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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투표할 때 주인이지만, 끝나면 노예가 된다이수기 (논설고문)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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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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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의 국회의원 의석수는 새누리당 152석(비례 25석), 민주통합당 127(21석), 통합진보당 13석(6석), 자유선진당 5석(2석), 무소속 3석이었다. 성적표를 받아 든 새누리당은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소감을 밝혔고, 민주당은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한명숙 대표가 사퇴했다. 양당의 분위기가 상반된 것은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의 완승, 민주통합당의 참패’로 요약될 수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 이어 다시 여대야소가 됐다. 새누리당은 작년 말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100석을 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지만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선전을 했다

보수·진보 얻은 득표 48% 대 48% 팽팽

의석수로 보면 새누리당의 승리지만 정당 득표율을 보면 새누리당은 42.8%로 민주당 36.5%, 통합진보당 10.3%의 합에 못 미친다. 새누리당에 자유선진당의 3.2%를 합쳐도 민주-통진당의 합보다 조금 부족하다. 낙동강 벨트에서 낙선한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무려 40%대에 이른다. 대선에선 이런 사표도 살아나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새누리당의 국회 과반의석 달성은 박 위원장의 대권가도를 탄탄하게 만들어줬다는 점에서는 약(藥)이지만 ‘오만한 거대여당’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독(毒)으로 변한다는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민심은 매섭고 무서웠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돌발 변수도 많았지만 국민이 표로 보여준 민심은 정권 심판보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질책과 경고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당초 열세를 딛고 선전했고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에서 약진해 정치 지형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흔히 ‘민의는 천심’이라고 한다. 정당들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국회를 양분, 어느 쪽도 확실한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보수와 진보 진영이 얻은 득표는 48% 대 48%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주요 현안마다 치열한 막후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국회 파행과 대치, 공전 사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 6월 초에 이뤄져야 할 원구성이 미뤄질 수도 있다.

‘야당심판론’과 ‘정권심판론’으로 첨예하게 맞섰던 여야는 총선 결과에 드러난 유권자들의 뜻을 무겁게 새겨야 한다. 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높자 일각에서는 자체적으로 과반 의석을 획득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공천 과정에서 부적격 후보를 밀어붙이는 독선을 보였고, 외설 막말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을 끝까지 끌어안고 가는 오만함을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말 바꾸기도 국민의 불신을 샀다. 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공천 실패와 잇따른 잡음 등으로 차려진 밥상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자 지도부 책임론으로 대표가 사퇴했다.

총선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은 지역구도의 높은 벽이다. 부산 등에서는 그나마 지역주의 완화의 싹이 조금 엿보였으나 영남과 호남은 텃밭에서의 쏠림현상은 완강했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크게 패하고서도 원내 1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영남지역의 의석 수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영남권의 새누리당과 호남권의 민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당과 후보들은 뒤로 빠지고 대선에 나갈 주자들과 그 친위조직 간 예비선거와 같은 모양새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등 대선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정당의 색채가 퇴색해 버린 것이다. 대선주자만 보이고 정책 이슈는 실종됐다. 선거 기간 중 여야 정당은 정권 심판, 미래 선택, 불법사찰 단죄, 막말정치 추방 등의 구호를 내걸고 정치적 공방에 몰두했지만 민심은 그런 것들보다 경제 문제에 가 있었다. 새로 구성될 국회와 정부는 민생과 경제를 바짝 챙겨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스스로 얼마나 반성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에 따라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차지할 수 있다.

새누리·민주 스스로 반성따라 정권차지

루소는 “국민은 투표할 때는 주인이지만,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선택 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거꾸로 국민다수를 지배하는 모순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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