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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질서가 경남의 힘 <6>보험범죄, 모두가 고통'나이롱환자'에 자동차 보험 중병 든다
허성권  |  lookhsk@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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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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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전모(41·창원시 사파동)씨는 운전 중 전봇대와 살짝 부딪혀 병원에 입원했다. 그가 엄살을 부리며 15일동안 입원한 결과 보험회사로부터 총 98만원을 수령했다. 전씨는 물리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보험회사가 확인한 결과 입원기간 중 7차례나 자신의 가게에서 일했다.

박모(38·진주시 초전동)씨의 상황은 반대다. 지난 2월 가벼운 접촉 사고를 냈지만 사고접수 후 상대방이 합의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300여만원을 가져간 뒤 보험료가 30%이상 할증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사고 당시 대낮인데다 범퍼가 찌그러지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나이롱 환자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아프지도 않은데도 아픈 척하는 이른바 ‘나이롱환자’가 해마다 많아지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적인 교통사고 입원율은 61.5%로 일본(6.4%)보다 약 10배나 높다. 교통사고로 인한 목등뼈염좌(목이 삐끗한 가벼운 사고) 입원율은 79.2%로 건강보험 평균 입원율의 33배 수준이다. 교통사고 환자 열 명 중 6명 정도는 우선 병상에 눕고 본다는 얘기다. 본인 치료비 부담이 있는 건강보험과 달리 자동차보험의 경우 별도 비용 없이 보상금(일당)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보상금은 하루 입원 때 평균 5만원 정도다.

손보협 영남지역본부 한 관계자는 “부상정도나 부상부위와는 상관없이 의학적으로 입원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마저도 무시한 채 무조건 입원부터 하고보자는 과민성 피해자 의식이 지나치게 팽배돼 있다”며 “보상을 노리고 아픈 척하는 나이롱 환자는 전체 입원환자의 약15%로 높아 불필요한 진료비와 부당한 보상금으로 연평균 약 865억원이라는 막대한 낭비성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데 차보험의 전체계약자들이 이를 분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입원부터…도덕적 해이 심각

하지만 나이롱 환자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수입에 눈 먼 일부 의료기관의 이해와 환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때문이다.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 응급성·복합성 등을 이유로 같은 병, 같은 치료방법인데도 건강보험보다 많게는 1.5배 높은 진료수가를 적용 받는다. 환자는 사고의 경중과는 관계없이 입원하게 되면 더 많은 보험금과 입원 및 휴업 급여를 챙길 수 있다. 사고를 핑계로 멀쩡한 부품까지 바꾸는 과잉 정비가 극성을 부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때문에 병원과 모의해 장기 입원하면서 최고 수억원의 보험금을 챙기는 사기도 판을 치고 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학생, 주부 등 일반인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장기입원하고, 고액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봐야할 부분”이라며 “환자들의 도덕불감증에다 병원마져 적당히 나이롱환자를 눈감아주고 수익을 챙기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 환자 줄이면 8564억원 절약

나이롱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보험회사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운전자인 차보험소비자 역시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등 손해보험회사 14개사가 2011회계연도 1~3분기(4~12월) 중 자동차보험 영업으로 입은 손실은 3218억원에 달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최근 보고한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 기준을 엄격하게 하면 자동차보험회사가 지출하는 보험금을 연간 8564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처럼 새나가는 돈을 자동차보험가입자에게 돌려주면 1인당 연간 보험료 평균 69만9000원을 내는 가입자에게 7.6%인 5만2431원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나이롱 환자를 줄이면 자동차보험료를 그만큼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명확한 입원기준, 적극적 처벌 필요

정부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중 89.8%가 ‘현재 보상을 노리는 가짜환자의 피해가 매우 심각하고 또한 지나치게 만연되어있다’고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교통사고의 부상자에 대한 입·통원지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87%가 ‘찬성’ 의견을 냈다. 특히 57%는 ‘강제성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나이롱 환자가 주는 피해를 스스로 인식하고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의 경우 입원 기준을 만들어 경상이면 아예 입원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환자의 진료수가가 같다. 치료비도 환자가 입원한 일수가 아닌 병명에 따라 정해진 금액만 지급한다.

손해보험협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같은 병이라도 자동차보험이 적용되면 최고 15%가량 치료비를 더 받는 구조”라며 “독일 영국 등에선 건강보험과 차이났던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를 단일화해 똑같은 목부상으로 입원한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보다 자동차보험 치료비가 높았던 체계를 뜯어고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 기준 고시, 진료수가 일원화, 병명에 따른 치료비 상한선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며 “나이롱 환자와 이를 눈감아주는 병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 보험사도 손해율이 높다며 툭하면 자동차보험료를 올려 가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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