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
의료정책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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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봄이 오려 하는데 바람이 불어서 자꾸 늦추려고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계절이다. 산과 들이 갈색에서 벗어나 초록빛을 띠기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여름이 시작된다. 자연은 어김없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변화하게 되고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도 변하게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4년마다 이맘때면 총선으로 확성기 소리와 길거리에는 각자의 후보를 지지하자는 현수막이 나붙고 제각각의 공약으로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고개 숙여 절하는 사람이 왜 이리도 많은지 보기 민망할 정도이다. 어느당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가졌는지는 잘 알지 못하고 지역적 정서와 정에 이끌려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무상의료는 국민들이 돈을 내지 않고 정부에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여 직장이나 지역의료보험에서 보험료를 징수하여 개인의 진료에 대하여 의료비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제도이다.

의료비는 장비의 고급화와 요구도의 증가로 갈수록 증가하게 되어 있는데 의료보험료가 따라가지 못해서 적자분을 정부재정에서 담당하는 부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심사평가원에서 병원에서 청구한 의료비에 대한 삭감은 계속 늘어나서 병원에서는 진료나 수술을 하고도 삭감이라는 칼날에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병원마다 힘들어 하고 있다. 병원이 힘들면 의료의 질은 나빠지고 진료의 적극성을 기대할 수가 없어지게 된다. 자동차보험이나 산업재해를 제외하고 의료보험이라는 제도로써 전 국민을 획일적으로 의료보험에서 관리하는 것은 결국 하향 평준화를 만들게 된다.

서울의 대기업관련 병원들은 기업의 이윤 중 일부를 의료재단으로 기부하여 계속적으로 새 장비와 시설을 현대화할 수 있지만, 병원의 수입만으로 운영되는 병원들은 이전에 환자의 동의하에 일부 허용되어 환자가 부담하던 임의 비급여 등을 이제는 받을 수 없어 서비스를 줄여야 할 판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가 완전한 복지국가가 되어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든지 손님은 무료로 먹는 세상에서 된장찌개 값은 정부에서 부담하고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는 석쇠불고기를 손님이 따로 시켰다면 식당에 손님이 석쇠불고기 값은 지불하는 게 맞는 계산이다. 석쇠불고기를 주고도 돈을 받을 수 없다면 어느 식당에서도 석쇠불고기를 손님에게 줄 수가 없고 “된장찌개만 드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의료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 이의 질을 높이려면 적정한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결국 값을 깎으면서 좋은 질을 원한다면 이는 앞과 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유럽의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의사들도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일년에 6개월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학회나 여행 등을 즐겨도 열심히 잠 못자고 일하는 의사와 같은 대우라면 누가 열심히 하겠는가. 경제적 생존을 걱정하는 의사가 늘어난다면 서비스는 기대할 수가 없다. 의사들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쉽게 돈 벌고 의료보험과 관계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어서 원망할 수도 없다.

의사들 중 과잉청구나 부당청구 등으로 의료비를 받는 의사들의 책임도 없지는 않지만 대학병원에서 원칙을 가지고 수술을 해도 의료비 삭감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무상의료는 더욱 더 의료의 공급자나 수요자를 힘들게 한다. 무상의료의 대상자를 보호1종, 2종부터 실시하여 일반 의료보험자와 차별없는 진료가 가능한 다음에 전국민 무상의료가 가능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학생들도 힘들고 부모들도 힘들게 하는 사교육을 항상 문제라고 하지만 공교육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왔기에 존재할 수 있었고 계속 번창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가 한국인의 교육열을 항상 부러운 듯 강조해 오고 있는 데는 자원도 없고 국토도 작은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의 입후보자들은 무상의료라는 듣기 좋은 구호보다는 의료 서비스가 국민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로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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