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공정한 잣대를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공정한 잣대를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사람을 평가할 때는 반드시 공정하게 해야 한다. 공정하게 평가해야만 평가받는 사람도 수용하게 된다. 물론 일반 시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보수는 보수를 편들게 되고, 진보는 진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내 눈의 들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상대방의 작은 잘못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엄청난 범죄로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의 어느 국회의원이 개그콘서트의 어느 개그맨과 박원순 시장, 안철수 교수 등을 연달아 고소했었다. 너무 심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한나라당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너그러우신 분은 법을 전공한 사람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기방식으로 적극 대응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고 적절한 방법이라고 두둔하였다.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다. 지난주에 어느 정당의 대표이신 분이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왜곡시키는 문자메시지 때문에 후보를 사퇴하였다. 본인도 처음에는 사퇴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순조로운 야권연대를 위한 후보사퇴를 권유하였다. 그러나 보좌관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에 대하여 후보사퇴까지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두둔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부기관을 마비시킴으로써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디도스사건의 경우 보좌관이 저질렀다는 이유로 사퇴는커녕 무소속으로 유권자 심판을 받겠다는 후보에 비교한다면 너무 심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두둔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보좌관의 실수를 책임지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되고 난 이후 나꼼수의 여성비키니 발언을 두고서 논란이 있었다. 여성차별과 비하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입장에서 도매금으로 싸잡아 비난했다. 또다른 사람들은 비록 잘못은 했지만 MB심판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논란을 지속하지 않아야 된다는 전략적인 주장도 하였다. 들보인지 티끌인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동안 나꼼수에 대한 시민의 열기는 식어가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도의원직을 중도에 사퇴하고 총선 후보로 출마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보수정당의 도의원이 중도에 사퇴했을 때에 유권자에 대한 배신임을 강조하면서 선거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진보정당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일반시민에게 창원 을이라는 선거구가 갖는 전국적인 상징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의미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요도가 엄청 다르다. 본인이 아니라 진성당원들이 결정한 사안이라는 논리도 정당에게는 합리적이겠지만 일반시민의 입장에서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당연히 진보의 가치가 더 중요한가, 공정한 잣대가 더 중요하냐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진보진영에게는 진보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 당선 가능성이 공정한 잣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일반시민 여론의 눈높이에서 생각한다면 공정한 잣대가 더 중요하다. 심지어 진보진영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조차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겸손한 자세이다.

대부분의 잘잘못을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애매하지도 않다. 다만 이해할 수 있는 잘잘못도 있고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 되는 잘잘못도 있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경중이 다르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단순한 실수는 넘어갈 수 있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욕심을 앞세웠다면 합당한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지위의 고하와도 관계없고 보수, 진보의 구분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행여나 진보진영이나 운동권에서 일어난 잘못은 약자의 실수이기 때문에 너무 가혹한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변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평가기준은 예외없이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길게 보면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