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무로부터 유도된 수
162. 무로부터 유도된 수
  • 경남일보
  • 승인 201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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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19세기에 추상적 개념과 공리적 방법론의 발전과 함께 수학에서 다양한 대상의 본질은 훨씬 덜 중요하게 되었다. 수학체계는 전형적으로 대상들의 집합으로서 그런 집합 위에서 다양한 연산이 시행되고 전체체계는 다양한 공리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많은 경우에 그런 대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이것은 수학자들이 연구했던 수, 선, 원, 평면, 곡면, 공간도형등과 같은 대상의 본질에 관해 그들이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그들은 이런 질문을 계속했을 뿐만 아니라 수학사에서 최초로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답들은 대상들에 대한 연구와 관련이 없는 답에 귀착시킨 바로 그것, 즉 추상적인 집합을 사용해서 제시되었다.

이차원 공간의 점은 어떤 실수의 집합들의 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다. 평면 위의 점은 두 개의 좌표, 즉 실수 x와 y를 갖는다. 그러므로 점은 순서쌍(x, y)로 정의된다. 순서쌍(x, y)는 다음과 같은 {{x},{x, y}} 집합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는 약간 복잡하게 보이는데 실제로 그렇다. 이 발상은 두 점이 똑같은 첫째 좌표와 둘째 좌표를 가지면 그것들은 똑같은 점이고 이것의 역도 성립하도록 순서쌍 또는 ‘점’ 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다. 이 정의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집합을 사용해서 평면의 점의 개념을 정의하면 선과 평면도형도 점들의 어떤 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다.

실수는 유리수의 어떤 집합의 순서쌍으로 정의될 수 있다. (즉, 실수를 유리수의 집합들의 집합으로 정의한다.) 유리수는 정수의 순서쌍의 어떤 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다. 정수는 자연수의 순서쌍으로 즉 자연수의 집합들의 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자연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물질의 궁극적인 구성요소에 대한 결코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물리학자의 탐구와 유사하게 이런 정의의 열은 영원히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끝이 날 것인가.

임의의 집합의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이런 과정의 풀이는 끝이 난다. 게다가 놀라운 방법으로 끝이 난다. 집합론에서 ‘무’로부터 시작해서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공집합Φ로부터 시작해서 무한한 자연수 전체의 구성이 가능하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수학자들은 수 0을 공집합으로 정의한다. 수 1은 정확하게 단 하나의 원소 0을 갖는 집합인 z로 정의된다. 즉 수 1은 집합 {Φ}와 같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것은 공집합과는 다르다. 공집합은 원소가 없는 반면 수1은 하나의 원소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 2는 집합{0, 1}로 정의된다. 수 3은 집합{0, 1, 2}로 정의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계속하여 새로운 수가 정의될 때마다 그것과 그 이전의 모든 수를 사용해서 그 다음 수를 정의한다. 그래서 전체과정은 공집합Φ , 즉 ‘무’로부터 시작된다. 이 얼마나 훌륭한 발상인가.

/김용수·김용수수학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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