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웅의 중국고전 산책
강신웅의 중국고전 산책
  • 강민중
  • 승인 201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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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의 감상요령Ⅱ
현존하는 선진시대의 고서로서 진위가 뒤섞여 있음으로써 문제점이 없는 책이 없는 가운데에 1자 1구가 모두 정금미옥으로서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시경’을 첫손에 꼽아야 한다. 그러므로 ‘시경’은 문학적 가치 이외에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른바 사료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모시’의 위서가 한 것과 같이 ‘좌전’과 ‘시기’의 기사를 억지로 끌어다 붙여 어느 시편은 어느 왕, 어느 공의 일을 가리킨다고 하는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경’은 정치에 관련되는 것이 본래 매우 드문 것이다.

그러나 역사란 결코 정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가장 주요한 것은 사회전체의 심적 물적 양방면이 남긴 자취를 잘 보여주는 데 있으니 고상한 문학작품은 종종 이러한 요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좌전’의 계찰이 노에 가서 주악을 감상한 기사 한 대목은 15국풍에 대한 비평으로서 사회심리의 방면에서 ‘시경’을 연구한 것이라 하겠다. 우리들이 만일 이 방법을 응용하고 또 넓혀간다면 ‘시경의 시대’에 대하여, 즉 기원전 9백 년에서 6백 년에 걸친 중국민족의 사회조직의 기초와 그 인생관의 근본에 대한 비교적 명확한 개념을 얻을 수 있으며 또 각 고장의 민심의 이동 및 그것이 점차 순화되어 간 과정도 대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물질방면에 대해서는 당시의 동식물의 분포상태, 성곽, 궁실의 건축양식, 농기구, 병기, 예기(禮器), 그 밖의 용구의 제조방법 및 의복, 음식의 발달과정 등 이러한 각종의 상황을 분류 분석하면 얻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료로서 ‘시경’을 읽을 때에는 거의 한자도 쓸데없는 글자가 없다.

이른바 사료의 척도라고 한 것은 고대사에는 신화와 거짓 사적이 너무나 많다. 우리들이 이를 엄밀히 식별하자면 부득불 한두 종류의 비교적 믿을 만한 책을 기준으로 해서 다른 책의 기술을 저울질하고 평가하여 진위의 판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달과 날짜를 알려고 하는 사람이 밤에 북극성을 보는 격이다. 이와 같은 것을 나는 사료의 척도라고 부르며 이것은 공자의 사적을 연구하려면 마땅히 ‘논어’를 척도로 삼아야 하는 것과 같다.

‘시경’의 시대와 그 이전의 시대는 정식의 사서(史書)가 나타나기 이전이며 전래되는 기록 또는 유래가 뚜렷하지 않은 술서(術書)나 방계자료에 기재된 고대사적에는 부정확하고 조잡한 것이 많아서 진부를 가려낼 수 없는 실정이나 ‘시경’만은 후인이 함부로 고친 일이 없으므로 완전히 전부를 믿을 수 있다. 가령, 하늘이 제비에게 분부하시어/ 내려가 은의 조상 낳게 하시와 ‘상송·현조’라든지, 처음에 주의 조상 낳으시기는/ 고양씨의 후비이신 강원이시니 ‘대아·생민’는 곧 은과 주나라 사람이 그 조상에 대하여 노래한 시로서 이러한 말이 있는 이상, 주의 시조인 후직(后稷)과 은의 시조인 설이 제곡의 아들이라는 설이 당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로 된다.

또 가령 각 시편 중에는 ‘대우께서 이 홍수를 널리 다스리시어(상송‘장발’)와 ’대우의 큰 업적을 이으셨도다’(노송‘비궁’) 등과 같이 자주 하(夏)의 우제가 언급되었으나 요·순제에 대해서는 1자도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요·순이 대체 어떤 인물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이러한 문제는 만일 역사가가 의문점이 있을 때 차라리 언급하지 않을망정 함부로 가타부타 단정을 내리지 않는 지극히 신중한 태도로 임한다면 우리들은 ‘시경’을 척도로 삼아 비교적 착오가 적은 정리된 역사를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국제대학교 국제한국어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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