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지난 3월 31일 오후 8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지구촌 곳곳이 어두컴컴해졌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Earth hour’ 때문이다. 매년 이 시각이 되면 서울 남산타워, 로마 콜로세움, 시드니 하버 브릿지,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각 도시의 주요 상징물과 ‘Earth hour’에 동참하는 공공기관, 기업, 가정집이 어둠 속에 잠긴다. 이 ‘어둠’은 깊어지고 넓어질수록 지구를 살리는 ‘착한’ 어둠이다.‘Earth hour’란 전력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시작된 전 세계 지구촌 불끄기 행사로 ‘지구를 위한 한 시간’ 또는 ‘지구를 숨쉬게 하는 시간’이라고 하기도 한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주최하는데, 2007년 호주 시드니 220만 가정과 기업에게서 출발해 4년째인 지난해에는 전 세계 135개 나라에서 5000여 개의 도시가 참여했다. 지난해 서울에서도 50만 개의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참여해 약1만 5000 MWh(MegaWatt-hour)의 전기와 약 7400 tCO₂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세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UN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연장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국가가 참여할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새 의정서를 2015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교토의정서에는 38개 나라가 가입돼 있으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과 미국, 인도가 빠져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올해 말 완료되는 교토의정서의 연장기간을 5년으로 할지, 8년으로 할지는 카타르에서 열리는 UN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다.
인간의 편한 생활은 지구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의 터전이 사라지고, 남극엔 눈이 아닌 비가 내려 수많은 펭귄이 얼어 죽고 있다. 동물들에게만 찾아올 것 같았던 위기는 태풍,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와 이상기후 등으로 인간에게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늦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몰라서 지나쳤던 ‘Earth hour’, 이날 지구에게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구가 숨을 쉬어야 우리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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