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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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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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교단 소설가 문신수(1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36)

정직한 교단 소설가 문신수(12) 

 

이번에는 문신수의 수필 ‘펜과 문학 2000 겨울호’의 ‘고향에서 보낸 문학 한 평생’을 요약하고자 한다.

“나는 경남 남해군 서면 작정에서 태어나 성장 했고, 장성해서도 이 곳을 떠나지 못했다. 나는 철두철미한 남해인이며 직장인이었다. 나는 농사를 지으면서, 약관 20세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교직에 투신했으나 나는 본래부터 바라던 문학을 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소설을 쓰고 싶었다. 생명의 값을 하자면 글을 써야 하고 세상에 난 보람을 느끼자면 작품다운 작품을 남겨야 한다. 이런 포부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렇게 하여 내 생활에 세 가지 기둥을 세우게 되었다. 첫째는 피땀으로 농사지어 남의 밥을 빌지 않는다. 둘째는 평생토록 교직을 받들어 향토의 영재를 기른다. 셋째는 문학을 통해 뜻을 천하에 펴 본다. 영농, 교육, 문학, 이 세 가지 기둥 위에다 인생이라는 가치로운 예술품을 아로새겨 간다는. 딴은 멋진 구상이요 건실한 설계였다. 내 처지로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하지만 밤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영농과 교육과 문학에 매진하였지만 나의 일을 다 감당해 낼 수가 없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1961년 7월 자유문학(自由文學)지에 ‘백타원이라는 단편 소설이 햇빛을 보게 되었다. 안수길 선생과 김송 선생 두 분이 심사를 해 주셨다. 그러나 교직 자체가 너무 바빴고 단조로운 생활 탓에 소재난을 면할 수 없었다. 그런데다 자유문학이 폐간되는 바람에 발표처마저 잃었다. 그러나 나는 붓을 던지지 않고 버티었다. 문학수업은 바로 인간 수업(人間修業)이라는 신념으로 나는 문학을 짝사랑하게 되었고 문학에 미쳤다. 어느 하루도 문학을 잊은 적이 없었다. 이렇게 하여 작가로서의 명맥을 간신히 이어왔는데 그 세월이 40년이다.

문단 경력 40년, 기껏해야 창작집, 동화집, 수상집을 통틀어 7권을 냈다. 하지만 책을 낼 때마다 불티나게 팔리고 그것으로 생활이 발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꿈에 불과한 일이었다. 사실 나는 ‘문제작’이라는 것을 써 본 적이 없다. 세상이 놀라도록 자꾸 수류탄을 터뜨렸다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작품은 보편타당한 내용일 뿐 화젯거리가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든 묵살을 당하고 있는 문학은 존립의 가치가 없다. 나는 재고에 재고를 거듭했다. 이렇게 보람없는 생활 중에도 변화는 있었다. 나를 보고 ‘향토의 정신적 지주’라고 하는 의외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나는 절대로 그런 위인이 못되는데 말이다. 문학에 대한 담론 대신 인격에 대한 신뢰가 점증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아리 없는 문학을 해 왔는데도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1983년 봄에 ‘남해문학회’를 창립할 수 있었다. 남해문학회를 통해 향토는 비로소 침묵의 늪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부정기적으로나마 제 6집까지 펴내게 되었다. 남해문학회는 군민의 날 행사 때 백일장, 거리의 시화전, 문학의 밤, 강연회 등 행사를 펼쳐왔다. 그 결과 향토 재주 문인들도 조금씩 늘어났다. 거리의 시화전은 이제 정례화 되어 없으면 군민들이 서운해 할 정도다.

5만분의 1 지도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서면 작정리 내 마을,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여기에서 영농, 교육, 문학의 세 가지 뜻으로 일관하는 생을 살아왔다. 교육은 정년퇴임으로 마감을 했고 영농은 마지막까지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문학은 눈 감은 뒤에도 당분간 계속 되도록 모종의 연재를 구상하고 있다. 삶의 업적은 보잘 것 없으나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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