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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휴무제, WTO 그리고 헌법적 가치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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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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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법 개정에 따라 ‘슈퍼 슈퍼마켓(SSM)’ 등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에 관한 조례를 자치단체별로 제정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시행하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약 1달 전 전북지역에서 처음 시행한 월1회에 불과한 대형마트의 휴무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이는 가운데 일련의 과정을 읽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약 18년 전인 1994년 말에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세계화 구상과 더불어 세계화를 선언하게 되었다. 세계화란 정보화의 급진전으로 인해 경제적 국경의 와해에 따른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거래가 대폭 확대되자, 국가이익 제고를 위해서는 개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큰 의미를 지녔다. 세계화의 첫 작품이 다름 아닌 유통시장 개방이었다. 1996년 1월1일부터 전면 개방된 유통업은 유통산업발전법을 보완장치로 한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그때 제정된 법률과 개방여파는 지역 유통업에 두 가지의 큰 시련을 안긴다. 하나는 수도권 중심의 대형 유통점들의 무분별한 지방남진으로 이어졌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해 지역 유통업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영역까지 흡수해 버렸다는 점이다.

유통산업개방 후 지금까지 대형 유통업 남하의 특징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초기의 약 5년 동안에는 인구와 상권이 어느 정도 형성된 중규모 이상의 시급 지역에 백화점 규모의 대형점을 확대하였다. 다시 이후 약 5년 동안의 2단계에서는 체인형 슈퍼(미니스톱, 25시 등)를 확대하여 골목상권을 거의 지배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둘로는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듬뿍 담고 있으며 주부들의 사장바구니를 상징하는 재래시장을 쉽게 흡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 후 3단계부터 최근까지는 대형 마트를 전통시장 인근은 물론 인구 몇 천 명에 불과한 면 소재지까지 확대하는 등 지역 상권을 흔들어 놓고 있다.

대형 유통업의 지역 확산은 나름의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외국 유통업의 입점에 대비한다는 구실과 편리하고 깨끗한 대형점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시킨다는 점, 이웃 지역에는 있는데 우리 지역에는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지역차별이나 소외의식을 해소한다는 차원과 유통업의 세계적인 발전패턴이고 추세라는 대세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유라면 앞서 1단계의 내용으로도 충분하고, 여기에 대형업체가 더 욕심을 내더라도 2단계에서 멈추는 것이 맞다. 그런데 최근까지 진행되는 내용을 보면 대형마트와 SSM에 의한 골목상권 침탈은 물론 소상공인 소모성자재(MRO)영역 진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무분별한 외식산업 진출로 지역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다. 게다가 영세하게 형성된 소위 ‘점포’라 불리는 골목상권을 하나씩 사들이기까지 하다가 분별 있는 지역민과 시민단체로부터 반발여론이 심해지자, 태도를 바꾸어 비교적 매출이 있는 점포와 협약을 맺어 영업력을 간접적으로 장악하면서 여타의 영세 점포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

전통시장이나 생계형 점포라는 골목상권은 해당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이자 지역민의 애환이 서린 유산이면서 서민생업의 한계선이다. 이를 보호하려는 것은 삶의 터전을 지키고 문화를 계승하려는 의지, 그것이다.

그리하여 겨우 제시한 수단이 대형마트 휴무제이다.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필자는 골목상권의 경제적 실익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업체들의 분별 있는 태도전환 없이는 그 어떤 노력이나 수단과 제재도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대형점과 외국자본을 활용한 대기업의 SSM에 대항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버겁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대한 월1회 휴무제는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작은 시작일 뿐이다. 해당 업계의 각성이 따라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금융제재나 세제차등화 등 후속적 조처가 따라야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작은 휴무제 실시 하나를 두고 정부 일각에서나 일부 언론에선 벌써부터 FTA 등 개방시장 환경과 질서 및 WTO 제재를 우려하고 있다. 주권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골목상권을 살리고 소상공인을 보호하며 지역정체성을 세워 지역문화를 계승하는 일련의 노력은 헌법정신을 지키며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자는 차원이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제119조 2항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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