”면서 “분명 약가 인하가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 때문에 고생은 우리가 다 하면서도 혹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기게 될까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도내 제약유통업체도 2일 “아침부터 창고에 대부분의 직원이 내려가 공급작업에 집중해도 약 주문량을 맞추기가 어려웠다”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약국의 주문이 폭주하며 영업사원들도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약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더 신속히 공급해 주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D제약 영업사원인 황모씨는 “영업사원들이 자기 거래처가 필요로 하는 약을 더 빨리 갖다주기 위해 도매창고에서 의약품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도매상 관계자는 “전문약에 대한 반품과 그에 따른 정산과 재주문 등으로 이어지는 혼란이 앞으로 2~3주는 지속될 것 같다”면서 “일선 약국에 약이 제대로 공급되는 것은 약국별로 정산이 끝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도 대한약사회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제약사에게 차액보상 협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일 차액정산 협조 확인서 3차 회신결과를 발표하고 56개의 차액정산 비협조사를 공개, 강도높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일 오전 기준으로 전체 대상 제약사 225개 중 법정관리, 병원납품 전문, 위탁생산 등 31개 업체를 제외한 138개 제약사가 회신했으며 56개 제약사가 협조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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