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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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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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진주향교 사무국장)
영웅호걸도 때를 만나야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천추만대(千秋萬代)로 그 이름이 빛나는 충무공 이순신이나 김시민 장군도 임진왜란이라는 난세(亂世)를 만나지 못하고 태평성대에 살았다면 아마 그 이름을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의 일생은 개인 능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어떤 시대에 살았느냐에 따라 그 빈부귀천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오늘날 70대 말에서 80대의 노인세대들은 아마 가장 불운한 시대에 이 땅에 태어나, 가장 어렵고 애환이 넘치는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이 아닌가 싶다.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긴 속국의 시대에 태어나 우리말, 우리글, 우리성씨와 이름까지 빼앗기고 소위 말하는 징용이나 위안부 등 형용할 수 없는 고초를 감내하며 죽음보다 비참한 한(恨) 많은 인생을 살아오신 어른들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수많은 선열들이 희생됐고, 연전(年前) 필자가 둘러본 서대문형무소에서 짐승보다 못한 처참했던 현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그 무슨 죄가 있는가.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으로 항거했던 것이 죄가 된 애국 독립투사들이 아니었던가.

임들의 값진 희생으로 해방이 되었으나 기쁨도 잠깐, 이번에는 집권자들의 권력다툼으로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나라를 초토화시키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었던 전후(戰後)시대에는 보릿고개에 초근목피로 연명했고 헐벗고 굶주린 처절한 삶이었다. 이 격동의 시대를 숙명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살아온 세대가 오늘날 노인세대이다.

언젠가 권력의 중심에 서겠다는 자가 "노인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를 포함한 오늘날 소위 말하는 집권세력들, 시대를 잘 만난 젊은 세대들이 과연 노인들을 이렇게 경시해도 되는가. 오늘날 제법 잘나가는 우리의 대한민국, 올림픽도 치르고 월드컵도 치르고 GNP 2만 불을 넘기며,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북풍한설을 고스란히 맞으며 끈질기게 버텨온 노인세대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너무 잘 먹어 성인병에 걸리거나 살을 빼는데 헛돈을 투자하는 오늘의 시대가 있었겠는가. 천리(天理)를 거역하여 천벌(天罰)을 면하려면 오늘날 노인들의 공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4월 6일 진주 포시즌에서는 대한노인회 진주지회장의 이 취임식이 있었다. 6년 동안 노인회를 이끌어 오셨던 정상태 회장이 차기 정병국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자리였다. 계급장만큼이나 늘어난 주름살을 이마에 달고 당당히 모인 진주의 노인 회원들. 어른들은 개선장군처럼 당당했고 인내로 단련된 강철 같은 힘이 넘쳤다. 천길 만길 가파른 고비를 넘어온 어르신들! 이제는 이 사회에서 모두에게 대접받고 존경받고 모두가 극진히 모셔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진주향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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