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신기루
  • 경남일보
  • 승인 201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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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오 (진주기상대장)
1798년 이집트에 원정한 나폴레옹의 군사들은 분명히 보이던 호수가 소멸되고 풀잎이 야자수로 변하는 광경 등 그곳의 기묘한 신기루 현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이때 종군하던 프랑스 수학자 G. 몽지만은 이 현상이 사막에 접해 있는 더운 공기층에 기인되는 현상임을 최초로 밝혀 ‘몽지현상’이라고도 한다. 신기루라는 명칭은 중국의 상상의 동물인 ‘이무기’가 숨을 내쉴 때 보이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신기루는 지표에 인접한 대기층의 공기밀도가 연직방향으로 크게 변할 경우 발생하는 대기에 의한 빛의 이상굴절 때문에 생긴다. 이때 물체의 상은 실제보다 위 또는 아래에 나타나며, 상이 왜곡되거나 거꾸로 보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떨리기도 한다. 물체의 상이 실제보다 높게 보이는 것을 위신기루라 하고, 물체의 상이 실체보다 낮게 보이는 것을 아래신기루라고 한다. 아래신기루는 사막이나 아스팔트로 된 고속도로가 가열되어 지표에 인접한 수 m 두께의 대기층의 기온 감율이 건조 단열변화보다 크게 능가할 경우에 나타난다. 이 경우 물체의 상은 거꾸로 된 상태로 실제의 물체 위치보다 아래에 형성된다.

 즉 사막에서 야자나무를 볼 때 야자나무에서 반사된 태양광선은 두 개의 경로를 통해 우리 눈에 도달한다. 이 경우 야자나무에서 반사되어 들어오는 두 광선의 굴절의 차이로 야자나무는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름철 일사가 강한 날 오후에 아스팔트로된 고속도로를 지날 때 도로표면이 가열되어 수 m 이내의 얇은 대기층이 생기면서 전방에 있는 고속도로가 마치 물위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위에 주위의 가로수나 물체의 상이 거꾸로 나타난다.

반면에 위신기루(떠오름)는 대기 중을 통과하는 빛이 이상 굴절에 의해 물체가 실제 위치보다 더 높게 보이는 현상이다. 위신기루는 지표와 인접한 대기층이 역전층인 경우에 형성되며 특히 극지방에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까닭은 눈으로 덮인 지표면이나 차가운 해수면과 인접하고 있는 공기는 쉽게 냉각되어 그 위의 공기보다 온도가 낮다. 그 결과 역전층 하부의 공기밀도는 역전층 위의 공기 밀도보다 상당히 높아지고, 이로 인해 역전층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빛은 공기밀도가 큰 아래쪽으로 굽어서 위신기루를 형성한다. 대기의 조건에 따라 큰 야자수가 자그마한 풀잎이 되어 보이기도 하고, 해상에 떠 있는 작은 유빙이 거대한 빙산으로 보이거나 자그마한 어장이 크고 화려한 궁전으로 변모하기도 하여 여행자들에게는 신비감에 이끌리기도 한다.

 이밖에도 대기의 조건이 복잡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신기루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반도와 시칠리아섬 사이의 메시나해협에서는 공기의 온도가 높아지고 물이 잔잔해지면 구름 위에는 아름답고 웅장한 항구도시의 모습이 반영되고, 다시 그 위에 제2, 제3의 도시가 솟아올라 현란한 탑이나 궁전 같은 것이 보인다.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물을 애타게 찾다가 신기루에 속아 심한 좌절감을 겪는다. 하지만 오아시스를 찾는 일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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