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을 잊고 살지는 않나요
고마움을 잊고 살지는 않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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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륜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간다. 친한 사람들도 있고 잠깐 만나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도움을 받을 때뿐이고 금세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런 주위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계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얼마 전 굉장히 아팠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프기는 처음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해도 병원 한 번 가지 않았던 나에게 일주일 넘게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것은 굉장한 사건이었다. 수업도 들어가지 못하고 기숙사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는 나를 친구들이 병원에 데려다 주었는데, 40도가 넘는 고열로 인해 가는 내내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입원해서도 4일 정도는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몇 숟가락이라도 먹으면 바로 토해냈다. 약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억지로 밥을 먹었는데, 약이 나와 맞지 않아 또다시 토해냈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보니 탈수증세까지 겹쳐졌다. 그외에도 여러 가지 증세들로 인해 더더욱 몸 상태가 나빠졌다. 그래도 링거를 맞고 휴식을 취하다 보니 점점 회복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너무 아팠을 때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조금씩 몸이 회복되다 보니 그 좁은 병실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내 몸이 약해져있다 보니 드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나를 간병해준 사람부터 시작해서 병문안 와준 사람, 비록 오진 못했지만 나를 걱정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또 평소에 나를 챙겨주던 사람들까지 생각이 났다. 그럼에도 미안했던 건 밤잠 못 이루며 내 옆을 지킨 부모님이다. 멀리 타지에 있는 딸이 아프다는 말에 그날로 내려온 부모님께 죄송하고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다.

분명 내가 받는 도움은 내가 아플 때만이 아니다. 평소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고마움을 느낄 만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스스로가 약해져 있을 때만 그 고마움이 더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약해진 마음에 상대방의 고마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평소에 느낄 수 있는 고마움을 사소하게 여긴 것은 아닐까. 나에게 주는 고마움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내게 해주는 도움은 내가 부탁했을 경우도 있지만, 그 사람이 먼저 내게 주는 경우도 있다. 내가 먼저 부탁한 경우는 고마움을 느끼기가 후자보다 쉽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내가 해달라고 안했어도 그 사람이 먼저 해준 건데 뭐”하고 대수롭지 않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경우는 전자보다는 후자다.

사회의 정이 메말라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을 거부할 정도로 각박해지지는 않았다. 아무리 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인들은 몸에 배어 있는 친절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조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도움을 요청한 경우 거절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나서서 도와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이 너무 착한 것일 수도 있지만, 평소에 도움 받는 이를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아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먼저 나서서 일을 처리해준 그런 경험 말이다. 그런 일들은 내가 남에게 해줄 때도 있지만, 남이 나에게 해줄 때도 있다. 비록 그 순간에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느 날 뒤를 돌아보면 ‘아, 그때 그랬구나’하고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옛날 일이라 생각지 말고 고마움을 표시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날 아껴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상대방도 잊어버렸을 소중한 마음을 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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