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대기업은 상생협력을 생각하는가
과연 대기업은 상생협력을 생각하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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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애 (진주시의원)

대기업인 대상(주) 청정원이 진주에서 ‘우덕식품’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인사동에 있는 창고는 그대로 둔 채 중앙시장 안에 창고형 도매 할인매장을 건축신고함으로써 진주시 유통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인근에 10년 넘게 콩나물, 두부, 야채, 어묵 등을 팔면서 동네 음식점과 슈퍼에 식자재 등을 납품하는 중앙시장 상인들과 중간 도매 납품업자들은 “대상(주) 청정원이 중앙시장 안에 진출하면 영세업체들은 고사할 것이다” 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해 대상(주) 청정원 대형도매 유통할인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중소기업청에 신청했다.

전국의 대형마트들은 430여개에 이르면서 이미 적정수(약 300여개)를 넘어선지 오래됐다. WTO개방 이후 96년부터 대형 마트시장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간의 무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 여파로 영세한 소매업체들과 대형업체간 매출액 차이는 97년 19.5배였던 것이 2000년에는 93.2배, 2006년에는 113.8배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기업이 순대, 떡볶이, 빵집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동네 골목까지 집어삼키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전국의 약 10만명이 넘는 영세한 도매납품 업자들의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 방식도 교묘해져 소상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름은 숨긴 채 슬금슬금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식자재 시장진출로 일시적인 가격인하 효과 및 물가상승 억제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중소상인들의 실업화로 경제 하부구조의 취약화, 사회양극화 가속 그리고 시장의 독과점구조 확대로 말미암아 국가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현실은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공정한 게임의 룰은 사라지고 오로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강자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이 유일한 철학과 가치가 되는 현실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대형 유통도매점 하나가 생겨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설립한 법인의 종사자 또는 직원의 숫자 30~50명에 불과하고 오히려 그로 인해 주변의 식자재 유통업 관련 종사자 660여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이 주장하는 상생은 대기업의 일방적 이익에 불과하며 대기업에서 주장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의 결과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이에 4월 1일에는 전국에서 모인 식자재 관련 상인들이 서울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대기업의 식자재 유통사업 진출에 대해서 규탄대회를 열었고, 최근 이 분야에 진출한 CJ, 대상, 롯데, 이마트 등을 비난했다.

이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대기업의 반대로 실효을 못 거두고 있으며 유통법, 상생법이 한·미 FTA나 유럽업체에 대해서 효력을 발휘할 수 없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일본슈퍼마켓 체인이 한국 실정에 맞는 마케팅 전략으로 초저가로 상품을 공급하면서 속속 상륙하고 있다.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트라이얼 컴퍼니’가 한국에 진출해 부산 해운대구에 본사를 두고 이 지역에 4개의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함안, 김해, 내서, 밀양에 ‘트라이얼 마트’라는 대형마트를 열었다. 일본 슈퍼마켓이 한국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전략은 초저가다.

이처럼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은 우리나라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자본에도 밀려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보호장치가 없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식자재 유통업에는 제도적으로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과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법제화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김경애 (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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