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른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었다. 운전을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어린 마음에는 자유를 얻고 미래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나 보다. 운전을 한다는 것 또한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고, 지켜야 하는 규칙과 나와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 복잡한 세상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또 운전을 하는 순간은 내 목숨이 언제나 함께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놀러 다니는 폼 잡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그래서였을까. 이런 내 생각을 멈추기 위해 나는 운전면허를 대학 때 따고도 우리나라 교통계의 미래를 위해 운전을 안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운전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경제적인 부분이었으니깐. 어쨌든 운전면허를 딴 10년 만에 부산에서 운전 못하는 여성들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는 개인선생님에게 운전을 배웠다. 기계치인 내가 운전하는 것을 보면 운전을 배울 때 누구에게 배우느냐는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선생님은 “운전은 늘 하루하루가 새롭다”고 말해 지금도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생각나게 한다. 아무리 같은 길이라고 하더라도 매일매일 날씨가 다르고, 내 차의 앞뒤 차가 다르니 운전은 늘 새로운 마음으로 긴장하면서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내가 다른 차의 위협적인 운전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하였다.
진주에 온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진주가 조금씩 변화해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 변화 중에서는 진주에 살지 않는 일명 외부 사람들의 유입이 계속 되고 앞으로 더 지속될 것 같다. 그만큼 교통량도 증가하고 거기서 느껴지는 불편함 또한 많아질 것이다. 또 진주에서 운전하는 사람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진주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도로를 넓힐 수도 없고 오히려 몇 년째 건물을 짓고 도로 등을 건설하는 바람에 운전하면서 위험을 느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운전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은 예전보다 찾기 힘들어 곤욕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어딜 가나 운전과 관련된 시비가 생기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다반사여서 운전에 대한 환상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됐다.
처음 운전을 하고 대학 때 교수님, 그 사부님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니면서 사부님이 운전을 가르쳐 주신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사부님이 하신 말 중 하나가 내 뒤에 차가 서너 대가 밀리면 그 차들부터 먼저 가도록 해주라는 것이었다. 차는 흐름이 중요하니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없으면 먼저 그들부터 보내주라는 것이었다. 운전은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은 경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가끔씩 운전을 하다보면 내가 그들의 차를 앞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위협적인 행태를 보이곤 한다. 가끔씩 나도 바쁘다는 이유로 운전을 하면서 초심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2~3분 차이로 내 목숨을 건 경주였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은 반성을 하곤 한다.
며칠 전 신문에서 여성이 남성들보다 주차선을 더 잘 지키고, 차가 커진 만큼 주차공간도 조금 더 넓어진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는 것도 이젠 옛말 같다. 과거와 달리 여성운전자가 많아지고 있어 이젠 여성이든 남성이든 기본적인 운전예절을 지키며 운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나에게 운전을 가르쳐 준 스승들의 공통된 가르침은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운전이었다. 남을 배려한 운전을 하다보면 주차할 때 주차선을 지키게 될 것이고, 뒤차를 생각해 오른쪽으로 갈 것인지, 왼쪽으로 갈 것인지 깜박이를 미리 넣을 것이고, 다른 차의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방법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처음에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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