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그 후
선거, 그 후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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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경남도 문화관광해설사)
선거가 끝났다. 아침저녁으로 길가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열심히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며, 차량을 동원해 온 시내를 달리며 쉼 없이 스피커를 통해 자신의 공약을 내세우며 자신을 찍어 달라던 후보자들이다. 그들 중에는 지금 당선 축하인사에 여념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낙선의 고배를 마셔 차기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선거로 떠들썩했던 몇 주는 마치 여러 제후국들이 주나라 왕실에 반기를 들고 패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일으켰던 춘추 전국시대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뛰어난 왕과 장군들이 나타났고 제자백가사상은 널리 퍼졌듯이, 시끄럽고 어지러웠던 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경제, 실업, 복지, 교육 등등 여러 분야의 문제를 해결해 줄 당선자의 공약에 거는 기대가 너무나 크다.

제자백가 중에 한사람이었던 노자가 늙고 병들어 이제 곧 임종을 앞둔 옛 스승이신 상용을 찾아뵙고 마지막으로 가르침을 구했다.

“스승님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가르쳐 주실 말씀이 없으신지요?”

그러자 늙으신 스승 상용이 말하기를,

“고향을 지나갈 때에는 마차에서 내려서 걸어가거라. 알겠느냐?”

“네, 스승님. 어디에서 살더라도 고향을 잊지 말라는 말씀이시군요.”

마차에서 내려서 걸어간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데서 나온 예의바른 행동이다. 그래서 노자는 스승의 엉뚱해 보이는 말을 듣고 이렇게 알아들었던 것이다.

스승이 다시 말했다.

“큰 나무 밑을 지날 때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가거라. 알겠느냐?”

“네, 스승님. 어른을 공경하라는 말씀이시지요?”

높은 나무는 숲에서 가장 키가 크면서 나이가 많은 나무다. 종종걸음은 어른이나 임금님 앞을 지날 때 걷는 걸음으로 노자는 윗사람을 공경하라는 의미로 바로 알아들었다.

이번에는 스승이 입을 크게 열었다.

“내 입속을 보거라. 내 혀가 있느냐?”

“네, 있습니다. 스승님!”

“그러면 내 이가 있느냐?”

상용은 나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가 다 빠지고 없었다.

“하나도 없습니다. 스승님!”

스승은 곧바로 제자에게 말했다.

“알겠느냐?”

노자는 바로 대답했다.

“네!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겠습니다. 이처럼 딱딱하고 강한 것은 먼저 없어지고, 혀처럼 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오래 남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자 스승은 돌아누우며,

“천하의 일을 다 말하였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구나.”

상용이 혀와 이를 보여준 것은 부드럽게 남을 감싸고 약한 듯이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오랫동안 잘 살 수 있지만, 제 힘만 믿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얼마가지 않아 무너지고 만다는 뜻이다. 상용의 짧은 말속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현명한 자는 굳이 긴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 속에 숨어 있는 많은 뜻을 바로 안다.

당선자들은 선거기간 동안에 수없이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공약들을 지키겠노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현명한 유권자들은 말만 많은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이 한 말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공약들 중에 반드시 지켜줄 것이라 믿는 하나가 있었기에 당선자에게 한 표를 보탰다.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이 있을 때는 모든 것을 다 내줄 것처럼 굴다가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매정하게 돌아서 버리는 믿지 못할 사람들이 있다. 현명한 유권자들이 뽑았으니 이번 당선자들 중에 그러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허공에 날아간 말보다는 실천이 행해져야 할 때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중요함을 당선자들은 절대로 잊지 말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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