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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제’ 그 역사의 재현을 넘어서 ‘여성축제’로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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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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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제는 여성축제로 가야 한다. 논개가 단지 여성이어서가 아니다. 그녀가 기생의 신분으로 의암바위에서 왜장의 목을 껴안고 남강에 빠져 순국한 사건이 예사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찮은 기생신분이라 포상에서조차 제외되어 잊혀질 뻔한 역사가 부활되어 의암별제로 탄생한 의미 속에 축제의 방향이 숨어 있다. 이제 그 역사의 재현을 넘어 ‘여성성’에서 축제의 길을 찾아야 한다.

역사적 사건의 재현만으로는

지금까지 논개제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일은 잘해 왔다. 백여년 전부터 시작된 의암별제는 1992년에 진주 민속예술보존회를 중심으로 최초의 여성이 제관으로 참여하는 제례로 재현되었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제례를 여성도 행할 수 있다는 전환의식은 높이살 만한 일이다. 그러한 여성제례의 재현이야말로 가히 축제의 혁명적 속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악가무가 함께 있는 제례의식과 교방문화를 살린 논개제를 시작한 것도 제의와 축하과정이 잘 녹아 있어 주제가 뚜렷한 축제로 진화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전환점이 필요할 때이다. 현재까지 진주 교방 악가무와 논개순국 재현과 같은 행사는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핵심 줄거리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역사에 근거를 둔 재현행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문제이다. 올해 축제의 주제인 ‘교방문화를 찾아서’는 여전히 그동안 발굴된 진주검무, 교방굿거리, 포구락무를 반복해서 재현하는 것들이다. 그동안 발굴해온 논개순국 재현극이나 논개주제의 예술공연과 체험행사도 새로운 축제로서 한계를 드러낸다. 현대의 축제인들은 변화 없는 축제에 식상한다.

진주시가 ‘가을축제에 비해 봄축제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아…’ 봄축제를 강화하기 위해 비차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행사는 비차 타고 남강 위 날기와 무동력 비행기 날리기 그리고 여타 주변행사를 모아 행사를 풍성하게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아무리 민속과 역사에 근거를 두었다 하더라도 새로운 이벤트 행사로서 볼거리를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잘못했다가는 화려하게 차려진 밥상에 마땅히 젓가락 갈 곳 없는 꼴이나 마찬가지이다. 축제에서 볼거리가 풍성해야 하지만 ‘왜 그러한 행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축제의 정체성을 살려나가기 위한 핵심적인 것이다.

축제의 변화는 의식의 전환과 의미의 확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의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재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전환점을 찾기 위해서는 논개제의 재현의식에 숨어 있는 정신적 의미를 들여다봐야 한다. 논개가 기생의 신분으로 임진란이라는 전장에서 목숨을 던진 사건 속에는 그동안 여리디 여리기만 하다고 여겨 온 여성성의 반전이 있다. 의암별제를 지내는 의미에는 오늘날 여성의 삶을 비판적인 안목에서 다시 생각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사회를 지향하자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역사적 재현을 넘어서 여성주제의 축제로

축제의 주제성은 의미의 확장으로 되살아난다. 논개의 죽음은 전통적인 남성 본위적인 합리주의를 해체하고 감성적 여성주의로 확장해서 볼 수 있다. 논개제의 여성주의에는 남성에 대한 반항문화가 아니라 그동안 왜곡돼 왔던 수많은 경험들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설명이 있다. 그러한 주제는 너무나 많다.

우리 시대의 진보적 여성의 재조명, 멜로소재로 한 영화를 비판하고 재해석하는 여성영화제, 여성 록페스티벌과 여성 민중가요제 등과 같은 대중문화 예술장르, 아줌마문화에 대한 재평가, 남성위주의 이성정치에 대항하는 여성 감성정치, 다문화여성의 인권, 유교문화 속에서 페미니즘이 가야할 길 등 여성의 측면에서 세상 바라보기들이 참신한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논개의 정신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가 아니라 ‘알을 낳는다’는 가부장적 관념을 깨는 ‘여성축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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