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과 투표교육
감과 투표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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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봄이 무르익어 간다. 얼마 전까지의 꽃샘추위와 찬바람도 자취를 감추었고 길과 골짜기마다 지천으로 핀 꽃덤불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꽃대궐이다. 이 봄의 향연 속에서 내일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즉 선량(選良)이라 이름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어느 봄날에도 흐드러지게 꽃 피지 않은 날이 없었던 것처럼, 이번 선거도 별다른 쟁점이 없지만 그 열기만은 뜨겁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정치과정과 참여 민주주의’ 장(章)에서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활동을 실제적으로 수행하는 강제적인 힘을 정치권력이라 하며, 이 정치권력은 국민에 대해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필수적인데, 이 정치권력을 가장 정당하게 획득하는 방법이 선거이다’라고 서술한다. 하지만 정작 선거의 필수요소인 투표에 대해서는 ‘시민참여의 중요성’과 연관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투표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뽑아야 할까. 숱한 견해들이 있겠지만 가장 원론적인 기준은 ‘감’이 되는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 ‘감’은 ‘됨됨이로 본 사람’이란 의미로 ‘위인’이라고 하는데, ‘지위에 따른 업무수행 능력’이다. ‘감이 재간이라’는 말도 있다. 재료가 좋으면 재간에 못지않게 일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속담이다. 정파의 이념 구현보다는 국민과 국익을 우선하는 사람, 현실에 근거한 미래지향적 인물, 어려운 이웃을 보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감성의 소유자라면 국회의원감이 아니겠는가.

일본의 속담에 ‘선거 전에 헤(へ)하다가 선거 후엔 쿠(く)한다’는 말이 있다. 히라가나의 자형(字形)을 바탕으로 선거 전에 굽실대다가 그 후엔 뻣뻣해짐을 빗댄 말이다. 우리의 정치풍토와 별반 다르지 않을 이 말은 결국 감이 안 되는 사람을 뽑은 결과일 것이다. 나아가 이·통장감이 시의원, 시의원감이 도의원, 도의원감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는 닭 잡는 칼로 소 잡는 격이 될 터이니 그 후의 문제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되고자 하는 지위의 업무수행 깜냥도 갖추지 못한 후보, 즉 감도 안 되는 사람에게 나의 종씨(宗氏)·동문·동향이라 해서 표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며, ‘강간과 야동’이 언급된 막말을 하는 사람, 공중 부양이나 최루탄과 연관되는 품위를 유지 못하는 사람, 선거철만 되면 모든 선거에 기웃거리는 출마 중독자, 자신의 한(?)을 선거를 통해 풀려는 사람, 특히 안철수 교수의 말처럼 ‘증오와 대립, 분노를 말하는 사람’에겐 표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별다른 공약도 없이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눈물’로 1표를 구걸(?)하려는 후보도 있다. 그 후보가 가련하다면 지전(紙錢) 몇 장을 던져줄지언정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물이 지역을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그 인물을 키우거나 만드는 것은 바로 지역민들이고 나아가 국회의원은 한 개별적 인간이자 중요한 정치권력인 동시에 그 지역구민들 자존심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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