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구조적 한계>
이준의 역학이야기 <구조적 한계>
  • 경남일보
  • 승인 201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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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망(空亡)

 이제 며칠만 있으면 당선과 낙선으로 판가름되어 당선자는 당선의 환호를 지를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할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 밤잠을 설치며 손발이 부르트도록 여한 없이 최선을 다하였더라도 일부는 선거의 허무한 공망(空亡)을 피할 수 없다.

 공망이란 말 그대로 빌 공(空), 망할 망(亡)이다. 텅 비고 망한 상태를 말한다. 왜 텅 비고 망하는가. 이것은 마치 의석수가 정해져 있으니 낙선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도와 같다. 공망이란 10개의 천간을 12개의 지지에 잇는 과정에서 남게 되는 2개의 빈 구도이기 때문이다.

10천간은 원인이며, 구성 요인이고, 움직임의 씨앗이며, 이치(理)이고, 무형의 상(象)이다. 반면 12지지는 결과이며, 드러난 형체이고, 정지된 상태이고, 응축과 응결이며, 기(氣)를 담는 그릇이고, 현상이며, 4계절의 세월이고, 물(物)이다. 이러한 천간과 지지가 순서에 따라 제대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하늘과 땅의 구도가 어긋나 있으니 일부분은 원인에 따른 결과가 엉뚱하게 이어진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까. 세월에 있어 토화작용(土化作用)의 성실성과 믿음 때문이다.

 10천간은 본래 목화토금수 5행이 분화된 것이고, 10천간의 물화로 12지의 세월이 드러나는 바 성격이 다른 세월을 이어주는 가교(架橋)가 없다면 세월은 순조로울 수 없다. 즉 봄[목⇒(갑→인, 을→묘)]⇒여름[화⇒(병→사, 정→오)]⇒가을[금⇒(경→신, 신→유)]⇒겨울[수⇒(임→해, 계→자)]⇒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것이 세월인데, 세월의 특성이 제각기 다르니 다른 성질을 서로 이어 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5행에서 모든 성질을 저장하여 아우를 수 있는 상(象)은 토(土)이지만, 10천간에는 토의 기운이 무(戊)와 기(己) 2개밖에 없다. 무와 기 2개의 다리로써 4계절을 이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여 무와 기는 진술축미 4개의 지지(地支)로 분화 확장되어 모든 계절을 성실하게 순리대로 이으려 한다. 바로 이 토기의 분화로 지지는 12개가 되었고, 10천간이 순서대로 12지의 자리에 앉아 작동하려하니 2개의 빈자리가 저절로 남게 된다. 이 빈자리가 바로 공망이다.

 개인에게서 공망은 일주를 기준으로 본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사주가 신축(辛丑)일주에 계사(癸巳) 시(時)라고 하자. 신축 일주의 공망은 진사이다. 이것은 공식이다. 시주의 사(巳)가 공망이다. 즉 정관이 공망이다. 동시에 공망이 걸려 있는 천간에도 공망이 작용한다. 따라서 시(=사)의 천간 계수 상관(구 식신)도 공망을 맞는다. 정관이 공망이니 높은 자리의 승진은 어렵고. 상관이 공망이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대운의 공망을 보기도 하지만 대운의 공망은 없는 것으로 한다. 보통 세운(해마다 오는 운)에서 오는 공망을 보는데 월운의 합충형공망도 아울러 보아야 하기에 다소 복잡하다. 하여 사주원국과 일진의 공망을 주로 본다. 공망이 든 해에는 거의 대부분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일이 오히려 더 잘 풀리는 경우도 있다. 공망이 작동할 때 공망의 압력이 해당십신의 기운을 꽉 누르고 있기 때문에 크게 위축되어 발복하지 못하고 있다가, 바늘 끝에 풍선 터지듯 어떤 계기로 공망의 압축이 터져 폭발하면서 대박을 터트린다는 논리이다. 이른바 공망의 반작용으로 공망의 직업, 인연, 때에 더 발복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많이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양권·음권이론에서는 갑공망 을공망 작용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대개 현실의 삶에서 공망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증, 날아가 버린 희망사항에 대한 한(恨) 맺힘, 눈에 빤하게 보이지만 두꺼운 유리벽에 가로 막혀 결코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애달픔 등으로 나타난다. 관성이 있어서 합격하고, 승진하고, 당선할 것 같았는데 그러하지 못하였고, 재성이 강하여 결과를 추구하고, 돈을 벌고, 재벌이 될 수 있었는데 그러하지 못하여 한숨짓는 것도 어쩌면 모두 공망의 탓이다. 그러니 애달프다 울지 말자. 모든 게 세월의 탓이니 우리들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어떻든 최선을 다하였다. 훌륭하다. 함께 박수를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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